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과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을 주제로 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싱크탱크 광장] ‘박근혜 복지와 스웨덴 모델’ 토론회
박근혜 정부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한국형 복지국가’를 구호로 내걸고 탄생했다. 그렇다면 현 정부가 추구하는 복지정책의 실체는 무엇일까.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에 비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한국스칸디나비아학회(회장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과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은선 경기대 교수가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의 특성과 한국 사회에 대한 함의’를, 남찬섭 동아대 교수가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과 전망’을,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이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복지국가 운동’을 주제로 각각 발제를 했다. 토론자로는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문진영 서강대 교수, 김영순 서울과기대 교수가 참여했다.

■ 박근혜 복지의 실체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의 특성과 한국 사회에 대한 함의’ 주제발표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후퇴는 정권 초기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주 교수는 애초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복지정책에서 강력한 선별주의와 ‘70% 복지’ 사이를 오간 옛 한나라당과 달리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이던 2010년 말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의 슬로건을 연상시키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또 노무현 정부는 관료들에게 가로막혀 복지국가 전망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시장주의자이기에 복지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약집에도 이를 전향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주 교수는 “복지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할 경제민주화는 잊혀진 지 오래됐고, 기초연금이나 보육 등 공약이 줄줄이 파기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대선 당시 공약집에서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모호하게 적시해 사람들 헷갈리게 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사회투자형 생활복지에서 맞춤형 고용복지로 슬로건을 바꿔 복지혜택 대상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에 대해 “시민권력의 참여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권위주의적 정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한 예로 “기초연금 논의 과정에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흉내만 냈을 뿐 실제 권한은 행정부가 가지고 있었다. 애초부터 수정을 거듭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낼 의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집권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달성된데다 과거 집권세력의 입김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복지정책은 더욱 소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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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된 유럽 모델 일부 포장 
입맛 맞는 부분 선거용 급조 
복지정책에 갈등 요인 내재 
‘사회적 대타협’ 의지 안보여

■ 스웨덴 복지와의 비교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과 복지국가의 전형이라는 스웨덴 복지 모델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주은선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그동안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결여하고 있던 복지국가 비전을 제시하면서 한때 스웨덴 복지모델과 중첩돼 비쳐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 교수는 “이는 신자유주의 영향 속에 복지국가 위기를 경험하면서 변형됐던 유럽형 복지모델 구상 중 일부를 차용해서 포장했을 뿐이고, 그것조차 복지정책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한발씩 한발씩 후퇴해 스웨덴 복지모델과 중첩되는 것을 찾기란 더욱 희미해졌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복지를 매개로 한 사회통합에서 스웨덴과 한국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복지를 매개로 한 사회통합이 주효했다. 사민당이 ‘국민의 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을 때 스웨덴 역시 사회통합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고 복지국가라는 것이 사회통합을 구현하는 매개체로 작동했다”며 “우리나라는 소득 불평등과 계층간 이동 장벽 등 사회통합이 절실한 상황에서 복지가 통합의 매개로 작동해야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은 갈등적 요소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복지를 통한 사회적 연대와 통합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우리 사회가 참고하고자 하는 스웨덴 모델로 다가가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토론자로 나선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주 교수의 발제에 대해 “박근혜 정부 복지담론의 혼성적, 모순적 성격을 잘 보여줬다”고 동의한 뒤, 박근혜 정부의 ‘복지국가 건설’ 슬로건이 집권 1년도 안 돼 퇴색한 원인에 대해 “‘한국형 복지국가론’이 초기부터 진정성이 없었고 선거용으로 급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현 집권세력에게 스웨덴 복지 모델은 1990년대 연금개혁이나 사회서비스 분야의 민간위탁 증대 등 입맛에 맞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거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1950년대에 건강보험이 도입되고, 1960년대 이후 사회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국민총생산(GNP) 대비 조세 비중은 1950년 20%, 1960년 29%였다”며, 현재 우리나라 복지 수준을 스웨덴의 1950년대보다 뒤처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스웨덴은 1907년 산업노동자의 48%, 공공부문 노동자의 62%가 노동조합원이었다”며 “한국은 정당정치와 노조운동이란 시각에선 스웨덴의 1900년대 상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복지국가, 어디로? 남찬섭 동아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과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국전쟁 이후의 복지 논쟁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무상급식 논쟁으로 촉발된 2010년대 복지국가 논쟁을 주목했다. 그는 “2010년대 논쟁은 신사회위험이 큰 문제가 된 상황에서 일상생활정치가 전면화되면서 범사회적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런 의미를 현실적으로 구현해볼 기회는 보수세력으로 돌아갔다”며 “박근혜 세력은 이런 의미를 은폐하고 축소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복지국가 담론은 이념 담론에 의해 제약될 여지가 적잖다며 경계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은 규범적 의미에서 복지국가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시민사회 진영의 연대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2010년대 복지국가 논쟁 성격을 일상생활정치로 규정짓는 남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문 교수는 “2010년대 한국 복지논쟁을 생활정치로 승격시켜 그 사례로 무상급식을 예로 드는 것은 부정확하고 위험한 규정”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정치를 이야기할 정도로 빈곤과 불평등, 착취 등 계급정치나 해방정치에 따르는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일상정치로 뛰어넘으면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민주노총,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 21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공약파기 규탄 대회’에서 복지 공약 등이 담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공약집을 펼쳐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자유주의 뛰어넘는 정치 세력화 필요”

복지한국 앞당기려면

우리나라 ‘복지국가 운동의 전망’은 어떤가. 8일 토론회에선 복지국가를 둘러싼 정세 인식에서 낙관과 비관이 교차되는 등 사안마다 팽팽한 토론이 펼쳐졌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복지국가 운동’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지난해 총선과 대선은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선거였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선에선 유력 후보 모두 복지국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공약했다”며 “대통령 선거가 중요한 정책 이슈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때 유권자들이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복지국가’로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영순 서울과기대 교수의 인식은 달랐다. 김 교수는 이 위원장의 주장을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합의에 대한 과잉해석”이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선거 결과 국민들이 박근혜 후보의 복지 공약에 52%가 찬성하고, 문재인 후보의 복지 공약에 48%가 찬성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 오히려 정치학자들은 두 후보의 공약 차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복지가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고 한다”며 냉정한 판단을 주문했다.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는지를 두고도 두 사람의 시각은 달랐다. 이 위원장은 “무상급식을 계기로 국민들은 보편적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로 표현되는 복지국가 건설을 내세우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무상급식은 한국의 복지문제 논쟁을 촉발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무상급식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보육이나 기초연금 등 무상급식보다 보편적 복지의 비중이 훨씬 더 큰 이슈는 사그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무상급식은 대중들의 복지 문제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작은 관심, 그리고 복지 문제를 정치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야당의 무능력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분석했다.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를 두고서도 인식을 달리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들의 어려워진 삶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와, 기존 체계로는 단기적인 처방 효과도 없었다는 현실이 복지국가 담론을 출현시켰다”고 설명한 반면, 김 교수는 “글을 알아야 문맥의 의미를 이해하듯 정책을 이해해야 이 정책이 나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 계산을 할 수 있는데, 일반 대중들이 복지 문제에 대해 이런 정책적 해독능력(리터러시)을 갖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복지국가를 앞당길 정치적 대안에 대해선 두 사람은 ‘제3세력’의 출현이나 연합정치 등 정치적 변화를 기대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권 어디에도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복지국가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제대로 준비하는 정당은 보이지 않는다”며 “기존의 성장 중심 국가론과 신자유주의를 뛰어넘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가진 정당과 정치인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진보와 보수 양립구도보다는 민주당 내 진보블록(개혁파)의 지분이 확대되고, 사민주의 세력의 정치세력화가 이뤄져 연합정치에 의한 진보적 대안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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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복지 정책 태생적 한계로 후퇴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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