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등록 : 2015.03.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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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이 발간한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기업 234곳이 2013년 한 해 동안 2조8114억원을 사회공헌에 집행했다. 2012년 대비 13.6% 감소한 금액이지만,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출 비율은 전년의 3.37%에서 3.76%로 더 높아졌다. 이 비율은 일본의 1.77%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경기침체로 절대적인 집행 규모는 줄었으나 경영 성과를 고려했을 때 전년보다 더 많은 비율의 금액을 사회공헌에 지출한 것이다.
기업 내부의 시스템도 체계화되고 있다. 조사 대상의 70%가 넘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을 기획하고 있으며, 사내에 전담 부서와 예산 제도 등을 갖춘 곳도 60% 이상이다. 담당자들 대부분은 사회공헌이 경영 전략을 포함한 기업 경영 활동의 하나라고 응답한다. 성과 측정도 자원 투입량이 아닌 사회에 끼친 영향으로 판단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전략적으로 접근해 발전시키고 있다. 기업의 특성을 살려 자체적 기술과 노하우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 등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전략적 사회공헌’은 당연해 보인다. 2000년 전후로 기업의 사회공헌이 활발해지며 벌써 10여년 이상의 노하우가 쌓였다. 특색있는 사업으로 기업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자 하는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필요도 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형태의 사회공헌은 최근 유행하는 공유가치창출(CSV)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사회책임경영(CSR)의 성과를 보고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추이는 최근 2~3년간 큰 변화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영리기업은 2012년 78곳, 2013년 74곳, 2014년 77곳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사회책임경영 범위는 기업의 지배구조부터 조직의 밑단까지다. 때론 시스템을 변화해야 하는 일이기에 시간이 걸린다. 반면 사회공헌은 비교적 지출한 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소홀한 사회책임경영으로 부정적인 이슈가 생긴다면 오히려 그간 진행해온 사회공헌활동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