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HERI의 눈]

최근의 사회문제는 매우 복잡한 속성 
정부, 사회혁신 ‘지원’에 그쳐선 곤란
'전달형 행정'에서 '관계형 행정'으로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사람들이 서 있음, 모자, 실외

최근 국토교통부는 다산신도시 택배 갈등을 둘러싸고 ‘실버택배’를 제안했다가 시민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사진은 한 노인 택배원이 서울 응암구 주택가에서 전화를 걸어 배달할 주소지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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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각에서 시민사회 중심의 사회혁신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는 ‘사회혁신수석실’이, 행정안전부에는 ‘사회혁신추진단’과 ‘주민자치형공공서비스민관합동추진단’이 신설·발족됐는데, 무게중심이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거드는 데 국한돼 있다는 염려에서다. 사회혁신의 큰 줄기는 정부 스스로 혁신하는 정부혁신임에도, 시민주도형 사회혁신에 지나치게 연연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활동이다. 특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주도 접근과 시장주도 접근의 실패를 되돌아 보며 ‘새로운’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부각됐다. 정부의 획일적인 통제와 관리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참여와 도전, 작은 실험이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혁신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강조되는 건 혁신 활동의 기본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혁신은 기존 방법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해결 방식을 찾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이 기존 방식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섣불리 확신하기는 어렵다. 정책 실패의 부담이 큰 ‘정부’나 손실을 꺼리는 ‘시장’에서 선뜻 도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의 사회문제는 그 자체로 매우 복잡한 속성을 지니므로 하향식으로 문제를 정의할 수 없고, 단 하나의 해결책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회혁신은 이해당사자의 직접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런 이유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주목받기 마련이다. 나아가 사회문제의 특성상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사회문제 해결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기에, 시민사회의 역할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시민의 자발적인 사회혁신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대체로 잘 알려진 사회혁신 사례는 미시적 수준의 실험과 도전에서 비롯됐다. 작은 문제의 해결과정이 나선형 발전을 거치며 좀 더 넓은 영역의 혁신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면서 거시적 수준의 시스템 전환을 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겨났다.

‘시혜적 대안자’에 머무르면 실패

정부의 역할은 사회혁신의 층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사회혁신이 미시적·중범위적 범위부터 거시적 시스템까지 포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시민을 ‘지원’하는 데서 그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시민의 사회혁신 활동을 지원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만드는 일, 나아가 정부 자신을 혁신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실현과정을 겪고 있는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정부 스스로 사회혁신의 주체가 되는 조건 뿐 아니라, 자율적 시민사회의 역할과 잘 맞물리게끔 하는 역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혁신의 협력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행위자이자 주체로서 거듭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다산신도시 택배 갈등을 둘러싸고 국토교통부가 ‘실버택배’를 제안했다가 시민의 반발로 무산된 경우를 들 수 있다. 얼핏 단편적인 문제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사안이었다. 혁신적인 대안으로 제안되었음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불공정한 지원 방식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스스로 ‘사회혁신 당사자’가 아닌 ‘족집게 대안’을 제안하는 ‘시혜적 대안자’로 행세하면서 불러온 실패였다.

단정과 규정을 넘어선 토론 이어져야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시민을 앞세우며 자신의 몫은 제대로 감당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일면 부당하다. 논지는 타당할지언정 사실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사회혁신추진단은 시민주도 변화의 불씨를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주민자치형공공서비스추진단은 읍면동을 공공서비스의 전달자에서 주민자치를 통한 공동생산의 길을 찾고자 한다. ‘전달형 행정’의 한계를 ‘관계형 행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핵심은 보건복지 서비스의 질과 시민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데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나름대로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혁신기본계획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를 목표로 ‘사회적 가치 조달’과 ‘사회적 가치 영향 평가제도’의 마련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사회혁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풍부한 토론이 이어져야 한다. 사회혁신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될 관료적 저항, 정치적 저항을 극복해나갈 지혜가 필요하다. 나아가 정부 내부의 이해관계자를 포함해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에 사회적 파트너십(social partnership)을 배태시키고, 다양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내고, 어디에서든지 참여자들이 타협하고 동의할 수 있는 혁신안이 도출되도록 사회적 대화 기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단정과 규정을 넘어서 사회혁신으로의 패러다임 국면이 한층 풍성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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