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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교육·인력양성…기업, 사회의 빈곳을 채우다
기업과 사회의 연대
잘못 만회하는 ‘사회공헌활동’은 옛말
‘공유가치’ 찾아 함께하는 단계로 진전


이원재 기자 김영훈 기자



» 〈기업과 사회의 연대〉일자리·교육·인력양성…기업, 사회의 빈곳을 채우다. 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기업이 성공하려면 건강한 사회가 있어야만 한다. 동시에, 사회가 건강하려면 성공적인 기업이 있어야만 한다. 기업과 사회는 적이 아니다.”(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6년 겨울호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기업의 몫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세계 경영학계 주류의 목소리다. 과거처럼 정부와 시민사회만 노력해서는 복잡다기한 사회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기업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늘어나고 있는 사회의 적극적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자원과 교육을 제공하고 일깨워 주면, 저개발국이 엄청난 시장으로 성장하며 기업이 돈을 버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C.K 프라할라드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 또 사회책임경영을 수행하는 기업이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어 상품 판매와 인재 확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지난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쓴 ‘전략과 사회’라는 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논리를 제시했다.


사회공헌활동이 지금까지는 ‘기업이 사회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활동’이라는 수동적 표현으로 정의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업과 사회가 공유가치(shared value)를 찾아 연대하는 활동’이라는 능동적 표현으로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는 게 포터 교수의 주장이다. ‘사회책임경영’(CSR)의 시대는 가고 ‘사회통합경영’(CSI)의 시대가 온다는 설명이다. 기업과 사회의 관계가 ‘책임’에서 ‘통합’으로 진전된 것이다.

양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세계적 기업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4년에 삼성전자(1744억원)와 포스코(1540억원)의 기부액은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업인 월마트(1804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질적으로 보더라도, 사회와 공동의 가치를 발견해 연대를 이루려는 발돋움이 활발하다. 에스케이그룹의 경우 사회적 기업 지원 활동을 펼치면서 ‘일자리를 통한 저소득층의 자활’이라는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삼성은 빈곤지역 공부방이나 지역도서관을 지원하면서 ‘교육 기회의 확대’라는 가치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내 기업들에게 사회와의 공유가치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사회에 정말로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공유가치를 개발해 체계화하지 못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일시적 자선활동에 그치기 마련이다.



» 전략적 사회공헌활동 모형



사회공헌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세계적 기업은 이런 공유 가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커뮤니티칼리지협회(AACC)에 5천만달러(약 450억원)를 지원한 프로그램 ‘워킹 커넥션스’는 공유가치에 기반한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평가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늘 정보기술 전문인력이 필요한 기업이다. 미국에서만도 정보기술 전문인력이 45만명 모자란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커뮤니티칼리지협회 지원을 통해 우수한 정보기술 인력 배출을 돕는다. 동시에 자신의 기업에 채용할 인재를 확보했다.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공유가치를 통해, 사회와의 연대를 이룬 것이다.

이런 공유가치는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기업이 속해 있는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양방향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시민적 가치와 지역 풀뿌리 가치를 동시에 탐색하는 것이다.

우선 국제 표준으로부터 세계시민적 가치를 쉽게 탐색할 수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지아르아이(GRI), 아이에스오(ISO)26000 같은 국제협약이나 표준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된 세계적 합의는 그 구체적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이런 국제 표준에서 국제사회가 기업에 대해 어떤 가치를 기대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했거나 지아르아이 기준에 맞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유한킴벌리, 한국남동발전, 대우증권 등은 이미 세계시민적 가치를 탐색하기 시작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업 사회공헌활동 실무책임자 설문조사 결과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풀뿌리 가치는 비영리단체(NGO)로부터 얻을 수 있다. 이미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비영리단체와의 제휴 확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지난 5월 20개 기업 사회공헌활동 실무책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비영리단체 제휴사업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거나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중앙정부(35%) 또는 지방자치단체(45%)와 연계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비영리단체 ‘책읽는 사회’와 함께 지역 도서관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나, ‘숲생태지도자협회’와 손잡고 노인 일자리 창출을 돕고 있는 교보생명이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사회적 가치를 찾고 나면, 그중 어떤 것이 해당 기업 전략과 궁합이 맞는지를 살피는 게 다음 순서다. 이를 통해 공유가치를 개발한 뒤, 궁합이 맞는 구체적 현장과 활동까지 발견하면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이때 사회공헌활동은 더이상 기업의 부정·부당행위를 만회하기 위한 수동적 기부 활동이 아니다. 사회와 통합된 기업의 핵심 경영전략이 되어야 한다.

사회 진보라는 열차는 기업이라는 기관차를 동원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기업은 역사라는 긴 레일에 올라서면 더 안정감 있게 전진할 수 있다. 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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