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HERI 쟁점진단】
청년 일자리 사라진 시대, 새 돌파구 협동조합
초기투자 위험도 줄이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주택협동조합, 반려동물협동조합, 독립서점 등
1인 가구 증가와 쇠락하는 지역 등 현실서 출발 
최근 30세 미만 청년의 자영업 창업 빠른 증가
골목상권 청장년 연대하면 ‘백종원’ 부럽지 않아 



청년들이 협동조합으로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원들이 함께 모여 유인물을 들고 웃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제공

청년들이 협동조합으로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원들이 함께 모여 유인물을 들고 웃고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제공

세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청년에게 취업 문은 너무 좁고 쉽게 닫혀 버린다.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있다. 승진과 보상의 사다리를 착실히 오르기만 했던 아버지의 시대는 더 이상 따를 모델이 아닌 세상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보통 택하는 길은 자기 사업을 시작해 스스로 고용하거나 달라진 노동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기에 협동조합이 한 층 눈길을 끈다. 청년들은 돈이 없다. 창업하려면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수밖에 없다. 그럴 여력이 없다면 협동조합으로 출자금을 모으고 함께 일하는 방식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 삶의 질을 높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개인의 자아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생계형 노동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성과를 만들어 낸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협동조합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갖고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 그 방안을 포함했다.

협동조합이 청년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노동시장을 표류하는 청년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대안으로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협동조합, 위험은 줄이고 자율성은 높인다

협동조합은 종잣돈을 함께 모아 초기 투자의 부담을 조합원과 공유한다. 따라서 성과도 누군가가 독점할 수 없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만난 청년들이 함께 창업한 협동조합 아카데미쿱은 그런 예이다. 프리랜서 강사인 청년들이 청소년에게 대안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만약 혼자 창업했다면 차별화된 교육철학을 실현할 수는 있었겠지만, 학원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혼자 져야 했다. 창업을 접고 강사로 고용됐다면 위험부담은 없지만, 고용불안과 교육철학의 차이로 번민할 수도 있었다. 이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위험은 낮추면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것이 협동조합이다. 강사 조합원들은 공동 출자로 창업부담을 줄이고, 종속된 근로계약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조합원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된다. 디자이너. 정보기술(IT)개발자, 바리스타 등 불안정한 노동에 처해있는 다른 청년들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여기서 주목할 다른 지점은 일하는 방식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다지만 사실 일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 청년들은 아르바이트와 인턴, 비정규직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실재 아무것도 안 하는 청년들을 만나기가 더 어렵다. 다만 대개의 일들이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없게 만드는 일이란 점이 문제이다. ‘직장’은 회사, 조직, 건물을 통해 외부에서 정체성이 주어지지만 ‘직업’은 내부에서 정체성을 찾는, 직장을 떠나도 독립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직업관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의 말을 빌리면 협동조합은 완전고용이 아닌 ‘완전직업’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청년들에게는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과 삶이 겉도는 우울한 경험을 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협동조합을 진지하게 살펴보자.


생활의 문제와 일자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협동조합

청년이 시도해 볼 만한 협동조합을 몇 가지로 나눠보자. 협동조합은 혼자서는 해소할 수 없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를 해소하는 사업체이다. 즉, 협동조합은 무언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그 문제가 소비의 영역인지 일자리의 영역인지에 따라 협동조합의 성격이 달라진다. 소비자협동조합은 독점이나 정보비대칭, 고비용 등 때문에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생활과 소비의 문제를 해결한다. 청년들이 협동조합으로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과 ‘해방촌 빈집’과 같은 주택협동조합이다. 고시촌, 반지하, 옥탑방 등 갈수록 불안해지는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주택을 함께 사고 공유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사생활은 보호하고 유대감은 높은, 이 느슨한 공동체로서의 실험이 어느새 자리를 잡아 적지 않은 수로 늘어났다.

청년 1인가구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필요’는 또 있다. 1인 가구, 비혼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산업도 빠르게 증가해 곧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4인가구가 표준일 때 생활과 소비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협이 등장했다면, 1인가구가 표준인 사회에서는 반려동물협동조합이 많아질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반려동물 병원, 안전한 사료, 생활용품에 대한 필요를 조합원과 해결해가고 그 과정에서 유대감과 공동체를 공유하는 풍경이 청년들의 미래로 다가오고 있다.

이밖에 최근 골목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독립서점도 청년들이 협동조합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취향의 공동체로서 청년들의 기호에 맞는 특정 분야의 전문도서를 공동구매해 판매하고, 지역사회에서 음악회, 전시회를 열어 같은 취향을 가진 청년들과 만나는 공간을 기획해볼 수도 있다. 지방에서는 인구부족으로 시장성이 없다며 철수한 음식점, 카페, 빵집 등을 인수해 협동조합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서머싯주 사우스 스톡 마을 주민 470명이 100만 파운드( 15억 원)이상을 모아 폐업할 뻔한 지역의 펍(선술집)을 지켜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생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생활서비스의 윤택함을 높일 뿐만 아니라 끈적함과 느슨함 그 어느 사이에 있는 공동체를 통해 청년들의 삶의 질을 회복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직원협동조합에서의 ‘필요’는 창업에 필요한 종잣돈을 함께 모으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역설이 있다. 고용 안정성은 사업이 성장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이므로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면 애초에 달성 불가능하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고용안정성은 커녕 출자금까지 잃을 우려까지 있다. 그런데 왜 직원협동조합을 할까? 직원 조합원의 소유의식과 주인의식이 자발성과 노동의 생산성으로 이어져 다른 기업이 쫓아올 수 없는 경쟁력을 만드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바리스타, 수제 맥주 양조, 고급 디저트 매장 등은 노동의 자발성이 일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장인정신으로 발휘될 수 있어 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런 분야는 직원들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돼야 시장에서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상품들을 만들 수 있다. 경쟁업체와 상품의 질적 차이가 크지 않은 분야에서도 직원협동조합은 강점을 가진다. 안경원, 돌봄 서비스처럼 경쟁업체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압도하려 해도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이 크게 차이 나지 없는 경우 윤리적 경영과 투명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더 선호 받을 수 있다.


보통사람도 뛰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사업자협동조합은 슈퍼나 미용실 등 자영업 창업자들이 공동의 재고창고나 생산 설비를 함께 만들어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사업을 더 잘되기 위해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자영업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들어 청년들의 자영업 진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 2월말 기준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30세 미만 개인사업자가 전년 대비 100.7%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했다. 결국 취업에서 진로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자영업에 진출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들의 자영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청년들도 이종, 동종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중복비용은 절감하고 업종을 초월해 지역에서 작은 가게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1인 1표제를 지배원리로 하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본질에서 사람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주식회사는 뛰어난 1인에게 많은 자본을 위임하고 그의 의사결정을 따르지만, 협동조합은 협동과 연대의 힘을 지렛대 삼는다. ‘보통사람’들도 뛰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감각적이고 세련된 브랜드 역량을 가진 청년사업자들이 중장년 사업자들과 함께 지역에서 연대한다면 백종원이 아니어도 골목상권을 살리는 일이 요원한 것만은 아니다. 전주 남부시장과 원주중앙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슬로건 ‘적당히 벌어 아주 잘 살자’에서 보듯 청년몰은 번뜩이는 재치와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지역의 명물이 된 지 오래다. 꿈은 있지만 가진 것은 별로 없는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대형마트가 아닌 시장일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청년사업자들의 역량이 응집되면서 청년몰 뿐만 아니라 지역 인근 상권이 모두 살아난 대표적인 경우다. 원주중앙시장도 오래된 시장이 그러하듯 복잡한 시장골목이 미로 같다고 해 미로 예술시장이라는 테마로 다종다양한 청년사업자 70여개가 들어서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은 두 개 이상 유형의 조합원들이 만드는 협동조합이다. 규모화된 협동조합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업운영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만드는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므로 의사결정이 복잡해지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학교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에는 청년과 청소년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후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학교 내 매점 및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의 벼룩시장을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생산자, 소비자 조합원을 중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플랫폼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상의 소비자, 생산자 등이 직접 소유하는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버, 에어비엔비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이 과연 누구를 위한 비즈니스인가라는 비판을 바탕에 깔고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아직 대표적인 사례는 없지만 2015년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가 주식상장을 포기하고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으로 전환해 사회에 기여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발표한 것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만큼 어렵지만, 운용의 묘를 살려 블록체인과 모바일기술을 접목한 협동조합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그 주인공은 다른 세대보다 청년이 될 확률이 높다.


공익성 뚜렷한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사회 기여 및 취약계층 지원, 이밖에 공익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공익적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한다. 그렇다고 다른 협동조합이 공익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은 그 성격이 더 분명하다. 가령 청년 어린이집 교사들과 부모가 함께 공익적 목적의 자폐 아동을 위한 협동조합 어린이집을 만들거나, 청년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취약계층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전통적인 공익활동 외에도 공정무역, 공정여행, 환경 등으로 범위와 개념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공익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은 재단법인, 사단법인, 비영리 민간단체와 유사하지만, 운영구조는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시설에서의 장애인 성폭력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폐쇄적인 운영구조 때문이다. 언론과 후원자들은 성토하고 비판하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어 내부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의사결정 권한을 조합원으로서 책임을 지려고 하는 사람은 모두에게 개방하고 직원, 후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조직운영의 민주성을 높이고 있다. 일부 청년들은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가부장적인 조직구조와 바뀌지 않는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청년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선의를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 장치로서 조직의 민주성에 주목한다면 창업뿐만 아니라 취업하는 방식으로라도 사회적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취업, 결혼, 출산 등 제 때 할 수 있을 때 행복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가 발달심리학회에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람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 25년간 연구대상을 추적조사 했다. 그 결과 행복은 나이보다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과 더 인과관계가 높다는 것이 발견됐다. 즉 취업, 결혼, 출산을 경험할 때 행복은 증가하고 일자리를 잃을 때 우리는 불행해진다. 행복은 나이가 아니라 우리 삶에 꼭 일어나야 할 이벤트가 제때 일어나면 늘어난다. 청년들의 삶에 일어나야 할 일들이 유예되지 않고 제때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 청년을 둘러싸고 있는 삶이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 전환기에 청년들이 유예된 자기 삶의 이벤트를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협동조합에서 새롭게 모색해보길 기대해본다.


김현하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정책기획부문 파트장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46223.html#csidx03b957db835287a81f2a2c8e33ee1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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