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발달장애인 관현악단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코로나19 극복 릴레이 연주 캠페인 진행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국민 응원”
직접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도 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는 관계”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티브이에서 용감하게 일하는 의료진과 구급대원을 본 거예요. 저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을 응원해줄 수 있다는 걸 알고 기쁜 마음으로 연주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하트하트재단에서 만난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 임제균(23)씨는 이렇게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인 34명으로 구성된 관현악단이다. 지난달 17일부터 온라인 릴레이 연주 캠페인 ‘힘내자, 대한민국! PLAY 하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일상에서 스트레스와 우울 등 정서적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주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그들이 지목한 국내외 연주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릴레이 연주 캠페인에 참여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연주자들의 영상.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그들이 지목한 국내외 연주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릴레이 연주 캠페인에 참여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연주자들의 영상.

지금까지 참여한 연주자는 총 33팀. 16명의 단원과 그들이 직접 지목하고 섭외한 연주자들이 한마음으로 릴레이 연주에 동참했다. 지금도 국내외 곳곳에서 연주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 캠페인에 참여한 리타 다르칸젤로 코트부스 음악대학 교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데 음악보다 나은 것이 있을까?”라고 캠페인의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임씨와 함께 릴레이 연주에 참여한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 김다빈(27)씨는 “저희 연주가 힘이 됐다고 하는 댓글과 문자를 많이 받았다.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라며 캠페인 참여 소감을 밝혔다.

2018년 9월,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존 F. 케네디 센터 밀레니엄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모습. 워싱턴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문화주간행사’에 장애인 연주팀으로는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가 이어지자 단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하트하트재단 제공

2018년 9월,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존 F. 케네디 센터 밀레니엄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모습. 워싱턴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문화주간행사’에 장애인 연주팀으로는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가 이어지자 단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하트하트재단 제공

올해로 창단 14주년을 맞는 하트하트오케스트라는 수준 높은 실력을 인정받는 예술단체다. 연간 100회 이상 공연을 열고, 누적 관객 수도 46만명이 넘는다. 2년 전엔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존 F. 케네디 센터에서 단독 공연도 열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무대를 넘어서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한다. 직접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나서면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다. 강의 대상은 유치원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이들이 전하는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장애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발달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인 임제균씨가 유치원에 찾아가 장애이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마치면 우르르 달려와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하트하트재단 제공

발달장애인 인식개선교육 강사인 임제균씨가 유치원에 찾아가 장애이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마치면 우르르 달려와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하트하트재단 제공

“강의하기 전과 후가 아주 달라요. 처음에는 별로 반응이 없던 학생들이 나중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사인도 요청해요. ‘장애가 있어도 잘하는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던 아이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강사로 참여했던 김다빈씨의 말이다.

임제균씨는 강의 중 당황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 아이가 저한테 ‘전혀 장애인 같지 않아 보여요'라고 말했어요. 그 순간 너무 당황에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기분이 안 좋았어요.” 임씨는 “그 아이를 다시 만나면 장애인은 모자라거나 어설퍼 보이거나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사업을 총괄하는 장진아 사무총장은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노출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는 게 정답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봉사활동을 통해서만 장애인을 만날 기회를 얻는데, 그러다 보니 도와줘야 하고 어려움을 겪는 존재로만 인식하게 되거든요. 이번 릴레이 연주 캠페인과 찾아가는 인식개선 교육처럼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많아지면 우리 사회의 편견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요?”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이자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임제균씨와 김다빈씨. 김다빈씨가 직접 편곡한 ‘Let It Go’ 악보를 들고 있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이자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임제균씨와 김다빈씨. 김다빈씨가 직접 편곡한 ‘Let It Go’ 악보를 들고 있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각자 가진 역량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관계’라는 점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들은 또 하나의 캠페인을 계획 중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동안 고생하신 의료진, 자원봉사자, 공무원분들을 찾아가 감사의 연주를 전하고 싶어요.”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411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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