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HERI의 눈】
새 정부의 ‘사회적 가치’ 강조는 공공성 복원 노력
사회적 가치 내건다고 자동으로 성과 보장되지 않아
내부에서 출발해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는 실천 중요
지난해 11월 한국사회학회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연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다차원적 혁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 제공
지난해 11월 한국사회학회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연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다차원적 혁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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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를 표방했다.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실천이 뒤따랐다.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항목에 사회적 가치 지표가 추가됐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지표도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 △일자리 질 개선 △윤리경영 △사회적 약자 배려 △지역사회 공헌 △친환경 경영 같은 지표를 대거 포함했다.

공공기관의 일 년 경영성적을 매기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도 개편됐다. 그동안 제한적이고 형식적이던 ‘사회적 가치’ 항목의 배점을 확대했다. 5개 세부 지표로 구성한 100점 만점의 평가 항목 가운데, 일반 경영관리와 기타 주요사업을 제외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평가하는 항목이 적게는 40점 많게는 63점을 차지한다. 곧 발표될 ‘행정혁신 기본계획’에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정부 행정기관을 평가하는 핵심 방향으로 정할 것이라고 한다.

현 정부 이전에 진행된 정부혁신과 공공개혁의 기본 방향은 시장형 경쟁과 효율성의 도입이었다. 관료제의 경직성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시장의 방식과 가치를 접목하려는 흐름이 대세였다. 고객 중심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 공공관리론’은 기득권에 맞서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공공영역에 민간의 경영방식을 도입하면서 성과 중심관리, 고객 만족을 강조하게 됐다. 이는 시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고객’으로 규정하는 것이었다. 양으로 측정되는 성과를 강조하다 보니 경제 이외의 영역이거나 측정이 어려운 가치는 자연스레 외면당했다. 기관 내부의 경쟁이 심해져 부서 간 칸막이는 높아졌고, 조정과 협력이 어렵게 됐다. 관료의 이익을 우선하는 조직문화를 고치는 데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경직된 문화를 고치기 위해 시장의 방식과 가치를 도입했지만, 이 시도는 공공성이라는 본래 가치를 흔들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사회적 가치 실현 정부’는, 그간 정부와 공공이 시장형 개혁에 치우쳐서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성찰의 반영이다. 정부와 공공의 역할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유지하며 널리 확산하는 것’이라는 본질에 다가간 것이다. 하지만 혁신의 방향을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정했다고 해서, 사회문제를 능숙히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천방식과 조직문화의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정책분석의 범위를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 성과로 확장해 사회변화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시야를 확장하지 않는 혁신은 ‘내부의 변화’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실패할 수 있다.

예컨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공공부문은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으면 된다’로 국한되면, 공공부문 안에서만 사회적 가치 실현이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이를 더 확장해 우리 사회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민간 기업을 우대하는 공공 조달 등으로 공공영역 이외의 비정규직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정책 시야가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대표적 정책 사례로 ‘사회적기업’을 꼽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 활성화로 일자리를 늘리려 했고, 그 주요한 정책 수단은 인건비의 직접 지원이었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이래 많은 사회적기업이 탄생했다. 적지 않은 사회적기업이 취약한 자본과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 덕분에 정부 지원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근로형 일자리와 비교해 상당한 일자리가 유지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내부(in)에 일자리는 만들었지만 외부(out)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와 기반을 만드는 정책보다 인건비 직접 지원으로 당장의 일자리 개수 늘리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정책을 설계하지 못한 탓이다. 사업목표와 도구에 국한한 정책분석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사회적 성과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는 매우 많다.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 정부’는, 시장원리를 중심으로 했던 행정혁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 방향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이 서비스를 받는 ‘고객’ 혹은 ‘관객’이 아니라, 주권자의 입장에서 주목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공혁신과 정부혁신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김제선 희망제작소 소장 chamseon@makehope.org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36050.html#csidxb2dbabdbd228697987214122b377844 onebyone.gif?action_id=b2dbabdbd228697987214122b377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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