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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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4·11 총선 경제·복지·노동 분야 정책진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4·11총선 정당 정책진단 토론회
참여연대·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4·11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잇달아 정책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지난 6~7일 이틀간 국회도서관에서 참여연대 및 복지국가실현연석회의와 함께 ‘4·11 총선 정당 정책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통합당 및 통합진보당의 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해 경제민주화·노동·복지·재원 분야의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전문가 패널들이 검증 및 평가를 했다.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 등을 모두 합해 26명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각 정당의 정책들이 예전에 비해서는 진전된 것들이 있긴 하나 여전히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낳는 정책들이 적잖다”며 “좀더 비전과 철학을 통해 정책 공약을 만들고 제시하고 시민과 호흡하는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6일
△경제민주화(재벌개혁 과제 및 중소기업 보호방안) 
사회 조혜경(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참여연대) 
토론 곽정수(<한겨레21> 기자) 임영재(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전성인(홍익대 교수) 전영준(변호사·참여연대) 하준(산업연구원 연구위원)

▶7일
△복지(복지국가 원칙 및 세부과제)
사회 이찬진(변호사·참여연대) 
토론 김교성(중앙대 교수) 윤홍식(인하대 교수) 이창곤(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노동(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 및 간접고용 규제방안) 
사회 권순원(숙명여대 교수·참여연대)
토론 김진(변호사·민변)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조계완(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복지재정(조세정의 실현 및 복지재원 마련방안)
사회 강병구(인하대 교수·참여연대)
토론 박기백(서울시립대 교수) 박용대(변호사·참여연대) 홍헌호(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경제민주화·복지·과세정책은

“4·11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여러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음에도 정책선거의 장이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20여명의 토론자 및 사회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들은 그 이유로 각 당이 정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다 보니 정당 간의 정책 차별성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점을 먼저 꼽았다. 각 당이 내놓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취약하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로 들었다. 새누리당 쪽은 “정책이 아직 정리되지 못했다, 패널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번 토론회에 아예 응하지 않았고 민주통합당 쪽의 한 발표자는 토론회 도중에 “다른 일이 있다”며 빠져나가려다가 통합진보당 쪽의 발표자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각 정당 스스로 정책선거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은 것이다. 토론자들은 “정책들의 우선순위와 경로, 시간표, 나아가 실현 가능한 목표 수준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못하거나 미흡하고, 특히 각 정당이 내놓은 정책의 근본적인 철학과 지향점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며 “각 당이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정책선거를 지향하는 4·11 총선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선거승리만을 위한
대기업 때리기 그칠 수도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안
중소기업 상황도 살펴야

 경제민주화·재벌개혁
토론자들은, 혁신중소기업 등 새로운 성장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각 정당이 재벌개혁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재벌 없는 한국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연 총선 이후 재벌개혁을 돌파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이 없는 백화점식 재벌개혁 정책의 동력은 경기가 악화될 경우 급속히 상실될 수 있다는 얘기다. 토론자로 나선 곽정수 <한겨레21> 기자(경제학 박사)는 여야 정당 모두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정책·공약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오로지 선거승리만을 위한 ‘대기업 때리기’ 시늉에 그칠 공산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 정책을 세밀하게 디자인하지 않을 경우 총선이 끝난 뒤 재벌의 대대적인 반격과 개혁 무력화 시도가 예상된다”며 “재벌 진영이 지금 ‘눈이 쏟아지는데 빗자루로 쓸어봐야 소용없다’며 관망하고 있지만 곧 외곽 지원세력을 동원해 우회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곽 기자는 특히 재벌의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각 당이 내놓고 있으나 중견·중소기업들에서도 일감몰아주기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부터 반발하고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영재 연구위원(한국개발연구원)은 각 당이 제시하고 있는 대기업정책은 대부분 과거에 이미 시도되었거나 도입이 논의되었던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양극화 등 우리 사회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고구마 줄기처럼 한뿌리로 연결돼 있다”며 “재벌개혁도 문제의 양상과 근원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에 따라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수단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정책조준’을 잘해야 하는데, 각 정당이 수사적 의미에 그칠 공산이 큰 정책들을 표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성인 교수(홍익대)는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재벌 계열분리 청구제(혹은 계열분리 명령제)의 경우 계열분리 명령 발동의 요건으로서 △기업결합의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 △규모만 크다고 해서 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것인지 △명령 발동의 주체는 누구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각 당이 중소기업 고유·적합업종 강화를 내걸고 있는데 단순한 대기업 진입장벽 설치가 오히려 소비자 후생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오히려 과다한 개인사업자 비중을 줄여나갈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의 ‘통큰 치킨’ 사태가 보여주듯이 소비자들의 값싼 상품 구매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준 연구위원(산업연구원)은 “재벌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메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메뉴 가운데 하나를 골라 제대로 요리하는 것”이라며 “재벌·관료집단의 저항을 뚫고서 밀고 나갈 주체세력을 형성하는 전략과 구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누가 다수당이 되든 재벌개혁 실패를 되풀이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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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노동 동일임금’ 명문화
실효성 높이는 방안 추진을
‘사회부총리제’ 신설해서
통합적 복지정책 펼 필요

 복지·노동·조세개혁
복지분야 토론자로 나선 김교성 교수(중앙대)는 “각 정당이 매우 관대하고 포괄적인 복지공약을 발표하고 있는데 유사한 내용의 공약이 많다는 사실은 각 당이 추구하고 있는 기본적인 복지 철학과 비전의 부재를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복지국가 수준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채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홍식 교수(인하대)는 “지금 각 정당이 내놓은 복지정책은 차기 정부 그 자체보다는 향후 10년, 20년 후 우리나라 복지의 모습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은 장래의 복지 구조에 대한 비전과 전망 속에서 책임 있는 복지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정당이 여러 복지 프로그램과 복지지출 수준에 대한 수치들만 경쟁적으로 제시해서는 정책선거의 장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또다른 토론자로 나선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은 “주거·복지·보건·교육·노동 등 사회정책의 핵심 기둥은 상호작용하며 연관돼 있다”며 “통합적 사회정책 시스템을 입안·집행하기 위해 정부 직제에 사회부총리제를 두는 방안을 각 정당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분야 토론에서 김진 변호사(참여연대)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문화(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와 관련해 선언적 의미는 있으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차별시정 제도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냉철한 평가에 기반해야 하며, 이미 한계가 증명된 정책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것처럼 제시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각 당이 제시한 노동정책을 보면 불안정한 일자리와 비정규직을 ‘축소’하겠다는 확실한 관점과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지연 연구위원(한국노동연구원)은 각 정당이 여러 노동제도와 정책의 도입·개정을 제시하고 있으나 사실은 지원정책이나 행정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지향하는 노동정책의 선명성보다는 노동개혁의 실현 그 자체에 가치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재정·조세개혁 분야의 토론자로 나선 박용대 변호사는 “민주통합당이 진정으로 조세개혁 의지가 있다면 (표를 의식하지 말고)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중에서 어떤 것들을 폐지·축소할 것인지 구체적인 항목으로 제시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백 교수(서울시립대)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표를 의식한 탓인지) 증세의 초점을 부자와 대기업에만 지나치게 맞추고 있다”며 “오히려 농어민 및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불합리한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정책이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자영업자 세부담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
“소득탈루 부추겨…근로장려세제 확대를”

간이과세 대상 확대 논쟁

복지재정·조세개혁 토론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 확대를 둘러싸고 토론자들 사이에 공방이 펼쳐졌다. 간이과세는 연간 매출액 4800만원 미만인 영세 개인사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면제해주고 세금계산방식을 간소화하는 제도이다. 이 간이과세 대상자를 연간 매출액 8400만원 미만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정책이다. 연 매출 4800만원을 기준으로 전체 사업자 499만명의 37%(2009년)가 간이과세 사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간이과세 대상 확대는 진보적인 것도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간이과세는 대다수 자영업자들을 탈세범으로 만들어 온 제도로,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세원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면 부가가치세 탈세규모 연 8400억~2조3000억원 가운데 약 5000억~1조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소득자나 부자에게 증세를 요구할 명분도 없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제기되자, 발제자로 나선 신두식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은 “원론적으로는 간이과세 폐지가 맞지만 민주통합당이 간이과세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다만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의무화, 신용카드 사용 확대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과세자료가 점차 노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박기백 교수(서울시립대) 역시 민주통합당의 간이과세 대상 확대에 찬성하는 견해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간이과세를 당장 폐지할 경우 수백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을 위해 엄청난 행정력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반면에 자영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부가세를 징수하더라도 이에 따른 세수 규모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자 또다른 토론자로 나선 박용대 변호사(참여연대)는 “민주통합당이 고육지책이라고 말했지만 간이과세는 그 자체가 정상적인 납세시스템을 허물어뜨리는 나쁜 정책이며, 국가가 오히려 소득탈루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헌호 연구위원은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되 대신 영세 자영업자에게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 적용해 이들을 돕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1살 되면 사회진출 돕게 연 1천만원씩 4년간 지원하자”

눈길 끈 제안

이번 토론회에서는 각 정당이 발표한 정책공약 이외에 토론자 스스로 몇가지 대안적 정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복지정책 분야 토론에서 김교성 교수(중앙대)는 “스스로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21살 성인이 되면 누구나 연간 1000만원씩 4년 동안 살아가는 밑천을 받게 해주자”고 제안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성인에게 일시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사회적 지분급여’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군복무자의 월급을 대폭 인상하거나 사회복귀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를 더 확장해 누구나 생애에 한번쯤 기본소득을 누리도록 해주자”며 “21살이 되는 해부터 연간 1000만원씩 4년간 지급할 경우 21살 연령대 60만명이면 연간 총 6조원이 소요된다. 나이는 21살이든 몇살이든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돈의 사용처는 대학등록금에 쓰든 창업자금으로 쓰든 집을 사기 위해 저축하든 개인한테 맡기는 방식이다.

경제민주화분야 토론에서 전성인 교수(홍익대)는 재벌기업의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정책과 관련해 자발적 순환출자 해소명령이 더 실효성이 크다고 제안했다. 그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순환출자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정책으로 내놓고 있으나 동그란 고리를 이루며 순환출자하고 있는 여러 계열기업 중 어느 기업의 순환출자 고리를 잘라낼 것인지는 대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순환출자에 해당하는 특정 고리의 주식을 자율 처분하도록 하되, 이행하지 않으면 그 고리를 이루는 모든 계열사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면 된다는 것이다. 복지재정·조세개혁 분야의 토론에서 박용대 변호사(참여연대)는 1억5000만원 초과 급여에 대해 근로소득공제를 배제하기로 한 민주통합당의 정책은 균형을 잃은 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의 말로는, 1억5000만원에 1원을 더 번 소득자의 소득세는 3760만원(실효세율 25.07%, 다른 공제는 없다고 가정)이 되는 반면, 1억5000만원 소득자는 1700만원(1550만원+1억원 초과분의 3%)의 근로소득공제를 받아 3165만원(실효세율 21.1%)이 된다. 각각의 급여소득 구간에 대한 세밀한 검토 없이 소득공제를 폐지할 경우 단 1원의 소득 차이로 무려 595만원의 소득세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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