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돌봄 위기에 대한 복지국가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지난 1일 충북 청원군 오송읍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과 영국, 독일, 뉴질랜드 등 7개국 돌봄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싱크탱크 광장] ‘돌봄 위기 대응’ 국제학술대회
돌봄,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따른 돌봄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박영란 강남대 교수(실버산업학부)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돌봄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면밀히 검토해야 할 쟁점으로 우선 ‘수요자 중심의 지속적인 돌봄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그는 “5살 이하 영유아 135만명이 보육시설을, 65살 이상 노인 33만명이 노인장기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등 돌봄 수요자가 양적으로 크게 팽창했지만 돌봄 정책의 철학과 방향이 불분명하다”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 돌봄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지역사회 기반 수요자 중심의 균형잡힌 돌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 문제와 관련해 “양질의 사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민관 협력모델 개발과 보육시설 인증 제도 및 노인요양시설 평가 제도의 개선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돌봄의 또다른 이슈인 ‘돌봄의 여성화’에 대해 박 교수는 “사회적 돌봄의 성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돌봄노동 여성의 전략적 욕구를 적극 반영하는 성 인지적 돌봄 제도의 설계, 돌봄과 취업활동 병행 지원 확대,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돌봄 서비스는 양적인 확대와 더불어 품질 개선과 전문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특히 ‘돌봄의 사회적 권리 보장’에 주목했다. 그는 “사회적 돌봄 제도는 사회서비스뿐만 아니라 휴가, 수당, 세제 혜택 등의 요소가 적절하게 혼합돼 구축된다”며 “모든 국민들이 평생 양질의 돌봄을 받을 권리와 근로자들이 가족 구성원을 돌볼 권리를 모두 보장하는 ‘돌봄의 사회적 틀(패러다임)’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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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돌봄 공백 커져 
영국 등 7개국 전문가 열띤 토론 
“양적 확대 더해 전문화 노력하고 
사회 투자 관점에서 서비스 봐야 
재원 마련은 사회보험보다 조세로”

영국, 건강·돌봄 서비스 통합 애로 
미국, 사회복지 정부지출 감축 고심 
뉴질랜드, ‘살던 곳서 나이들기’ 눈길 
중국, 어린이 돌봄 지역편차 고민

각국 ‘돌봄 공백’ 사례

각 나라가 당면한 돌봄 위기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배경에 따라 각양각색이었고, 해결 방안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우선 영국은 재정 문제와 함께 건강 서비스와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통합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존 글래스비 영국 버밍엄대 교수는 “건강과 돌봄 서비스의 분리는 영국 시스템의 아주 오래된 특징”이라며 “서비스의 통합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영국 시스템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가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면한 미국은 돌봄 정책을 포함해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 지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으로 제기됐다. 미국 사례를 발표한 대니얼 리(이부덕) 숭실대 교수는 “미국이 직면한 고민은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를 받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훨씬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설득시켜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과 뉴질랜드 사례에서는 ‘노인 돌봄 공백’에 대한 방안이 제시됐다. 일본은 65살 이상 노령인구가 2012년 2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구로키 야스히로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고령사회인 일본은) 오이시디 국가 중 1인당 보건 지출, 정부 지출 중에 보건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 기용과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전반적인 사회보장 서비스의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살던 곳에서 나이들기’ 개념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필 해링턴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는 “이 개념은 노인들이 돌봄 시설에 들어가기보다는 그들이 살아오던 집이나 지역사회에 머무르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렇게 되면 노인 돌봄의 질에 훨씬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어린이 돌봄의 지역적 편차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중국 어린이의 복지 및 교육 자원 불균등 분배’를 연구한 펑화민 중국 난징대 교수는 “중국의 어린이를 위한 사회복지는 2007년 들어 비로소 보편주의 복지로 발전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지역적 불균형이 크다. 특히 중국 북서 및 남서지역 등 저개발 지역을 개선하는 것이 어린이 돌봄 정책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돌봄이 지속되려면?

기조발제자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도미닉 리처드슨 박사는 사회적 돌봄 서비스가 오이시디 국가들이 주목하는 사회정책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늘고 있는 반면 각 나라의 공공예산은 줄어들고 있다”며 “비용 절감과 동시에 사회적 성과를 증대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건강, 교육, 빈곤, 주거, 아동 돌봄 등 통합적 사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스벤 호르트 서울대 교수는 “돌봄 서비스를 사회 투자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며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은 복지와 사회 돌봄 서비스의 핵심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세계적인 상황을 보면 국민들이 국가에 대해 신뢰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국가가 복지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의 풀’ 운영이 필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세 나라의 ‘돌봄 공백’을 비교 분석한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한·중·일 모두 (돌봄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잔여주의에서 제도주의로 변하면서 국가가 가족의 역할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반면 일본은 국가와 가족이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윤 교수는 한·중·일 모두 사회보험에서 돌봄 서비스의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돌봄이 지속가능하려면 사회보험이 아니라 조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도 농업과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회보험 방식으로는 돌봄의 공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송/글·사진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4일 오후 충남 예산 리솜스파캐슬에서 열린 ‘2013 충남도민회의’ 참가자들이 복지 분야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충남지역 복지정책 토론…도민들 증세안 찬성 
2013 충남도민회의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역의 복지공동체를 어느 수준을 목표로 삼아 꾸릴 것인가.

4일 오후 충남 예산 리솜스파캐슬에서 열린 ‘2013 충남도민회의’는 복지와 민주주의의 관계, 그리고 주민 참여의 의미를 아우르는 자리였다.

2010년에 이어 두번째 열린 충남도민회의는 충남도의 중장기 정책을 추진하는 첫 단추로, 주민들이 직접 정책 방향을 토론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올해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 수요에 발맞춰 구체적 정책 방향과 재정 마련 방안을 두고 4시간 내내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최고령 참가자 최병운(82·금산군)씨는 “아동복지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정책들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복지재정 위해선 탈세 막고 증세해야”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복지 재정 해결방안 찾기였다. 복지 수요를 감당할 재정을 마련하려면 탈세를 막고 ‘부자 증세’나 대기업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 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한 민간 부문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기업·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방식에 참가자들 다수가 찬성 뜻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충남형 복지공동체 추진을 위한 재원 방안 마련을 두고, 참가자들 다수는 ‘대기업·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하고 자신들도 ‘복지 재정을 위해 세금을 더 낼 뜻이 있다’고 답했다. 참가자 가운데 85%가 대기업·부자 증세 방안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13%에 그쳤다. ‘복지 예산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위해 세금을 더 내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있다’고 답한 참가자는 86%였고 ‘없다’는 11%였다. 이날 회의에 맞춰 10월28~30일 충남도가 도민 537명과 도정평가단 또는 정책서포터스 등에 참여하는 도민 10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일반 도민은 71.5%, 참여 도민은 83.3%가 대기업·부자 증세에 찬성했다.

공모·추천을 통해 이날 회의에 참여한 일반 도민 200여명과 복지 서비스 이용자,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까지 모두 400여명은 중장기 복지·보건 계획에 반영될 정책들에 대해 10명 안팎씩 조를 나눠 토론과 전자투표기로 결정했으며 2000여명은 휴대전화 등으로도 참여했다.

충남도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복지 수준과 방법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상위 10% 이내 수준’과 ‘맞춤형 복지 체계’가 가장 많이 꼽혔다. 충남도의 저출산·고령화, 아동·보육, 장애인 복지, 여성·가족, 보건·복지·식품안전 등 복지 분야 지표는 다른 광역도의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충남도는 국가(지자체)와 시장, 시민사회가 협치(거버넌스)를 통해 맞춤형 생활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충남형 복지공동체’를 대안으로 내놨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진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 향후 10년의 복지·보건 중장기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복지의 원동력은 실질 민주주의 참가자들은 복지 비용이 국가 부채를 반드시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 사례를 보면, 복지정책이 잘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는 북유럽의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비용이 30%를 훌쩍 넘지만 국가 부채가 30~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견줘 최근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남부 유럽의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은 복지 비용이 20% 중반에 머물면서도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120~160%에 이를 만큼 위험한 상태다.

실질 민주주의 정도와 납세를 회피하지 않는 비율 사이의 상관관계도 논의됐다. 북유럽 나라들은 실질 민주주의 점수와 납세를 회피하지 않는 비율이 모두 10점 기준 8~9점으로 높았다. 반면 남부 유럽 나라에서는 두 수치가 모두 저조했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행정학)는 “주민 참여로 책임을 공유하는 실질 민주주의가 납세율을 높이고, 이를 재원으로 복지정책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결국 문제는 민주주의와 닿아 있다”고 말했다.

예산/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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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광장] “지역사회 수요자 중심 돌봄 시스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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