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이음숲이 진행하는 숲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 이음숲은 컨텐츠 개발과 지역기관과의 협업사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사단법인 이음숲 제공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별 취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에 견줘 올해 11월 기준 취업자 감소폭이 가장 컸던 업종은 예술, 스포츠 등 여가 서비스업(13.32%)이다. 그 뒤를 이어, 숙박 및 음식점 업종(10.71% 감소)도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도매 및 소매업종으로 조사됐다. 2년간 무려 29만여개(7.98%)가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무엇보다도 생활 밀착형 업종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회적경제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부터 약 4개월여간 한국임업진흥원과 함께 다울사회적협동조합이 실시한 2021년 산림분야 사회적경제기업 모니터링 조사 결과, 산림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코로나19의 피해가 컸던 숙박과 여가 관련 업종에 분포해 있었던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270여 산림 사회적경제기업의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을 조사·비교했더니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약 4%, 순이익은 무려 3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을 비롯한 공공의 선제적 지원을 통해 급격한 매출 하락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민간 시장 침체로 인한 순이익 감소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처럼 어려운 외부 여건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기업 내부 장점을 활용해 전에 없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우선 장애아동을 위한 그림책을 개발해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이음숲(이하 이음숲)은 우수한 교재·교구와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음숲의 그림책은 실제 나뭇잎, 깃털을 활용해 숲의 사계절을 입체적으로 담고 있다. 촉각과 후각 등을 자극해 장애아동들의 신체·정서적 발달에 도움을 주도록 구성된 교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특허청의 저작권 및 디자인 등록증을 획득하며 독창성과 효과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음숲의 차별점은 지역업체와의 협력과 협업이라 할 수 있다. ㈜아립앤위힙, 사회복지시설 주몽학교, 서울시립장애인복지관 등 지역 기관들과의 협업 사업으로 유통 채널을 다양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음숲의 경영실적은 2019년에 견줘 매출액은 약 2배, 순이익은 약 5배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힐링플레이는 사회적기업으로는 드물게 내부 연구소를 활용해 산림 사회복지 분야 전문성을 확대·강화한 사례로 꼽힌다. 힐링플레이의 주사업 모델은 산림 사회복지 위탁사업이다. 2017년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충주), 조령산자연휴양림(괴산) 등 산림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공공사업을 위탁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힐링플레이가 다양한 지역에서 산림복지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아 정부 위탁사업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속가능한 숲과 산림을 연구하는 ‘공평한숲연구소’가 있다.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장애인 산림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해 지속가능한 산림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힐링플레이는 2019년 대비 70%에 육박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순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최근 힐링플레이는 연구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데이터 뉴딜, 그린뉴딜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포레스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제이티푸드솔루션은 내부 연구소를 활용해 건강에 유익한 산림 생산물을 가공하는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대표 상품인 십전대보발효액을 개발하기 위해 제이티푸드솔루션은 한의사, 대학교수, 자연 의학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과 손을 잡았다. 생약 원료를 자연 발효 과정을 통해 숙성하는 특수 발효 방식으로 개발한 새로운 방식의 발효액은 건강과 심리 치유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행 숙박업이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600여명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제이티푸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요컨대 코로나19 위기에도 성장 궤도를 이탈하지 않은 산림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의 공통점은 강력한 외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내부 전문성과 이를 활용한 성장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평상시 불필요한 비용으로 간주했던 연구개발과 이를 통해 축적된 특허, 신제품, 노하우 등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다만, 이들 기업조차도 산림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의 내부 역량 강화를 오로지 사회적경제기업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는다. 정부 지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확대·강화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음숲 김지혜 대표는 정부가 진행하는 무분별한 무료 교육과 체험사업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산림 관련 교육과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림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우 매출의 70% 이상이 공공부문에 치중돼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민간 시장 확대와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공공이 주도하는 무분별한 교육사업 지원은 축소되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티푸드솔루션 심재명 연구실장은“임산물 가공업의 경우 연구개발과 시제품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산림 사회적금융 확대·강화가 절실하다”며 산림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임업진흥원 이강오 원장은 “그동안 산림분야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이 양적 성장을 위한 기반 조성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을 위한 업종별·맞춤형 지원에 보다 역점을 기울이겠다. 산림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간 협력과 협업 활성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우종한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사무처장 jonghan.a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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