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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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 우리 때랑 같니?”

친구와 이야기하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이다. 이제 막 마흔살의 문턱을 넘었을 뿐인데, 나와 자연스레 ‘요즘 애들’을 분리해 버렸다. 나도 누군가에겐 여전히 ‘요즘 애들’일 텐데 말이다. 젊은 세대를 ‘요즘 애들’로 구분짓는 ‘꼰대’는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실패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석 의원 199명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을 보면서 나의 자조는 먼지처럼 가벼운 일임을 깨달았다. 정부는 ‘요즘 애들’을 계몽하기 위한 진지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학교폭력, 보육교사 폭행, 증오범죄 증가 등 사회적 혼란과 갈등의 원인을 인성의 결여에서 찾은 결과다. 인성교육진흥법을 보면, 인성교육이란 ‘내면을 바르고 건강하게 가꾸어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제2조1항). 국가와 지자체, 각 학교에서는 구체적인 예산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인성교육을 실시할 것을 의무화했다. 교육부가 인성교육의 대입 반영 확대를 2015년 주요 업무과제로 제시하면서 사교육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훌륭한 인성을 마다하거나, 그런 자질을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교육을 하고 점수로 평가한다고 해서 진짜 인성이 길러질 수 있는가. ‘평가받은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프랑스 그르노블대학 사회심리학 교수인 로랑 베그는 저서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에서 ‘좋은 인성이 좋은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그는 사회적 관계에 둘러싸여 그 관계에 얽매인 인간의 근본적인 특성을 원인으로 꼽는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소속감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해당 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개인은 집단이기주의에 쉽게 포획되기도 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참가자가 ‘양심적’일수록 권위에 쉽게 복종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친절하고 순리대로 움직이는 사람, 사회에 나무랄 데 없이 편입돼 있는 사람일수록 권위에 대한 불복종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인간적이고 경쟁적인 시스템은 누군가 상처 받고 낙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에서 훌륭한 품성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 개인적인 인성의 고양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훌륭한 인성을 발휘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조와 시스템을 손보지 않은 채 이뤄지는 인성교육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악을 행하는 ‘착한 괴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00161970801_20150602.JPG                                                             등록 :2015-06-01 19:23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37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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