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4일 대구 동구 신무동의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에서 열린 ‘2018 하계 학생조합원 의날: 쿱파티 in 대구’에서 1박 2일 참여한 학생들이 함께 모여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이과생으로서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몰랐고 낯설기도 했는데, 여러 학교협동조합들도 만나고 사회적경제 박람회장을 다니며 사회적경제란 게 이런 거구나 직접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1박2일에 걸쳐 진행된 학생조합원의 날 행사를 마치면서 우승현(대구 영남고 2학년) 군이 털어놓은 소감이다.
2014년 경기도에서 시작한 학생조합원의 날 행사는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이다. 2016년 서울, 2017년 강원에 이어 올해는 지난 13~14일 이틀간 대구에서 열렸다. 전국의 학교협동조합 76곳 중 대구에 자리 잡은 건 2016년 3월에 문을 연 대구해올중고등학교(대송사회적협동조합) 1곳 뿐이다. 그동안 학생조합원의 날 행사가 학교협동조합이 많은 지역에서 열렸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활동이 미약한 지역에 힘을 불어넣자는 고려도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올해 처음으로 열린 제1회 전국 사회적경제통합박람회에 청소년들도 당당히 주체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7월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열린 전국 사회적경제통합박람회는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 모두 13개 부처와 대구광역시, 그리고 사회적경제 관련 조직 6곳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였다. 행사장엔 사회적경제 기업 부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액션러닝존을 비롯해 세대별로 사회적경제를 체험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행사 기간 중 사회적경제인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 약 3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은 이유였다.
7월 13일 대구 북구 엑스코로의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된 ‘청소년 사회적경제 액션러닝’ 중에서 학생들이 미션 수행을 위해 사회적경제기업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사회적경제 기업가가 꿈”
개막식에서도 청소년은 사회적경제의 당당한 주역이였다. 신연서 대구해올중고 학생이사는 “사회적경제로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만드는 사회적경제 기업가가 꿈”이라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진로를 찾겠다고 밝혔다. 학교협동조합형 자기경영학교로 선정된 가창중 학생들이 “최고의 배움은 우리가 만드는 미래의 과정, 우리가 선택한 미래”라며 사회적경제의 의미가 담긴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쿱(Coop)파티 in 대구’란 이름으로 열린 이번 학생조합원의날 행사에는 서울·경기·강원·경북·대구·부산·인천·충북 등 8개 시도 18개 학교의 학생 130명과 교사, 학부모 등이 교류회를 가졌다. 현재 대구에서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14개 학교 중 4곳이 자리를 함께 해 1박 2일을 보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학생들의 즐거운 사회적경제 활동 참여를 위해 대구의 많은 조직들이 기꺼이 협력했다. 대구광역시, 대구광역시교육청, (사)커뮤니티와경제, 대구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 공동으로 행사를 주관했으며 메세지팩토리협동조합, 교육협동조합 세움 등도 참여했다. 정종철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쿱파티에 참여해 “사회적경제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까지 아울러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활동들이 어떤 게 있는지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배우면 좋겠다”며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대구시교육청에서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2018 하계 학생조합원 의날: 쿱파티 in 대구’에서 학생들이 진행한 소그룹 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대구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청소년 시기의 협동 경험이 평생을 간다
대구의 학생들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에게도 의미있는 행사였을까? 2013년에 처음으로 협동조합 매점을 열고 올해로 6년차를 맞이한 서울 영림중학교 학생들에게는 학생조합원의 날이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행사이다. 다른 지역 학교협동조합의 학생들을 만나 협동조합이라는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백승혜(3학년·16살) 양은 “다른 학교협동조합의 사례 발표를 들으며 다양하고 참신한 활동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는 얘기와 함께 “청소년 액션러닝 과제 수행을 위해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면서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을 할 수 있구나 새삼 깨달을 수 있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회적경제 박람회장을 방문한 브루노 롤런츠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사무총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효과적인 협동조합 교육이 되는 국가에는 학생협동조합들이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는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내 학생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은 학생들에게 협동조합을 통해 공공구매 등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는게 그의 이야기다. 청소년 시기의 경험은 한 사람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원경험이다. 어른이 되어 머리로 협동을 이해하고 시작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청소년 시기가 갖는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부에서도 청소년 사회적경제 체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7월14일 대구 북구 엑스코로의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된 제1회 전국 사회적경제통합박람회 개막식에서 대구해올중고 신연서 학생이사가 “사회적경제로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지기 위한 사회적경제기업가가 꿈이다”라며 사회적경제로서의 진로를 밝히고 있다.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제공
비단 청소년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청소년이 나서면 어른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발표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계획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지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87.5%가 사회적경제를 들어본 적이 없거나 들어본 적은 있으나 무엇인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사회적경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막상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낯설고 관심없는 영역이다. 여전히 사회적경제라 하면 사회주의 경제를 떠올리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학교협동조합이 갖는 장점은 사회적경제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지역내 학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창업과 일자리 증진 못지 않게 청소년 사회적경제교육의 기회를 높이고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야 할 이유이다. 그래야 이번 사회적경제박람회 슬로건처럼 사회적경제가 내일을 열 수 있다.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7월 14일 대구 북구 엑스코로의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된 제1회 전국 사회적경제통합박람회 개막식에서 학교협동조합을 준비하는 가창중 학생들이 청소년 사회적경제 주제로 뮤지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국학교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