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HERI의 눈] 경제 신간 


미래산업 전략 보고서, 이근·김호원 외 10명 지음, 21세기북스(2018)

미래산업은 지원과 규제의 제도적 기반 잘 갖춘 나라에서 개화
중소기업 스마트화해 고부가가치 창출하는 ‘혁신성장’ 추진해야
낮은 인구증가, 낮은 성장, 고부가가치 일자리의 새 균형도 가능

4차 산업혁명 같은 새로운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등장이 후발자에게 ’기회의 창’이 된다는 측면을 제일 잘 활용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즉, 중국은 단순히 기존 제조업에서 한국을 추격하던 것에서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에서 한국 및 선진국을 앞서 나가는 비약(leapfrogging)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한국산업의 방정식이 더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서문 중에서)

중국 칭다오 도심 외곽에 있는 맞춤 정장 생산업체 쿠트스마트(Kutesmart)는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가 함축적으로 구현된 곳이다. 쿠트는 하루에 정장 4천벌을 생산한다. 고객이 원하는 맞춤 정장 정보가 4천개의 빅데이터 카드에 입력되면 완성 옷 한벌이 나오기까지 모든 공정은 자동으로 진행된다. 지난 해 가을 쿠트스마트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필 기자
중국 칭다오 도심 외곽에 있는 맞춤 정장 생산업체 쿠트스마트(Kutesmart)는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비즈니스가 함축적으로 구현된 곳이다. 쿠트는 하루에 정장 4천벌을 생산한다. 고객이 원하는 맞춤 정장 정보가 4천개의 빅데이터 카드에 입력되면 완성 옷 한벌이 나오기까지 모든 공정은 자동으로 진행된다. 지난 해 가을 쿠트스마트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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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병원을 가지 않고도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으로 의사에게 직접 증상을 묻고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원격의료 서비스라고 한다. 중국 ‘춘위이셩(春雨醫生)’은 중국 내 50만명의 공립병원 의사들과 협업해, 현재 약 2억명의 환자에게 이러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춘위이셩’ 가입 의사 중 약 37.2%가 항시 온라인 접속 상태로 환자들은 3분 내 의사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환자들은 ‘춘위이셩’ 사이트를 통해 건강 상담뿐 아니라 외래 예약, 다른 환자들이 남긴 증상 및 질병을 검색하고 개인 건강관리까지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런 원격 의료서비스 업체, 이른바 스마트건강관리 산업이 성황이다. 바이두, 텐센트와 같은 대기업들도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춘위이셩’과 같은 업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환자 간의 상담 모니터링, 진단 및 처방을 포함한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스마트건강관리 산업은 국민 건강은 물론 개인 정보권에도 직접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감하고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또한 인구가 많고 면적은 넓은데 의료서비스는 열악한 중국이 원격의료를 해결책으로 택한 상황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가오는 ’유병장수’ 시대에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스마트건강관리 산업을 우리나라가 어떻게 육성해 나갈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근 교수와 특허청장을 지난 김호원 서울대 치의학 대학원 산학협력중점교수 등 12명이 함께 쓴 <미래산업 전략보고서>는 한국의 가장 밀접한 경제 파트너이자 경쟁자인 중국을 거울삼아 한국산업의 미래를 조망한 책이다. 스마트건강관리 산업을 비롯해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미래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어떻게 하는지를 소개하고, 한국 산업과 기업이 무얼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스마트건강관리, 스마트농업, 게임, 스마트시티, 공유경제 및 온라인 결제 산업 등 8개 미래산업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미래산업 ì&nbsp;„ëžµ ë³´ê³&nbsp;서, 21세기 북미래산업 전략 보고서, 21세기 북


앞에서 예로 든 스마트건강관리의 경우, 국내 기술 역량은 중국보다 앞서나, 기술확산 속도는 중국이 더 빠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제도의 유연성에 힘입은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외국에 상대적으로 덜 개방된 분야는 중국의 경험을 한국에 적용하는 모방전략을,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중국 파트너 기업을 찾는 것이 좋다고 밝힌다. 전자상거래, 모바일 결제, 공유경제 등은 중국 산업발달이 한국보다 빠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이는데, 한국 시장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규제 해소 속도와 내용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중국의 전략과 모델을 모방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또, 바이오제약, 스마트농업 등 한국이 중국보다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고, 중국이 외국 기업에 폐쇄적이지 않은 산업에서는 국내 기업이 제휴, 경쟁 방식 등 다양한 진입 모드를 갖고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제도적 기반을 먼저 다지는 국가가 승자가 된다며 4차산업 혁명 위한 제도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도의 경직성이 미래산업을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암초라는 것이다. 국제적인 기준에 비해 엄격하거나 다른 법제와 함께 묶여 비효율적으로 관리되는 규제 환경의 정비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미래산업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원천적 규제보다 합법화 이후 철저히 관리해 가는 것이 더 낫고,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규제혁신기구를 설치해 기존 규제체계와의 조화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을 촉구했다.


저자들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못지 않게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 패러다임은 고령화와 인구성장 정체라는 도전에 막닥뜨린 한국 경제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중소기업을 스마트화해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대,중,소 기업 간의 격차와 이중구조를 중소기업의 고급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균형이 고 인구성장, 고 경제성장, 많은 일자리 창출이었다면, 이제는 낮은 인구성장, 낮은 경제성장률 및 고부가가치 일자리라는 새로운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 균형만 달성된다면 굳이 성장률에 집착할 필요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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