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북카페’가 지난 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 개최 소식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해듣고 참가한 시민들이 계단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는데, 경찰의 집회 불허에 항의하는 새로운 형태의 ‘책 시위’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북카페’가 지난 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 개최 소식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해듣고 참가한 시민들이 계단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는데, 경찰의 집회 불허에 항의하는 새로운 형태의 ‘책 시위’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인터넷·SNS서 모임 꾸리고, 생활이슈에 집단행동
[시민, 정치를 바꾼다]

등록금·세금·무상급식 등

온라인 공간서 토론하다

이슈 떠오를때 함께 행동

80년대 민주화운동

90년대 시민운동 이어

시민 직접정치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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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젊은이 40여명이 해치마당 계단 앞에 앉아 일제히 책을 펼쳐 들었다. 이들은 말없이 한동안 ‘집단 독서’를 했다. 이 진풍경은 애서가들의 행사가 아니었다. 반값 등록금 도입을 촉구하는 ‘책 시위’였다. 독서는 집회를 불허하는 경찰에 항의하는 일종의 패러디였다.


이들 속에 있던 대학생 이은범(23)씨는 이날 처음 거리시위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올해 3월 ‘20대 파티’ 회원이 된 ‘개념 찬’ 시민이다. 20대 파티는 젊은 유권자들의 자발적 모임이다. 동네와 온라인 등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정치적 이슈를 놓고 토론하는 미국의 ‘커피파티’ 운동을 본뜬 것이다. 이씨는 “무상급식 이슈처럼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 결국 정치권도 반값 등록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민이 직접 내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인터넷기업을 운영하는 전철환(31)씨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시민정치에 참여한다. 전씨는 평소 세금에 대해 불만이 적잖던 터에, 시민의 힘으로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세금혁명당’ 발족 소식을 듣고 동참하기로 했다. 세금혁명당은 세제 개혁을 촉구하기 위한 풀뿌리 시민정치 모임이다. 전씨는 이 모임을 위해 세금이 낭비된 사례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릴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제작해주기로 하고 현재 작업중이다. 그는 “잇따른 사업 실패를 겪으면서 이 사회가 패자에게 얼마나 냉정한지 깨달았다”며 “2008년 촛불집회를 겪은 뒤부터 나는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내 나름의 능력을 통해 좋은 사회를 위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는 국회의원과 반대하는 국회의원의 명단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반값 등록금 앱’을 구상하고 있다.

정책이나 정치 이슈에 대해 시민이 직접 행동을 취하는 이른바 ‘시민정치’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 폭넓게 번지고 있다. 이 흐름의 특징은 시민들이 직접 정치와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보통 땐 동네나 온라인에서 수다를 떠는 ‘물밑 네트워크’로 존재하다가 자신들과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 이슈나 정치적 상황이 나타나면 수면 위로 솟구쳐 ‘촛불’이 되는 식이다. 나이·지역·직업을 초월해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시민운동의 흐름에서 보면 기존의 민주화운동 단체들의 활동(제1의 물결)이나 시민단체 중심의 운동(제2의 물결)과는 사뭇 다른 ‘제3의 물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내가 꿈꾸는 나라’(내꿈)가 지난 4일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시민의 정치의식 및 참여도 조사’ 결과(<한겨레> 6월9일치 10면)에서도 확인됐다.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기에 그 표출 방식이나 형태도 갖가지다. 김지연(22)씨는 아예 ‘시민의회’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동분서주한다. 시민의회는 시민정치운동 모임인 ‘내꿈’에 동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리는 일종의 모의의회다. 김씨는 이 모임에서 스스로 법안을 만들고 이를 토론해보는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이 한층 깨어나고 성숙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등록금이나 취업 문제 등으로 큰 불안에 시달리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면 정치가 제구실을 하고, 청년들이 직접 자신의 뜻을 과감히 표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관련 기사]

시민정치운동 ‘제3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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