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8일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대선 공약 토론회

“역대 정권에서 친노동 공약은 이행 잘 안돼
정부의 노동·복지 공약 실행 능력 중요”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중세력 배제해 개혁 실패
개혁 위해 진보정당·노동계와 연대 필요“

플랫폼 노동의 기본권 보장 확대
돌봄의 성평등 문제 해결 등 제안
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노동·복지 공약 평가’ 토론회에서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노동·복지 공약 평가’ 토론회에서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노동·복지 공약은 이름만 가리면 누구의 공약인지 쉽게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고 장황하다. 두 후보 모두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완화와 5대 돌봄 국가책임제 등에 동의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을 보면 노동·복지 공약은 내용보다 실천 의지가 문제였다. 진보 성향 지식인들은 “대선 공약들 가운데 친자본 공약은 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친노동 공약의 이행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조돈문 카톨릭대 명예교수)며 노동 공약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진보성향 지식인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공동대표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가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연 ‘2022년 대선 노동·복지 정책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조돈문 교수(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비정규직 비중 확대, 위험의 외주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자본-노동소득분배율과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는데도 2022년 대선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 의제들이 주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플랫폼 사업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일거리를 배분하고 노동자를 관리하며 노동조건을 결정하면서도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는 회피한다. 이로 인해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개념 정의를 확대해 플랫폼을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 후보의 당선이 윤 후보보다 비정규직 정책 공약들의 이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관련 핵심 공약들을 거의 이행하지 않아서 형성된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의 비정규직 공약 이행은 전반적인 사회 ·경제 분야 개혁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동맹 ·연대의 사회세력이 필요하다”며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연대를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퇴진과 촛불 대선을 불러온 민중세력을 배제함으로써 개혁의 동맹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결국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적폐세력에 굴복”해서 개혁에 실패했다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일자리 정책 관련 발제에 나선 나원준 교수(경북대)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전 세계적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이 되려면 일자리 국가책임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를 비롯한 기간산업 , 공적자금 투입 사업장 , 돌봄이나 보건과 같은 필수 영역의 경우 민주적 통제에 기반한 공적소유로 전환해 공공부문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 또 민간부문은 국가재정 투입을 통한 고용유지 지원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직무전환 지원 ,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복지정책 관련 발제로 나선 김형용 교수(동국대)는 “기후위기, 가족구성 회피, 불평등 악화, 고용 상실과 함께 돌봄의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권혜원 교수(동덕여대) 플랫폼 노동과 관련해 “플랫폼이 일정한 통제를 행사하고 있다면 플랫폼을 사용자로 간주한다는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노동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 지침은 플랫폼이 노동자의 보상 수준을 결정하거나 작업 성과를 감독하는 등 노동자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 플랫폼을 사용자로 간주해야 한다고 돼 있다. 황선웅 교수(부경대)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대응은 공공부문 강화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탄소 배출을 많이 한다고 민간기업을 공적 소유로 할 수 없지 않느냐. 이에 대한 담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난주 교수(대구대)는 “여전히 돌봄은 여성이 가족 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돌봄의 성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식인선언네트워크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노회찬재단, 6411사회연대포럼, 민주노동연구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촛불시민들의 열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회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것을 지속해서 촉구해왔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30256.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가사노동자 범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해야”

서울시 ‘가사노동자 지원조례’ 시행 100일 맞아 조례 개선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 개최 “전국 45만명 추산 가사노동자 3분의1 이상 수도권 집중 상담·교육 지원하는 ‘가사노동자지원센터’ 설립 필요” 4일 서울 중구 서울시...

  • HERI
  • 2022.10.05
  • 조회수 1136

“일하는 노인에게도 노동자 권리 보장해야”

한국노총 가사·돌봄 유니온 등 제32회 ‘세계 노인의 날’ 맞아 회견 “일하는 노인에 대한 실태조사 필요, 65살 이상 취업자 실업급여 적용을”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앞 광장에는 유엔이 정한 제32회 ‘세계 노인의...

  • HERI
  • 2022.10.05
  • 조회수 843

고래·돼지·박쥐 울음소리, AI가 번역한다

인공지능, 동물 소통법 연구 활용 스마트폰용 ‘고양이언어 번역기’도 AI로 데이터 패턴·상관성 분석 향유고래 대상 ‘고래언어 해독’ 연구 인간의 동물 이해·공감 바꿀 수도 인공지능은 동물의 언어와 표현방식을 해석하는 데...

  • HERI
  • 2022.10.04
  • 조회수 1272

국내 최대 규모 이종협동조합 ‘인라이프케어’ 비전 선언

27일 충북 괴산서 비전선포식 열려 소비·생산·의료 협동조합 110개 참여 “친환경 생산·소비자 실천 운동 펼칠 것” 27일 충북 괴산 자연드림파크에서 국내 최대 규모 이종협동조합연합회인 ‘인(iN)라이프케어 이종협동조합연합회’...

  • HERI
  • 2022.09.28
  • 조회수 1202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인 연결의 장, ‘소셜밸류커넥트’의 귀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사회적가치 플랫폼 행사 최태원 SK회장 제안 출범…3천여명 참석 2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행사장에서 임팩트 투자기관과 소셜벤처 관계자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

  • HERI
  • 2022.09.21
  • 조회수 1134

“사회적경제는 정권 바뀌어도 가야할 길”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19일 사회적경제 정책 토론회 열어 정부·서울시 등 사회적경제 담당 조직 없애고, 예산 대폭 삭감 여야 떠나 양극화·지방소멸 사회문제 해결 대안으로 다뤄야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

  • HERI
  • 2022.09.21
  • 조회수 938

대산농촌상 도덕현·손연규씨

농업경영 부문 수상자 도덕현 대표 농업공직 부문 수상자 손연규 연구관 대산농촌재단(이사장 김기영)은 15일 제31회 대산농촌상 농업경영 부문에 도덕현(62) 도덕현유기농포도원 대표를, 농업공직 부문에 손연규(56) 국립농업과학원 ...

  • HERI
  • 2022.09.19
  • 조회수 1010

페북·구글·아마존 이어 트위터도 나왔다…빅테크의 내부고발자들

개인정보·행동데이터 다루는 IT서비스 외부에선 접근 어려워 내부고발자 증거 수집해 폭로땐 여론 영향 등 파장 일파만파 “수익 우선 윤리 망각” 잇단 폭로 페이스북, 규제 강화 이용자 외면 내부고발 뒤엔 캠페인·연구소 행 ...

  • HERI
  • 2022.09.19
  • 조회수 948

‘무한 스크롤’ 개발 디자이너도 나섰다…“이젠 정지신호 복원할 때”

속임수 설계와 디자인 윤리 매끄러운 사용자경험·디자인 추구 ‘무한스크롤’ 혁신기능이 중독 불러 웹 고도화는 전문가 윤리의식 요구 사용자가 원치 않는 프로그램까지 함께 설치하는 ‘바구니에 숨겨넣기’는 대표적인 다크 패턴...

  • HERI
  • 2022.09.05
  • 조회수 1217

‘100세 시대’ 일하는 노인 ‘실업 안전망’이 없다

가사·돌봄 유니온, ‘노인고용 안정 위한 정책협약식’ 고용보험법, 65살 이후 신규취업 고용보험 안돼 고용보험 가입과 실업급여 적용 등 촉구 서명운동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 노동조합·노후희망유니온·한국가사노동...

  • HERI
  • 2022.09.02
  • 조회수 1281

가격 그대로인데 ‘오늘만 핫딜’…합법과 기만 사이 ‘다크패턴’

IT기술·심리학적 연구 활용한 이용자 반응 유도 효율화 설계 자동화·AI 덕분 개인별 맞춤화 기술 무한스크롤·자동재생·가격 차등화 중독 유발하는 ‘2세대 다크패턴’ 우려 한국소비자원 보고서에서 ‘눈속임 설계’ 사례로 제시한...

  • HERI
  • 2022.08.22
  • 조회수 1214

“전기·가스 통합한 독립된 에너지규제위원회 신설하자”

<한겨레>, 전력요금 정책토론회 개최 연료가격 변화 반영한 요금 정상화 필요 요금의 ‘탈정치화’ 위한 거버넌스 개선도 독점적 전력판매시장 개방 필요성 제기 “정상화에 필수”-“민영화 우려” 엇갈려 5개 화력발전 공기업의 ...

  • HERI
  • 2022.08.11
  • 조회수 1285

전력요금 정책 개선방안 찾는 토론회 11일 열린다

<한겨레> 주최로 서울 본사 청암홀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위한 대안 모색 전기위원회 독립·전문성 강화 방안 관심 중장기 전력거래시스템 개선에도 주목 정연제 박사·유승훈 교수 주제발표 맡아 학계·소비자·환경·노사·정부 ...

  • HERI
  • 2022.08.03
  • 조회수 1813

변형윤 선생 ‘학현학술상’ 확대에 “생각 못했는데 고맙다”

[짬] 서울사회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 변형윤 명예교수 학현 변형윤 선생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사직로 서울사회경제연구소에서 ‘학현학술상’ 확대 개편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생각지도 못...

  • HERI
  • 2022.07.28
  • 조회수 2022

“스케치 못해도 예술 가능”… 창작환경 지각변동 오나

AI 창작도구의 예술계 영향 ‘컴퓨터하는 이집트 동물신’ ‘쇼핑하는 기린’ 등 글쓰면 인공지능이 이미지샘플 제시 월 15달러에 460개 사용가능 삽화 등 상업적 활용도 가능 디자이너 ‘AI 활용능력’ 중요 인공지능이 문장에...

  • HERI
  • 2022.07.26
  • 조회수 2142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더 나은 내가 되는 일”

사회적 기업가이자 싱가포르 국회의원 캐리 탄 기획 국내 여성운동·사회혁신 활동가 위한 워크숍 열어 “내적 성숙이 이끄는 공동체와 사회문제 해결” 강조 지난 15일 서울 성수동 메리히어(Merry Here) 지하 2층에서 싱가포르...

  • HERI
  • 2022.07.19
  • 조회수 1795

“협동조합 연합해 유통플랫폼 ‘더쎈’ 구축하겠다”

사회적경제 상호거래 플랫폼 ‘더쎈’ 설명회 ‘함께하는’ 협동조합 비즈니스 생태계 모색 15일 서울시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상호거래 플랫폼 설명회에 160여명의 협동조합 관계자가 참석했다. 신효진...

  • HERI
  • 2022.07.19
  • 조회수 1745

“팬데믹, 전쟁 등 글로벌 위기에 기부 역할 더 커졌죠”

[짬] 세계공동모금회 윌리엄스 회장 안젤라 윌리엄스(왼쪽) 세계공동모금회 회장이 12일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나는 인간 내면의 ...

  • HERI
  • 2022.07.14
  • 조회수 2584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0년…‘지속가능한 도약’ 가능할까

9일 ‘제4회 사회적경제 박람회’서 협동조합기본법 평가 현장선 협동조합 법제도·정책의 효과성 체감 미미 “2032년 협동조합 도약 위해 ‘지원’에서 ‘진흥’으로, 중앙 주도에서 지역 중심으로 정책 설계 필요” 지난 9일 경북...

  • HERI
  • 2022.07.12
  • 조회수 1671

전통 리조트로 되살아난 고택…지역 중심 사회적경제가 ‘지방시대’ 이끈다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 사회적경제 기반, 다양한 지역발전 사례 쏟아져 정책포럼·광역지원센터협의회 발족 등 눈길 지난 8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로 경북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발전과 사회적경제’ 심포지엄...

  • HERI
  • 2022.07.12
  • 조회수 1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