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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경제학자가 본 김종인의 ‘경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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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다’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저는 서민입니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을 못 알아듣겠습니다. 그것을 우리 서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어야 경제민주화에 동참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특강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다’ 직후 한 청중이 질문을 던졌다. 다소 당황한 기색의 김 대표는 “서민을 위해서 경제민주화 하자는 것이다”라고 답했으나, 질문자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판을 후끈 달구었다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사라지나 했던 경제민주화가 올해 총선에서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를 이끌게 되면서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동 의 여부를 떠나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일까? 김 대표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대표 퇴임 뒤) 당분간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경제민주화를 알리는 강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공정한 ‘게임 규칙’ 만들어 재벌 장악 막자는 것

김 대표가 말하는 경제민주화 개념은 의외로 단순하다. 법적·제도적으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 ‘거대경제세력’(재벌)이 나라경제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번 국회특강 제목에서 잘 드러나듯, 재벌의 독점이 나라경제 전체의 활성화를 방해할 정도이므로 이를 규제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리라고 김 대표는 보고 있다.

얼핏 기존 진보진영의 ‘재벌해체론’과 비슷하다. 그러나 김 대표의 주장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게 아니다. 적절히 규제해 재벌과 중소기업, 자영업 등의 ‘비교우위’를 골고루 살려 경제 전체의 조화와 활력을 높여주자는 쪽에 가깝다. 이런 목표가 자연스럽게 달성되기 어려우니 국가권력에 의해 일정한 규제체계를 만들어두자는 것이다. 지난달 초 김 대표가 여야 의원 121명의 지원을 받아 발의한 상법개정안(의안번호 2000645)은 그 첫걸음이다. 이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을 통해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김 대표는 재벌 내부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를 바로잡는 데서 경제민주화 단초를 잡아낸 셈이다.

재벌 규제를 통한 경제질서 확립과 함께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 개념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게 정부 역할이다. 자본주의 경제란 개인들이 노동 등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소비하는 체제이고, 그랬을 때 개인들의 만족감도 높아지고 경제의 효율성도 극대화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들은 오히려 공적인 방식으로 조달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데, 보육과 교육, 일자리(실업), 의료, 노후연금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은 오늘날과 같이 대규모로 발달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개별 경제주체가 각자 책임지기보다는 정부가 범사회적으로 돌보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다. 흔히 ‘복지정책’으로 여겨지는 국가의 이러한 기능들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제의 운용에 필수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김 대표는 복지가 아닌 ‘경제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역할을 통해 경제가 좀 더 ‘포용적’으로 운용될 수 있고,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그것은 경제‘민주화’의 한 축이다.

끝으로, 김종인 대표의 경제민주화 개념에는 ‘경제민주화’를 국가 법체계의 최상위에 있는 헌법에 못박아두는 것까지 포함된다. 재벌에 대한 규제를 법률만으로 하게 되면 자칫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 스스로 밝히길, 이것이 그가 19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119조2항)을 넣는 데 많은 공을 들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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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8월 당시 김종인(오른쪽) 청와대 경제수석이 농촌진흥청 제주시험장을 방문해 노태우 대통령과 함께 한우의 품종개량 연구과정을 둘러보고 있다.(왼쪽 사진) 1990년 8월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김종인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노조의 사회 참여 및 법인세 인상 반대, 오해의 시작

사실 2012년 대선을 전후로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놓은 것은 김 대표만이 아니다. 수많은 학자와 정치인들이 조금씩 다른 내용의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 대중이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한 혼동을 겪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 개념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데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 그가 조세·재정을 통한 재분배와 노동자세력의 역할에 대해 밝혀왔던 견해들이 대표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예컨대 그는 총선을 앞둔 지난 3월에 민주노총을 방문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데 반감을 내비쳤다. 지난 16일 국회 강연에서는 법인세 인상은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적극적 역할을 부정하는 김 대표에 대해 ‘노동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상’이라는 비판이 따라 붙었고, 이명박 정부 이후 진보의 핵심 의제였던 ‘엠비(MB)감세 철회’를 부정하는 듯한 모습에 대해서는 더민주 내부에서도 격한 비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재벌규제를 골자로 하는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기존 진보진영의 조세·재정을 통한 ‘재분배’가 서로 배치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우리 경제에서 재벌의 독점은 특정 산업을 넘어 경제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따라서 재벌의 힘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면 노동자의 임금인상, 노동시장의 양극화해소, 대기업과 중소하청업체의 관계정상화, 골목상권보호 등을 동시에 구조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 보육, 교육, 일자리, 의료, 노후 등에 관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까지 얹혀지면 사회 전반에 퍼진 양극화 해소와 경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에도 기여할 것이다.

물론 경제가 이렇게 재편되었는데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불평등이 있을 것이다. 능력이 없어서든 단순히 운이 없어서든 낙오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조세·재정을 통한 사후적 재분배정책은 바로 이 지점에 들어온다. 즉 김 대표는 조세를 통한 재분배 정책의 의의를 부정한다기보다는 거기에 부차적인 의미만을 부여한 것이고 여기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노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자신의 경제민주화를 설명하면서 외국의 예를 많이 든다. 20세기 초 선진국들이 경제적으로 도약하는 데 경제민주화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통제만큼 중요한 게 노동자의 경영참여였다. 개별 사업장, 회사, 산업, 그룹사, 지역, 국가 등 다양한 차원에서 촘촘하게 경영 참여가 이루어졌고, 이를 보장하는 제도들이 법률에 명시되었다. 노동자 참여가 가장 잘 제도화된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에서 유학한 김 대표 역시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중시한다. 실제 그는 지난 5월 23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경제민주화 최종 단계에 가면 기업 내 노사간 감시 체계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대형 국영기업이나 대우조선해양처럼 1만명 이상 고용업체는 노동자들이 경영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결국 마련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도 ‘노동자 경영참여’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그가 지난 3월 민주노총에서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김 대표가 염두에 둔 서유럽과 북미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이 관여하는 의제들은 소극적으로는 노동자 자신들의 권익에 대한 것이고 크게 봐도 기업경영에 관한 사항들이다. 이런 인식이 ‘노동자들은 사회문제에 개입하기보다 근로조건 개선 문제에 대해서나 신경쓰라’는 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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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6월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자리로 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완전한 경제민주화’ 혼자 힘으론 부족해

‘김종인표 경제민주화’에 대한 오해는 그의 다소 독단적인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엄밀한 개념 정의에 따르면 정부의 재분배 정책은 부차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미 양극화가 지나치게 진행된 상태라면 최고소득세율 인상이나 법인세 인상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분배정책은 이를 빠르게 바로잡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우리 경제에서 빚어지고 있는 ‘대기업 쏠림’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선 조세제도를 통한 사후적 해법보단 기업지배구조 조정 등 사전 통제가 필수적이라며 “세금 가지곤 근본적인 분배구조를 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현재 국면에선 재분배정책이 갖는 특수한 의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인정해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우리 역사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념은 이미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을 지녔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그것을 가장 정력적으로 실현하고자 노력한 사람이 김종인 대표였음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김 대표는 이제 대표에서 물러나면 다음 대선까지 경제민주화 실현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에서 보듯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에는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재벌 규제에서부터 국가의 적극적인 복지 및 재분배 정책, 나아가 노동자의 경영참가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된다. 아마도 이 모든 것들을 골고루 강조하면서 ‘완전한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것은 김 대표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정치인으로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재벌을 규제하자는 것만도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노동자 경영참가까지 적극적으로 주장하긴 어렵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무엇이냐’, ‘어떤 경제민주화가 옳으냐’라는 무익한 논쟁보다는 서로 결점을 보완해주는 ‘비판적 지원군’이 그에겐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보인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g@hani.co.kr




등록: 2016-08-24 05:00수정: 2016-08-24 11:19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7581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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