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은 지난 13일(미국시간) 이색 벤처사업 경연대회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름은 ‘제 9회 세계 사회적 벤처기업 경연대회’로, 전세계 사회적 벤처기업 지망생들이 모여 사업모델을 소개하며 최고를 가려내는 자리였다.
사회적 벤처기업이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창업하는 기업이다.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존 대기업 사회공헌활동과는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날 발표한 ‘디라이트’ 팀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학생들과 공과대학생 5명이 모여 만든 사회적 벤처기업이다. 디라이트는 현재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등유램프를 쓰며 수입의 3분의 1을 기름값에 사용하는 캄보디아 가내수공업자의 사례를 들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등유 대신 발광다이오드 램프를 쓰면 비용이 한 해 30달러 절약됩니다. 여기에 가내 수공업 생산성이 15% 높아집니다. 밤에 그 집 어린이가 공부할 수 있게 되면서, 가난 대물림도 줄어듭니다. 더 밝아진 조명이 화상이나 사고를 방지하면서, 건강과 안전성 측면의 가치도 높아집니다. 물론, 동시에 디라이트는 1년 만에 흑자전환하고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빼더라도, 시장에 나와 있는 다른 어떤 제품보다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20만 달러(약 1억9천만 원)를 투자해 주십시오.”
사회공헌활동과 다르다’ 경제적·사회적 가치 함께 추구
개도국
절약램프·만화 처방전…아이디어와 자신감 넘쳐
하버드대 엠비에이 학생들로 구성된 ‘픽처 아르엑스’라는 팀은 의사의 처방전을 환자가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 약국 등에 팔겠다는 사업모델을 내놓았다. 이 팀은 쉬운 처방전이 미국 사회에 4억 달러(약 3600억 원)의 사회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컴퓨터에 난해한 처방전을 입력하면 이해하기 쉬운 만화로 전환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날 발표했다.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온 ‘씨앗박사(Dr. Seed)’ 팀은 종자를 개량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중국 저소득층 농가에
리스하며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돈을 벌겠다는 모델을 발표했다.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엠비에이 학생들이 이끈 ‘쿨투케어’ 팀은
장애아동의 가정 내 보육사업을 소개했다. 그들은 “서비스 사용료와 정부 지원 등을 통해 돈도 벌면서 장애아동의 가정 통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호소했다.
이날 대상은, 유기농 슈퍼마켓인 홀푸드마켓과 손잡고 캘리포니아 공립학교들의 급식메뉴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며 돈을 벌겠다는 ‘레볼루션푸즈(음식혁명)’ 팀이 차지했다. 이 팀은 이미 1년여 동안 사업을 벌이면서 미국 최대 유기농
슈퍼마켓과 협력관계를 돈독히 형성했고, 벌써 이익을 내기 시작해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높게 평가 받으며, 상금 2만 5천달러를
거머쥐게 됐다.
그러나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팀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미소가 넘쳤다.
‘돈이 되는 이상을 지원합니다.(Supporting profitable ideals)’ 대회 자원봉사자 유니폼에 적힌 문구가 강렬했다.
버클리(미국 캘리포니아주)/글·사진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세계 사회적 벤처기업 경연대회란?
전세계 사회적 벤처기업가들로부터 사업모델을 공모해 최고를 가리는 대회다. 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으며,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 성과를 얼마나 균형 있게 달성할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해 시상한다. 2007년 대회에는 전세계 20개국 80개 대학에서 152개 팀에 참가했다. 한국에서도 대회 사무국이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해 11월 첫 한국지역 대회가 열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