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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꿈틀리 인생학교’ 운영하는 오연호 이사장

진보매체 대표기자이자 ‘꿈틀리 인생학교’를 운영중인 오연호 이사장이 두번째 행복론 책을 냈다. 사진은 첫번째 저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2016년 7월 경기 파주 교하고교에서 열린 500회째 강연회 모습.
진보매체 대표기자이자 ‘꿈틀리 인생학교’를 운영중인 오연호 이사장이 두번째 행복론 책을 냈다. 사진은 첫번째 저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2016년 7월 경기 파주 교하고교에서 열린 500회째 강연회 모습.

기자가 기사 쓰기를 멈췄다. ‘부자 되세요’를 최고의 덕담이라며 사람들이 주고받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2012년이다. 386운동권 출신 진보 매체 기자는 분노와 허탈함 속에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진보가 집권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사람들은 경제가 제일이라며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았다. 그런데 과거와 비교도 안 되게 잘살게 된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아직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걸까? 어떡하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해답을 찾아 행복지수 1위라는 덴마크로 무작정 떠났다. 시민참여형 온라인 매체 <오마이뉴스>를 만든 오연호 대표기자 이야기다.

‘진보가 집권하면 세상 달라질까’ 고민 
2012년 ‘행복지수 1위 덴마크’ 탐사 
‘우리도 행복할…’ 내고 800회 강연 
최근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출간

덴마크와 한국 차이는 ‘실천’ 발견 
‘청소년 30명 자율학습생활’ 실험 중 
“더 잘하자에서 더 행복하게 살자로”

그의 눈에 덴마크 사람들은 아이도 어른도 큰 걱정 없이 행복해 보였다. 누군가를 밟고 서지 않아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도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교육, 노동, 복지 등의 영역에 튼튼히 뿌리내려 있었다. 오 대표는 자신이 탐색한 덴마크 행복의 비결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2014)로 엮어냈다. 그의 행복론에 공감한 독자들의 강연 요청이 이어졌다. 800회 이상 전국 곳곳에서 행복을 갈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제 기자로 돌아오는가 했더니 “직접 덴마크에 가서 확인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성화에 ‘꿈틀 비행학교’ 가이드가 됐다.

오 대표는 이런 경험들을 모아서 덴마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를 지난 2월 펴냈다. 노동 이야기에 가장 반응이 뜨거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교육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어려서부터 경쟁과 등수 매기기에 억눌려온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다른 답을 제시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부모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행복과 교육’이라는 주제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기도 했다. 진보 매체 기자로 일하며 상대적으로 만날 기회가 적었던 보수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과도 터놓고 이야기하게 됐다. “무슨 말 하나 보자”며 팔짱 끼던 중년 남성이나 재벌 2세도 “어릴 때 해맑던 아이들 얼굴이 고등학생 되면 어떻게 변합니까? 덴마크 청소년들은 아이 때 밝은 표정 그대롭니다” 하는 말에는 마음을 열었다.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내 자식도 이렇게 살아야 할까.” 덴마크식 교육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꺼내놓는 고민은 그 자신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치열하게 살며 경쟁의 승자가 된 사람들도 40대가 넘으니 힘에 부친다고 했다. 또 자신은 안정적 삶을 누려도 자식이 패자가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어 고민은 깊어갔다.

오 대표는 오히려 이런 고민을 꺼내놓는 사람들의 용기가 희망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부족한데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고민은 대통령도 할 것이다. 이걸 꺼내놓고 이대로도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 큰 변화의 징표다.”

그는 “우리도 덴마크만큼 좋은 교육철학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 같이 행복한 학교’, ‘모든 아이가 즐거운 학교’. 학교 정문에 흔히 걸려 있는 문구다. 다만 덴마크는 경쟁보단 협력, 성적보단 놀이로 실천하는데 한국은 실천하지 않는 것이 차이라고 강조했다. 책 제목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도 거기서 나왔다. 사랑은 품고만 있으면 보이지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전해진다.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은 사회, 우리도 만들 수 있을까?”라는 뜻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려면 다른 길을 선택한 삶의 경험이 쌓여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덴마크 교육은 어떻게 이런 경험을 만들까 살펴봤더니 ‘에프테르스콜레’가 눈에 들어왔다. 14~18살 청소년들이 1년 동안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우는 기숙학교다. 2016년 한국형 에프테르스콜레인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들었다. 중학교 졸업에 해당하는 나이나 학력을 가진 청소년 30명이 1년간 정규교육을 벗어나 자기 힘으로 생활하며 공부하는 곳이다.

다른 삶을 선택하는 힘을 기르겠다는 뜻에 풀무학교 출신 김희옥, 정승관 교사가 교장으로 합류했고, 돌아가는 길을 제 발로 선택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들어왔다. “한국 사회에서 고교 졸업을 1년 늦추는 것은 큰 모험”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오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30명의 학생들은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중인데다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 이라고 말한다. 즉 이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씨앗이라는 것이다.

그사이 오 대표 자신도 많이 변했다. 새로운 언론 매체를 세운 이래 20년 넘게 치열하게 뛰어왔다면, 지난 5년간은 흐르는 대로 살아왔다. 독자들이 부르니 강연을 다녔고, 함께 덴마크에 가자니 가이드로 나섰다. 한국에도 ‘에프테르스콜레’가 필요하다고 해 ‘꿈틀리 인생학교’를 만들었다. <진보집권플랜>을 쓰고 연이은 보수 정권의 당선에 ‘시대의 우울’을 앓던 기자는 많은 것을 내려놨다. 일을 덜 열심히 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오마이뉴스>에서도 많은 권한을 후배들에게 넘겼다. “더 크게, 더 잘하자에서 더 의미 있게, 더 함께, 더 행복하게 사랑할 것인가로 삶의 화두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오 대표는 웃었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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