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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들만의 개혁운동 벗어나
온라인서 거리서 현실이슈 공론화 활발
흩어진 목소리 아우르는 모임도 잇따라
“SNS 시대 시민정치 영향력 더 커질 것”
1960년 4·19 혁명, 1980년 5월 광주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시민항쟁은 한국사에서 시민의 힘을 떨친 ‘역사적 사건’이다. 시민의 폭발적 저항이 발현된 이들 사건의 이면에는 독재의 폭압과, 일상의 정치에서 철저히 배제된 ‘기본권조차 박탈당한 시민’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동운동의 성장과 함께 권력감시·여성·환경·인권·교육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등장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이 대표적 단체들이다. 이들은 정부의 각종 정책에 관여하는 준정당적 성격을 띠기도 했다. 이 시대의 시민은 주로 이들 단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발언을 표출했다. 이들이 여는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거나 후원을 하는 등의 형태로 정치와 정책에 간접 참여한 것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이를 ‘대의의 대행’이라고 칭했다. 정당이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시민단체가 그 구실을 대신한다는 뜻에서다.

2000년대 이후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이런 흐름과 또다른 사회운동의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를 ‘시민정치운동’이라고 규정한다. 가장 큰 특징은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자발적 시민 주도형이란 점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일상적 ‘물밑 네트워크’ 형태라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신 교수는 “시민정치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전업운동가는 아니지만 불만이나 욕구가 무르익으면 물밑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정치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시민정치운동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1990년대 정치경제개혁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흐름을 ‘생활정치운동의 주기’로 규정하고, 이런 흐름이 ‘유연 자발집단’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온라인을 매개로 한 다양한 커뮤니티는 소속감은 있더라도 구속력이 약하며 느슨하게 운영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유연 자발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특정 이슈의 온라인 공론장에서 폭발적으로 의견을 쏟아내다가 어느새 거리를 메우는 거대한 집합적 군중으로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없이 작동하는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런 집단을 하나로 묶어내는 운동방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금천구에서 시민들 스스로 첫 콘퍼런스를 연 ‘씽크카페’가 대표적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모인 200명의 시민들이 교육·복지·일자리 등 자신이 직접 만든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3월 말 발족한 ‘내가 꿈꾸는 나라’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런 흐름이 나타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2년 미선·효순 추모집회, 2004년 탄핵 반대 집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집회 등 ‘촛불’로 상징되는 대규모 시민행동의 경험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시민들의 생활 이슈에 대한 관심도가 커진 것도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이택광 경희대 국제캠퍼스 교수는 “촛불집회를 계기로 그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바람직한 삶에 대한 욕구 표출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무브 온’을 비롯해 일본,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흐름이기도 하다. 조대엽 교수는 “정보네트워크가 발전해가면서 시민정치운동의 흐름과 영향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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