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재벌 일가의 ‘갑질’ 끊이지 않는 건
‘법 위에 있는 존재’라 생각하기 때문
국가 지원으로 육성된 국내 재벌기업
비용은 사회 몫, 이익은 오너 일가 차지

이미 수명 다한 한국식 산업화 모델
재벌은 독점·불공정거래로 성채 쌓아
생태계 파괴하고 스스로 ‘멸종’할 수도
법 어기면 경영참여 영원히 배제시켜야


대주주의 경영참여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재벌들의 행태는 산업생태계를 빈곤화시키는 위험요인이다. 오너 리스크가 기업과 사회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서울러 제도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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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Korean Air)과 조 시스터스(sisters) 그리고 갑질(Gapjil)! 이 세 단어를 중심으로 구성한 <뉴욕타임스>의 4월13일자 기사를 본 평범한 외국인들에게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을까? 한국 사회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를 수십 개의 재벌들이 지배하는 봉건사회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한국의 많은 식자층들도 한국 자본주의를 수십 개의 봉건영주들이 지배하는 ‘봉건적’ 자본주의라고 표현하곤 한다. 한국의 재벌은 대를 이어 세습하고, 자신의 자본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니 ‘봉건영주’라는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재벌 일가의 갑질이 반복되는 이유도 자신들을 스스로 특권계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마다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마음에 없는 사과를 하지만 돌아서서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냐고 강변하고 심지어 복수를 다짐한다.


일반인과 특권계급 갑질의 차이는 후자의 경우 자신이 ‘법 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점에 있다. 이들의 행동을 보면 자신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자신의 말은 곧 법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체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지배하는 기업을 활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등 죄의식 없이 법을 유린하기까지 한다. 사실, 한국 자본주의가 봉건적 성격을 가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는 한국 산업화의 산물이며, 한국식 산업화 모델은 기본적으로 일본식 산업화 모델을 모방한 것이다. 양자 간에 차이가 있다면 불공정성에 있다. 재벌은 전략산업 육성이라는 산업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지원을 매개로 국가에 의해 육성된 반면, 이 과정에서 수반된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였다. 군부 독재정권은 자신에게 결여된 민주적 정통성을 물리력과 돈으로 메웠고, 이것이 재계와 정치권이 부정을 고리로 연결된 배경이다. <뉴욕타임스>가 기업 제국을 운영하는 재벌 가문들을 한국 사회를 수십 년간 지배했던 군부 독재자들과 오버랩시킨 배경이다. 실제로 양자 모두 자신이 지배하는 영토와 영역 내에서 폭력의 독점을 확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대추구로 수명 연장하는 시대 부적응자들


문제는 대통령도 성역이 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재벌 일가들은 여전히 자신들은 성역이라고 오판할 정도로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재벌 일가 갑질의 반복은 특권계급들의 시대 부적응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국민경제에서 재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이들의 시대 부적응은 기업 가치와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오너 리스크에 그치지 않고 경제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국민경제 리스크’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존재한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간판 기업들이 이(Lee)씨, 정(Chung)씨 등 특정 가문과 연관된 재벌(chaebol)로 불리듯이, 재벌 일가는 재벌기업 이미지를 의미하고 재벌기업은 한국 경제의 이미지로 환원된다. 수많은 기업의 소멸사를 보면 환경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한 공룡기업들은 사회와 경제의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스스로 멸종의 운명을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수십 년간 정체된 산업생태계를 재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도성장의 주역들이었던 수출-제조업-대기업이 수년 전부터 역성장을 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식 산업화 모델은 수명을 다하였다. 그럼에도 재벌기업들은 가치 창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뀐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보다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 즉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에서 소통을 거부하고 협력을 끌어낼 수 없는 조직은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불임조직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소멸의 길을 걷는다. 그런데 시대 부적응자들은 독점이나 불공정거래 등 지대추구로 수명을 연장시키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그 결과 생태계를 빈곤화시키고 궁극에는 자신도 멸종의 운명에 직면한다.


따라서 시대 부적응자들의 갑질을 개인 리스크로 국한시키고 기업과 사회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사회 공동자산인 재벌기업을 지배하는 재벌 일가는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재벌 일가의 경영 참여를 한두 명으로 제한하거나 위법을 저질렀을 경우 경영 참여를 영원히 배제시켜야 한다. 주주 및 사회의 이익을 침해하는 봉건성을 외면하는 한 한국자본주의의 정상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국외 유수의 가족기업들은 오너 가문의 경영자를 자동세습시키지 않거나, 오너 가문의 경영 참여도 철저한 역량 검증을 전제로 극소수로 제한한다. 가족기업의 최대 약점이 후계자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기업을 장기간 생존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결정한 규칙이다. 또한, 외국에서는 위법을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경영자의 경우, 이사회에서 사퇴시키기 전에 스스로 사퇴한다. 자율성을 결여한 재벌기업의 오너 리스크를 방치하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더 늦기 전에 사회가 개입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41821.html#csidx54638cb97b2caf79cd0a57995fa8105 onebyone.gif?action_id=54638cb97b2caf79cd0a57995fa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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