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사회를 바라보는 20대, 30대는 진로와 주거, 40대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유세를 유권자들이 지켜보는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40이 본 우리 사회] 
사회·경제 여건 어떻게 느끼나
우리 사회의 20∼40세대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2040세대 다섯 명 중 세 명이 ‘나의 삶이 불안하다’(58%)고 응답했다. ‘안정되어 있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20대는 59.9%가, 30대는 55.8%가, 40대는 58.6%가 불안감을 토로했다.

20대 취업·30대 노후·40대 자녀교육 ‘불안감 1위’
양극화 심한 분야 자산 29% 기업격차 24% 꼽아
63% “시민참여로 정치 바꿀수 있다” 희망 안버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대 못지않게 40대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40대는 소득 등 사회경제적 지위 면에서 안정기에 접어드는 연령층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불안감을 씻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래가 더 이상 안정적이고 예측가능 하지 않다는 현실 때문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현재의 지위에서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40대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정규직 종사자는 안정감(49.1%)과 불안감(50.9%)이 반반으로 나타난 반면, 비정규직은 불안감이 71.7%에 이르렀다. 고용의 형태에 따라 느끼는 안정성에서 차이가 난다.

불안이 2040세대를 묶는 공통점이지만 불안의 내용은 다소 다르다. 20대가 느끼는 핵심적 불안은 △취업 등 진로(55.2%) △주거 불안(16.6%) 순이었다. 30대가 느끼는 3대 불안은 △노후불안(22.2%) △자녀 교육(20.8%) △주거 불안(20.5%) 등이었다. 40대는 자녀교육 불안이 31.9%로 가장 높았고, 노후 불안(29.6%), 고용 불안(14.7%) 순으로 나타났다. 20대가 취업 등 진로 문제로 불안을 느끼는 건 충분히 짐작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30대부터 노후를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일찍부터 노후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극심하고 사회안전망은 취약한 사회가 양산해내고 있는 전례없는 사회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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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분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2040세대를 통틀어 부동산 등 자산의 양극화(29%)가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24.2%)가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양극화(20.5%) △사교육비 지출에 따른 교육기회의 양극화(17.2%) △출신 대학에 따른 취업 기회의 양극화(9.2%) 순이었다. 취업 등 진로 고민에 직면한 20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27.4%)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30대와 40대는 자산의 양극화(30대 33.9%, 40대 27.8%)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40대는 교육기회의 양극화(25.4%)도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교육 기회를 결정하면서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040대가 느끼는 사회의식에 ‘불안’과 ‘양극화’가 팽배해 있지만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조사 결과, 2040세대의 68%가 ‘미래 희망이 있다’고 응답했다. 희망의 크기는 연령에 반비례해 20대(73.9%), 30대(68.2%), 40대(63.1%) 순으로 나타났다.

그럼 2040세대는 어디에서 희망의 근거를 찾고 있을까? 2040세대의 높아진 정치적 관심(‘과거에 비해 정치적 관심이 상승했다’ 46.4%)은 이를 보여주는 한 가지 단서다. 총선과 대선에서 시민의 참여가 정치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이른바 ‘정치적 효능감’이 63.2%에 이른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정치적 참여가 자신의 미래를 희망으로 바꿔내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2040세대의 69.2%는 자기 세대가 ‘윗세대에 비해 경제적 안정의 기회가 적다’고 응답했다. 세대별로는 20대의 71.8%, 30대의 70.4%, 40대의 66.2%가 세대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40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40대가 기성세대인 50대 이상보다 2030세대에 더 동질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우리사회의 중요한 정치현상으로 자리잡은 2040세대간의 ‘정치적 연대’는 이런 사회경제적 연대의식에 기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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