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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정책검증] 
② 영유아 부모들이 본 보육공약
“지금 절실한 건 국공립 어린이집”

“금전 지원은 표심 잡기 위한 땜질식 공약이다.” “야당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적극 찬성이다. 지난번 민간 어린이집 집단휴원 사태에서 드러나지 않았는가.”

<한겨레>의 ‘눈높이 정책검증’ 두번째 좌담에서 영유아를 둔 30대에서 40대 초반 부모들은 정치권이 내놓은 보육 관련 공약을 깐깐하게 검증했다. 참석자들은 양육수당 확대 등 금전적 지원에 대해선 장기적 계획 속에서 금전 지원이 이뤄지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만 3살 아이를 둔 강세정(34)씨는 “다들 믿고 맡길 만한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양육수당을 주고 나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나 보육교사 처우 개선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일정 비율까지 확충한다는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공약에 대해선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세 아이를 둔 신순화(42)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자가 많아 도저히 갈 수 없고, 근접한 어린이집은 믿고 맡길 수가 없어 직접 키웠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면서 질 높은 보육·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영·유아 부모’ 6명 보육정책 심층토론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30대, 40대 초반 부모들에게 무상 보육은 올 초부터 최대 이슈였다. 이들에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온전히 가정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함께 분담해야 할 몫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30~40대 초반 부모 6명에게 각 정당이 내놓은 보육 관련 공약 검증을 부탁했다.

참석자들은 미리 제공받은 각 당의 정책을 숙지하고, 비슷한 처지의 주변 지인들과 대화를 나눈 뒤에 좌담에 참석했다. 좌담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TV 스튜디오에서 심층그룹좌담(FGD)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진행을 맡았고, 영유아 부모 6명 외에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함께했다. 좌담은 양육수당과 보육료 지원, 어린이집 문제, 육아휴직 등 세 가지 주제별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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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수당·보육료 지원
표심 잡기 돈봉투일뿐…
보육예산 상당부분이
현금지원으로 빠지면서
정작 필요한 부분은 외면

사회자(한귀영)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현재 차상위 계층에게만 주고 있는 양육수당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양육수당은 다양한 방식의 육아를 지원한다는 의미가 있다. 여러분의 의견은?

강순영 전혀 반갑지 않다. 금전 지원은 표심을 잡기 위한 돈봉투일 뿐이다. 당장 돈 몇 푼 받는다고 아이 키우기 쉬워지나. 돈이 아쉽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다. 차라리 그 돈을 보육교사에게 지원해야 한다. 괜찮은 보육교사들이 낮은 급여 때문에 이직을 많이 한다. 아이를 가정식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지난 1년 동안 아이가 잘 따르던 보육교사가 올해 초 월급 문제로 원을 떠났다. 직장맘들은 시간 연장 어린이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전업맘도 놀이방·도서관 등 각종 보육 관련 시설을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사회적 보육 인프라가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도록 가까운 데 있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강세정 과연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서 금전적 지원이 이뤄지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구멍 때우는 식이다. 유권자가 관심을 가지니까 급하게 예산을 밀어넣고 있다. 큰 틀에서 경제계획을 세우듯이 보육 및 유아 교육에 대해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하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 하나같이 내 아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말한다. 전업맘도 4살 정도 되면 다들 어린이집 보내려 한다. 그런데 믿고 맡길 수 없다. 정부가 보육료를 지원한다 해도 아직까지 무상보육과는 거리가 멀다. 내 경우만 해도 월 15만원 정도, 학기별로 재료비 20만~3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돈은 늘어났는데, 정말 우리 아이에게 잘 쓰이는지 의심스럽다. 원장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감시 시스템이 중요하다.

신순화 아이 셋 낳는 동안 국가에서 혜택받은 것 없다. 양육수당은 소득 구분 없이 전 계층에 줘야 한다. 저출산 시대에 출산과 양육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 국가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 확대로 보육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내 경우는 어린이집을 믿을 수 없어 세 아이 모두 직접 돌봤다. 질 높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면 나도 어린이집 보냈을 것이다.

심선혜 아이 낳았을 때 일 안 하고 있었고, 신랑은 비정규직이었다. 그런데 아이 낳아보니 비용 지출할 게 많더라. 차상위 계층에게 주는 20만원 지원받을 수 있을까 해서 알아봤는데 안 됐다. 더 가난해야 받을 수 있다더라.(웃음) 그 당시엔 20만원을 전 계층에게 확대했으면 했다. 기저귀값, 분유값 되니까. 그런데 그건 달콤한 거였다. 보육 예산이 지디피 대비 0.6%밖에 안 되더라. 이게 확 확대가 돼서 양육수당도 주고, 국공립 어린이집도 늘리고 이러면 좋은데, 이렇게 한정된 예산에서 양육수당으로 달콤하게 빠져버리면, 정작 필요한 공적인 지출이 확 줄어드는 거 아닌가.

백선희 교수 보충설명 하겠다. 지디피 대비 0.6% 통계는 2008년 기준이다. 오이시디 권고 수준은 1%다. 2008년도부터 최근 예산 증가율을 감안하면 아마 올해엔 우리나라도 지디피 대비 1%를 넘어갈 것이다. 이젠 보육 관련 예산이 적다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정작 부모들은 만족 못한다. 왜? 보육 예산의 상당 부분이 양육수당이라는 현금 지원으로 빠지면서 정작 필요한 부분은 외면받고 있다. 국공립 시설 확대가 시급한데 한정된 예산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정치권에서 무작정 무상보육 정책 실시해서 엉망이 됐다.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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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한겨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아이를 키우는 30대와 40대 부모들이 보육문제를 놓고 좌담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어린이집
국공립은 전체 5.3% 불과
이러고도 무상보육?
취약지역에 확충하겠다는데
새누리, 문제 심각성 모르나

사회자 자연스럽게 어린이집 문제로 옮겨가 보자. 새누리당은 취약 지역 중심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 하고,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일정 비율까지 늘린다고 했다. 시설 관련 공약을 어떻게 보나?

강세정 국공립 어린이집이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5.3%밖에 안 된다는 기사를 봤다. 깜짝 놀랐다. 이러고도 무상보육? 웃긴 소리다. 지난번 민간 어린이집 집단 휴원 사태를 보면서 아이들을 볼모로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누리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나? 국공립 어린이집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그렇게 민간 쪽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을 것 아닌가.

신순화 요즘 동네 엄마들이 어린이집이 돈이 되니까 보육교사 자격증 따가지고 알바 뛰고 투잡한다고 한다. 다녀와서 저한테 얘기해준다. “메뉴는 환상적이야. 엄마들한테는 궁중떡볶이라고 보내. 그런데 고기 거의 안 들어가고 안 먹은 애들 태반이야. 절대 어린이집 보내지 마”라고 한다.(웃음) 이런 얘기 듣는데 신뢰하겠는가.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도저히 들어갈 수 없고, 가까이 있는 어린이집은 신뢰 못 하겠다. 우리 언니 같은 경우 기저귀 안 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퇴근해 갔더니 아이 기저귀가 터지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제 주변에선 온통 이런 얘기들뿐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가 절실하다.

안정순 저는 두 아이를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대체로 만족한다. 다만 엄마가 아이와 손잡고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이런 어린이집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심선혜 민간 어린이집 정말 문제 많다. 그나마 국공립 어린이집이 이윤 추구를 덜하니 좀 덜 심각해 보인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도 교사가 보육과는 상관없는 위탁체 관련 일을 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다. 지금은 국공립 비율이 워낙 낮아 그런 문제가 논의조차 안 되지만, 빨리 국공립 비중이 높아져서 그런 문제들도 알려져야 한다. 보육의 질을 올리려면 보육교사들이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한테 잘할 수 있다. 그런데 맨날 내놓는 정책은 돈 몇 푼 주겠다는 것이다. 돈 말고 교사를 2교대제로 한다든가, 원장이 움켜쥐고 있는 권력을 분산해 원장, 보육교사 간 상호견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강순영 아동 대 교사 비율 문제 많다. 보육 지원 확대되면서 이 비율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원래 만 0살반은 3 대 1 비율이다. 그런데 0살반과 1살반 혼합반 만들어 6명 만들더라. 만 1살은 5 대 1이 법정 기준인데, 무상보육 되면서 정원이 7명까지 늘어났다. 만 1살 7명을 1명의 교사가 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 어린이집이 단지에서 유일하게 평가인증을 받았고, 대기자가 60명이 넘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신순화 저도 혼자 아이 키우면서 아이를 돌보기 힘들 때가 많다. 보육교사 1명이 15명 이상을 보라는 것은 보육이 아니라 사육이다. 감시하는 것 외에 무슨 교육이 될까. 애들 데리고 박물관에 가면 어린이집에서 나온 애들이 있다. 체험 나온 애들이 그저 줄 서서 사진만 찍고 있다. 자기들이 뭘 보는지 모르고… 그게 무슨 교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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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제도 아무리 만들어놓아도
쓸 수 없으면 소용없어… 
육아휴직 쓰려고 하니
“그러려면 회사 왜 다니냐?”

사회자 엄마들 말씀 많이 하셨는데, 육아휴직 경험 있는 아빠 생각도 들어보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공약엔 육아휴직 확대하고 육아휴직 급여 인상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김외현 육아휴직은 제도를 아무리 만들어놓아도 쓸 수 없으면 소용없다. 회사에서 육아휴직 안 받아주면 500만원 정도 벌금 문다. 더 많은 금액을 물리든지 해서 강제해야 한다. 육아휴직 급여가 적어서 못하는 사람들 많은데 인상이 필요한 것 같다. 육아휴직을 해보니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더라. 낮에 아빠가 유모차 끌고 다니면 이상하게 본다.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영국 총리나 일본 구청장이 육아휴직을 한다는 외신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 있다. 정책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정치인들이 그런 쇼라도 했으면 좋겠다.

강세정 저도 대기업 다녔는데 출산휴가 쓰는 것도 눈치 봐야 했다. 옆 팀에서 여사원이 출산휴가 쓰고 육아휴직 쓰려고 하니 “너 그러려면 회사 왜 다니냐?” 하는 분위기였다. 아이 맡아줄 사람 없고 육아휴직 안 돼 회사 그만뒀다. 제 주변 보면 1년 육아휴직 맘 놓고 쓸 수 있는 사람 거의 없다. 육아휴직 사용률 높이는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강순영 남편은 야당의 육아휴직 활성화 정책이 뜬구름 잡는 정책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당장은 육아휴직 하는 아빠 적더라도 10년을 내다봤을 때는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

정리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co.kr


여전히 혼자 육아 감당해야 하는 것에 지쳐있었다

전문가 관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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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희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은 각 분야의 정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 정당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복지정책을 중요시한다 하니,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무작정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과 방법을 잘 잡는 것인데, 보육정책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보육정책 공약에 대한 눈높이 정책 검증에 참여한 부모들은 기존의 보육정책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자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것에 지쳐 있었고, 기존의 보육사업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으며, 각 정당의 공약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거나 날카롭게 꼬집었다.

각 정당의 핵심 공약을 보면, 새누리당은 양육수당을 보편적으로 확대하고, 무상보육을 현실화하겠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은 무상보육을 정부지원단가가 아닌 표준보육비용으로 현실화하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 아동 기준 40%로 확대하겠다고 하며, 통합진보당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30%까지 확충하고 무상의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립하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공약들에 대해 참가자들은 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으며, 양육수당을 두고서는 실제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이라고 평가하였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바람은 ‘저비용으로 믿고 맡길 어린이집’이었다. 각종 급식사고, 아동 학대, 정부 보조금 부당 수령 등의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이들의 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치닫게 된다.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어서 식상하게도 들린다는 ‘믿고 맡길 어린이집’ 그리고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환경 조성’. 막대한 정부 재정의 투입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각 정당은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백선희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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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양육수당 받는다고 아이 키우기 쉬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