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곳은 같으나 속도 차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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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31 16:38 |
야4당과 한겨레경제연구소 연속정책토론 ‘진보와 미래’
“진보개혁정당의 시대인식과 정체성” 좌담
부족한 것이 ‘시간’인가, 아니면 ‘신뢰’인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4당이 벌이는 ‘연대’와 ‘통합’ 노력이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임이 다시 확인되었다. |
지난 8월30일 오전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회의실에서 진행된 연속정책토론 <진보와 미래> “진보개혁정당의 시대인식과 정체성” 좌담 내내 야4당 정책연구소 대표들은, 때론 여유 있는 웃음으로, 때론 날선 발언으로, 각 정당의 입장을 치열하게 개진하였다. 정당 질서의 재편 없이 선거 승리와 집권 후 성공이 어렵다는 당위에 공감했지만, 그 내용과 속도, 효과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작지 않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곽노현 교육감 사건까지 겹치며 현실은 더욱 복잡해졌다. 시간도, 신뢰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사회를 맡은 박창식 <한겨레> 논설위원은 “왜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 통합에 참여하겠다는 가입원서를 냈는데 받아들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으로 좌담을 시작했다. 김석연 상상연구소 소장은 “국민참여당의 자유주의적 성향,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심화의 역사적 책임, 함께 투쟁한 경험 부재에 따른 신뢰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노항래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집권 당시의 능력 부족과 더 적극적 복지정책을 펴지 못한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보다 균형 있는 비판이 필요”하며,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잘할 것”이라고 했다.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 역시 “단순히 자유주의세력이라는 이유로 배제해서는 곤란하다. 5·31 합의문 역시 그것을 수용한 정치세력과의 통합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를 ‘검증’하는 절차는 본래 없다”고 참여당과 진보정당의 통합을 주장했다.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장은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진보개혁세력의 통합과 재구성을 요청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진보의 범위가 확장되고, 정치문화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주요 정책현안들에 대해 각 정당은 ‘방향’의 차이를 많이 좁혔으나, 이를 실현하는 ‘속도’에 있어서는 아직 격차가 컸다. 한미FTA 문제의 경우,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입장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주장이 가장 극명하게 대립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은 투자자-국가제소조항 재협상을 포함한 ‘10+2’ 제재협상안을 내놓는 등 기존 입장으로부터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원장은 “민주당이 추구하는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이념과 한-미 FTA, 한-EU FTA는 마찰을 빚는다”면서, “국민경제의 성장모델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민주당의 노력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노부원장은 “한-미 FTA가 지나치게 과잉의제화된 것은 문제다. 국익 관점에서 보면 현 정부의 FTA 정책은 당연히 반대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최소장은 “민주당이 계속 현재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새롭게 제시한 정책방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김소장은 “재벌개혁을 위해 필요한 과감한 규제라는 칼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태도가 기회주의적이라고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박원장은 재벌개혁의 중장기적 방향은 진보정당의 견해와 같지만, “구체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종합편성채널 문제에 대해 노부원장은 “시장-정치-언론권력의 기득권 독점체를 무너뜨리기 위해 종편을 반드시 원점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원장 역시 “내년 총선에 다수당이 되어, 되돌릴 것은 되돌려야 한다”며, “종편으로 인해 언론시장 왜곡과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철저한 준비와 협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통합 합의문에서 이미 ‘종편회수’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네 정당 사이의 큰 차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주한미군 철수와 종속적 한미동맹 해체라는 합의사항에 대해 최소장은 “평화체제의 달성과 단계적 미군 철수가 핵심”이라고 설명했고, 박원장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부드러운 표현이 필요하다”며, “내용상 그 정도 제안이라면 얼마든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 복지재정기획단이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에 대해선 입장이 많이 갈렸다. 김석연 소장은 “민주당이 여전히 추가적 증세에 소극적이며, 돈에 맞춰 복지수준을 기획하는 소극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비판하였다. 이에 대해 박순성 원장은 “복지국가로의 길은 국민과 소통하며 조심스레 가야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위원회와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를 동시에 두고 복지와 사회정의 모두를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항래 부원장 역시 복지논쟁이 ‘증세-감세’ 프레임에 갖히면 실패한다고 지적하면서 “단계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시야가 중요하다. 참여정부가 만든 <비전 2030>을 다시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규엽 소장은 “실천에 대한 신뢰가 우선 중요하다. 일단 연 33조 재원마련부터 제대로 시작하라”고 지적했다. ‘방향’은 같지만 ‘속도’만 다르다고 해서 그 차이가 작은 것은 아니다. 현실에선 그 ’작은 차이’가 둘을 갈라놓는 큰 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대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박 원장은 “국민참여당을 포함하는 통합진보정당이 출범한다면, 이 자체가 대통합이 가능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부원장은 “대통합론은 민주당의 패권주의를 보여준다”고 반박하면서, “진보정당통합을 통해 민주당에 무시당하지 않는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소장 역시 “민주당 당원의 계급구성은 진보정당과 다르다. 더욱이 10년 집권 기간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이 부족하고, 당원민주주의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민주당의 통합 제안은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설령 하더라도 그것은 대선 이후에나 논의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소장도 “민주당의 대통합 제안은 진실성이 없어 보인다. 공동입법노력 등 현실 가능한 연대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박원장은 “민주당의 패권주의적 태도, 집권 기간에 대한 반성 부족 등에 대해 일부 공감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변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통합 논의를 닫지 말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최소장은 “통합은 차이점을, 연대는 공통점을 더 드러낸다”고 하면서, “불가능한 제안으로 야권 단합을 해치지 않길 바란다”며 대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두 시간 동안의 좌담을 정리하며 박창식 위원은 연대와 통합 논의가 정당관계자들끼리의 닫힌 협상이 아니라, 적극적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주문하며, 정당 연구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순성 원장은 야4당 정책연구소장들이 정책연합 논의의 본격적 시작을 공식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김석연 소장은 각 정당 연구소와 정책위원회의 실무진들이 선거 일정에 앞서 공동으로 정책논의를 진행하자고 했다. 최규엽 소장 역시 정당 연구소들이 주도하여, 올해 안으로 내년 선거를 위한 공동정책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