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 2015년의 태양이 밝았다. 강원도 대관령 하늘목장에 붉은 햇살이 비추자 양 한 마리가 밤새 움츠렸던 추위에서 벗어나 고개를 든다. 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한 채 ‘말의 해’ 2014년은 저만치 흘러갔다. 서로서로 몸을 부대끼며 한겨울밤 추위를 이겨낸 양떼처럼 올 한 해 지역과 계층의 차이를 넘어 이웃과 함께하는, 온기를 나누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평창/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광복 1945, 희망 2045] 국민 여론조사

① 빈부격차 적고 복지가 잘된 사회
② 약자도 보호받는 평등한 사회
③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복지와 평등’을 꼽은 사람이 10년 전에 비해 급증한 반면, ‘경제적 풍요’를 든 사람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깊어지는 한편으로, 사회적 연대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가 광복 70년 새해를 맞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사회조사센터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특별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47.3%의 응답자가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돼 있는 사회’라고 답했다. <한겨레>는 광복 100년을 맞는 2045년을 앞두고 올해부터 남은 3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모색하기 위해 이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0명중 8명이 ‘복지·평등’ 꼽아
‘경제적 풍요’ 선택은
10년전보다 절반으로 줄어

<한겨레>가 10년 전인 2004년 5월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같은 질문에 ‘사회보장’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지만 응답률은 37.3%였다. 10년 동안 10%포인트가 늘어난 셈이다. 상위 1%의 평균 소득이 전체 평균 소득의 12.97배에 이를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계약직 증가나 퇴직연령 하향과 같은 고용불안 심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사회보장’에 이어 ‘힘없는 사람들도 평등하게 보호받는 사회’가 28%로 다음 순서를 차지했다. ‘평등한 사회’는 10년 전 조사에서 22.5%로 3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에 2위로 올라섰다. 최소한 심리적으로는 ‘약자들’에 정서적으로 공감하며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는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생활고 비관 자살 등 사회적 약자들이 구석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응답에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사회보장과 평등사회에 대한 응답을 더하면 75.3%로, 10년 새 15.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10년 전 2위(31.9%)로 꼽혔던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택한 비율은 절반 아래로 떨어진 14.8%로 3위로 내려앉았다.

주관적 이념 성향별로 살펴보면 진보층의 ‘평등사회’에 대한 선호도가 34.7%로, 보수(25.6%)나 중도(25.9%)에 비해 10%포인트쯤 높았다. ‘사회복지’에 대한 응답 비율도 진보(50.6%)가 보수(47.3%)나 중도(47.0%)보다 많았다. 이에 비해 ‘풍요 사회’에 대한 추구는 보수(18.3%)와 중도(16.2%)가 진보층(5.7%)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54.6%)와 50대(50.6%)에서 ‘사회복지’ 응답률이 가장 높아, 이들 연령층이 현실로 다가오는 노후 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복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10년 사이에 크게 많아졌다. ‘세금을 올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27.4%로, 10년 전 18.6%에 비해 10%포인트가량 올랐다.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37.1%에서 46.4%로 역시 크게 올랐다. 이에 비해 ‘낮추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10년 전 42.9%에서 22.1%로 급감했다. 복지를 위한 증세에 대한 저항감이 이전보다 줄어든 셈이다. 이번 조사는 12월12~15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조사의 오차 한계는 95%의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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