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생협 공제, 전문가 연속기고>
④송재일 명지대 교수(법학)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을 꾀하는 생협공제는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을 꾀하는 생협공제는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생협공제의 출발을 위해 입법작업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1981년에 출범한 이후,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의 구현과 소비자 권익 제고를 주 임무로 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기업의 혁신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후생을 제고해왔다. 또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생태계 구축에 역점을 두어 국민의 신뢰를 받아 왔다. 법학자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생협공제의 성공적 출발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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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의 혁신을 가져온 생협법 개정


정부(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 3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을 개정하여, 생협이 조합원이 이용하는 공제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당시 개정이유를 살펴보면, “지난 25년여 동안 한국 사회에서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운동을 통해 우리농업을 지켜오며 친환경농업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앞으로 더욱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역할을 강화하여 사회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필요가 있으나, 현행법은 10여 년 전에 제정되어 변화된 소비자의 생활환경과 욕구를 담아내기에 부족하고 생활협동조합이 미래지향적인 발전과 역할을 하는 데 상당한 장애를 겪고 있음.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생활 밀착형 소비자 운동의 선구적 조직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자주·자립·자치적인 활동을 촉진시켜 소비자의 복지향상을 넘어서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임”에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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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법 개정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생협공제는 소비자 운동을 위한 생협의 활성화와 국민의 복지 및 생활문화 향상에 목적이 있으며, 생협 2.0을 위한 혁신적 입법안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그동안 생협의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당사자인 생협은 공제 실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청사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생협법 제65조에 따르면, 연합회의 사업으로서 회원 또는 회원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동법 제11조는 연합회나 전국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등 ‘시행주체의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동법 제66조에서는 연합회가 공제사업을 할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의 실시방법, 공제계약 및 공제료 등이 담겨진 공제규정을 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제사업의 건전한 육성 및 계약자의 보호를 위하여 공제사업의 감독에 필요한 기준을 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등 ‘하위법령(공제규정과 공제감독기준)의 문제’가 있다.

생각건대, 먼저 공제 시행주체는 연합회나 전국연합회 모두 가능하다고 해석되며, 구체적으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한 경우 진입하게 해주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공제규정이나 공제감독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만들어주면 된다. 공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타 협동조합이나 비영리법인들이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여 만들면 될 것이다. 지금 부재한 전국연합회만으로 공제 시행주체를 한정하는 것은 2010년 생협법 개정취지에 벗어난 해석이라고 본다.

유념할 점은 공제는 보험이 아니다. 이는 생협법 제11조에서 밝힌 대로, “연합회·전국연합회의 공제사업에 관하여는 「보험업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와 같은 이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과 같은 정도의 리스크를 예상하고, 공제에 과도한 규제를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가능하다면 처음에는 작은 규모로 공제사업을 시범 실시하여 생협연합회 스스로 역량을 키우게 하고, 소비자들의 민주적 자율사업체로서 생협연합회 스스로 감독하고 자율규제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당사자가 자기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 규제, 자율규제가 세계적 추세이며 규제의 일관성 및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려할 수 있다.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을 위한 생협공제


우리나라 생협은 국내 소비자나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세계협동조합들을 하나로 묶어 그들을 대표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적인 비정부기구인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도 그 공정성, 투명성,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생협을 포함한 협동조합이 윤리적 기업인 동시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음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에서 소비자는 곧 조합원이라서, 일반기업과 다른 민주적 통제구조를 통해 선순환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1년 겨울에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이름하여 케이(K)-협동조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15년부터 국제사회는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에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전 세계의 협동조합들 역시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협공제는 생활의 위험을 대비하고 건강 활동 및 질병예방을 조합원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전 연령층을 위한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수 요소이다. 생협공제는 우리 정부의 실천사례 중 하나로 유엔에 보고될 수 있다. 생협의 주무관청으로 생협공제의 성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보람이 될 것이고, 생활밀착형 소비자운동의 선도조직인 생협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치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2010년 생협법 개정이 미래의 생협을 위한 혁신적인 지원책이었듯이, 미래의 대한민국은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생협공제 출범에 들인 정성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소비자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끝>

송재일 명지대 교수(법학)
송재일 명지대 교수(법학)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81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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