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HERI의 눈] ‘택시협동조합 방화사건’에 대한 단상

다른 기업들처럼 협동조합도 흥망성쇠 겪는 유기체
협동조합 전체를 도매금으로 넘기는 부당한 상황 우려


협동조합 정신과 원칙, 민주적 거버넌스 추구하는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협동조합의 등장과 활약 기대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누리집 갈무리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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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어느덧 8년이다. 물꼬가 터진 협동조합은 여러 산업과 지역에 봇물처럼 생겨났고 이제 우리 국민들에게도 가까운 존재가 됐다. 협동조합들이 많아지다 보니 격려와 응원을 받는 성공사례도 있고 걱정과 우려를 자아내는 실패사례도 있다.

택시산업에도 협동조합이 진출해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20개가 넘는 택시협동조합들이 운영 중이고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택시협동조합의 장점을 점점 더 많은 택시노동자들이 인정해 가는 모양새다.

최근 한 택시협동조합에서 발생한 우발적 방화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해당 택시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첫 번째 택시협동조합이기도 하고 여러 이슈로 주목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또 한번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이다.

해당 협동조합과 선의의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조심스럽지만 삐뚤어진 세간의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언급을 피하기보다 협동조합운동 내부의 관점과 의견을 적극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저의를 의심할만한 지나친 주목과 편협한 시선이 택시협동조합 또는 협동조합 전체를 도매금으로 넘기는 부당한 상황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문제를 논의할 때 다음의 세 가지 시각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협동조합은 그 원리가 다를 뿐 주식회사 등과 같은 기업이므로 기업 범주에서 보는 시각이다. 주식회사에 별의별 문제들이 있지만 개별 오너 또는 기업의 문제이지 주식회사 일반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또한 모든 기업은 흥망성쇠를 겪는 유기체이므로 사업체인 협동조합도 하기 나름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협동조합도 기업다워야 하며, 협동조합마다 고유한 주체들로 구성된 개별 사업체이기 때문에 문제와 실패를 이야기할 때도 협동조합 일반이 아닌 특정 협동조합의 문제 또는 실패를 분별해야 한다.

다음은 협동조합으로서 협동조합다운 본질을 확보하고 있느냐 하는 정체성에 관한 시각이다. 모든 집단이 그러하듯 질서를 유지하고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돈의 힘이든, 강력한 권력이든, 정신과 원칙의 힘이든.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공유하는 협동조합 정신과 원칙이 중심이어야 한다. 정신과 원칙이 바로서야 방향과 방법이 정합되고 과정과 결과가 일관된다.

또한 조합원들이 참여하고 민주적으로 작동하는 거버넌스가 존재하는가 하는 민주적 조직으로서의 시각이 더해져야 한다. 함량 미달의 협동조합, 무늬만 협동조합인 경우에는 협동조합의 틀을 빌어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통일되지 않은 원칙, 불충분한 합의, 통제되지 않는 욕망 등이 무질서하게 생성되고 충돌한다. 요식적인 총회와 형식적인 소통은 조합원들과 진정으로 공유하고 교감했다고 보기 어렵다. 리더가 자신의 욕망으로 앞서가거나 리더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면 리더와 조합원들의 이반과 괴리는 불가피하다. 나아가 최소한의 ‘게임의 법칙’에 대한 인정도 승복도 없고 분파적 이기가 무한 질주한다면 더 이상 협동조합의 미래는 없다.

택시협동조합과 같은 노동자협동조합은 노동자소유기업과 협동조합 원리가 결합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공동 소유와 민주적 운영을 통해, 사업적 능력을 확보하고 발휘하여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은 사업체임을 자각하고 협동조합의 원리에 맞게 독특한 사업경쟁력을 구축해 나간다면 일반기업보다 더 큰 성과와 생명력을 가질 수 있고 조합원들과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기업으로서, 협동조합으로서, 민주적 조직으로서 어느 부분도 성공적이지 못하다면 문제가 많은 협동조합이고 사건도 탈도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해당 주체들 스스로 진단과 평가, 원인과 대책 등에 대한 생산적인 고민과 문제해결을 추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끝날 때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다행스럽게도 협동조합의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지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고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협동조합들이 늘어나고 있다. 2세대로 불려도 좋을 이 협동조합들은 노동자협동조합 운동에 기반하고 협동조합 정신과 원칙을 확립하는 가운데 추진되는 협동조합들이다.

앞으로는 미숙한 1세대와 다른 ‘2세대 협동조합들’의 등장과 활약에 더욱 관심을 갖고 주목해주기를 희망한다.

박강태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장 kcooppp@gmail.com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369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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