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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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수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장

절실한 사회적 필요가 있어도
구매력이 없으면 외면당한다
이렇듯 경제 생태계에서 일반
기업이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풀뿌리기업이 풀어가야 한다

건강한 숲은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 그리고 풀이 서로 잘 어울려 있어야 한다. 큰 나무는 목재로, 작은 나무는 땔감으로 쓰이고 풀은 거름이 되어 자기의 역할을 다한다. 한쪽으로만 기운이 쏠리면 숲의 생태계는 무너지고 인간이 받던 숲의 혜택도 사라진다. 큰 나무가 너무 무성해 하늘을 가리고 햇빛을 혼자 차지하면, 먼저 작은 나무와 풀이 살아남지 못한다. 다음엔 큰 나무 차례가 된다. 햇빛이 들지 않는 땅바닥에서는 큰 나무의 씨앗도 싹을 틔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산업이나 기업이 활동하는 경제시스템에도 숲의 이치가 작용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협동조합이나 사업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나 사회적 기업 같은 풀뿌리기업이 함께 경제의 숲을 이루고 이 사회를 위하여 자기의 고유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과 조화를 통하여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풀뿌리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산액이나 고용규모 어느 쪽을 보더라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평균 10% 안팎인 유럽 국가들에 견줘 무색할 지경이다. 우리나라 풀뿌리기업이 이렇게 취약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풀뿌리기업이 일반 기업과는 그 역할이 다르고 기반이 다름에도, 일반 기업과 같은 경기규칙을 적용하고 자원도 동일한 기준으로 배분하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 특히 대기업은 세계화와 기술발전이 가져온 경영환경의 변화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을 놓고 무한한 가격·품질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기에 적용되는 경기규칙은 개체 간의 경쟁뿐이며 효율과 성장과 수익성이 승패를 가르는 싸움이다. 자원은 시장을 통해 승자독식으로 배분된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우리의 대기업, 특히 해외시장에 치중하는 제조업체도 이 경기규칙을 지키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비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 우선 세계적 규모의 가격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건비 감축이 핵심적인 경영 목표가 되며 이는 국내에서의 고용 감축으로 이어진다. 이제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줄이기 위해 투자를 한다. 실업의 문제,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다.

또한 수익성과 이윤이 확실히 보장되는 시장으로만 생산자원이 몰리다 보니, 절실한 사회적 필요가 있어도 구매력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시장은 자본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지불능력이 없는 소비자의 필요나 욕구는 생산자의 관심 밖이다. 빈곤층에 대한 사회서비스가 시장을 통해서는 공급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렇듯 경제 생태계에서 일반 기업이 풀지 못하는 문제나 그들이 새로 만든 문제를 풀뿌리기업이 풀어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풀뿌리기업이 잘 살아나 제구실을 잘할 수 있을까. 먼저 일반 기업과는 다른 경기규칙과 자원배분의 기준을 만들고 이를 모두가 지켜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로컬 스탠더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개체 간의 경쟁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가 풀뿌리기업의 행동원리가 되어야 한다. 효율과 성장, 수익성은 목표가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와 협력과 통합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풀뿌리기업이 생산자원을 구입하거나 생산물을 판매할 경우에도 시장을 통한 교환뿐 아니라 다양한 자원배분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자원봉사나 기부, 윤리적 소비 등 시장이나 화폐로 환원할 수 없는 새로운 자원배분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풀뿌리기업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실업자를 고용하면서 자본이 외면하는 사회서비스 시장을 키워야 하는 이중의 짐을 지고 있다. 이 짐을 지고 가는 데는 사람이 필요하다. 남과 다른 사고습관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키워야 한다. 새로운 사고습관도 길러야 한다. 풀뿌리기업가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자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seschool.kr)의 사명이기도 하다.

서형수 풀뿌리사회적기업가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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