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다 조선, 해운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대량 실업의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업종이 몰려 있는 지역에선 실업률이 치솟고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급증세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고용안정 의지나 실직자 보호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현행 고용보험제도에 따른 실업급여 수준이 생계유지 수단이 되기에는 너무 모자라는 게 문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토대로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이 5년 평균으로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봤더니, 우리나라의 경우 10%로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 전 소득과 비교해 절대 급여액이 적을 뿐 아니라 지급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현행 고용보험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최대 113만원 정도이고, 그것도 길어야 8개월까지다. 구조조정 때 실직 위기에 놓이는 직장인이 주로 중장년층인데, 4인가구 기준 최저생계비(127만원)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업급여가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게 된 데는 정부 잘못이 크다. 고용보험제도가 1995년 도입된 뒤로 보험 적용 대상은 꾸준히 늘었다. 그만큼 보험 지출 대상과 요인도 커졌다. 그러면서 정부는 고용보험 재정의 안정적 운용에 초점을 맞춰 실업급여 상한액을 장기간 억제해왔다. 노사가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쓴 경우도 있다.

부실이 누적되거나 경기가 장기간 나빠진 기업에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제때에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경쟁력을 다시 갖춰 살아날 수 있고, 경제 전체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정상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인적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사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튼튼한 사회안전망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구조조정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최저임금이나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지금의 실업급여 수준에서 대규모 정리해고 등이 발생하면 너무나 큰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손실을 유발한다. 실업의 위험에서 국민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보험법 개정 등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지금 시작하더라도 늦다.



등록:2016-09-02 17:34수정 :2016-09-02 17:42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597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