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위키디피아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별난 구석이 많다. 아무나 새 주제어를 올릴 수 있고, 이미 오른 글도 고치거나 지울 수 있다. 비회원도 글을 남기는 데 제한이 없다. 사용자들에게 알리는 안내성 지침도, 내용을 중립적으로 작성하라든가 저작권 침해가 없도록 하라는 정도가 전부다. 운영은 비영리 방식이다. 엉망이 될 조건을 두루 갖췄다.
누구든 글을 쓰고 고칠 수 있으니, 누군가 원문을 고치고 다시 다른 사람이 고치는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 글이 몽땅 날아가고 해킹된 사이트처럼 엉뚱한 내용으로 도배되기도 한다. ‘조지 W. 부시’ 본문엔 한때 남자 성기 사진이 뜨기도 했다. 기업•정부기관•종교단체들의 의도적 왜곡도 빈발한다. 최근 일본 궁내청 직원이 일왕에 비판적인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삭제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엔 미국 중앙정보국, 교황청 등이 일부 내용을 왜곡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뢰를 잃을 만도 하다. 그럼에도 사이트의 성장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2001년 문을 연 이 사이트는 253가지 언어로 모두 820만 건의 주제어가 올라 있는 거대 지식창고로 성장했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태니커의 정보량을 5년 만에 뛰어넘고, 다시 2년 만에 15배까지 차이를 벌렸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합쳐진 개인들의 힘이다. 수없이 토론하고 걸러낸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양쪽에 모두가 의견 게시를 용인한다. 정보 왜곡을 찾아내고 추적한다. 무수한 개인들의 자율적•집단적 절충이고, 자정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포털의 폐쇄적 구조와 장삿속을 극복하자며, 대안으로 한국어 위키피디아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위키피디아에 들어가 대선 주자들 이름부터 쳐 보자. 그리고 참여하자. 웹 생태계 ‘종의 다양성’과 진화는 그렇게 학보된다. 그 지적 풍요를 우리말로도 누리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2007.09.13 19:10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별난 구석이 많다. 아무나 새 주제어를 올릴 수 있고, 이미 오른 글도 고치거나 지울 수 있다. 비회원도 글을 남기는 데 제한이 없다. 사용자들에게 알리는 안내성 지침도, 내용을 중립적으로 작성하라든가 저작권 침해가 없도록 하라는 정도가 전부다. 운영은 비영리 방식이다. 엉망이 될 조건을 두루 갖췄다.
누구든 글을 쓰고 고칠 수 있으니, 누군가 원문을 고치고 다시 다른 사람이 고치는 행위가 반복될 수 있다. 글이 몽땅 날아가고 해킹된 사이트처럼 엉뚱한 내용으로 도배되기도 한다. ‘조지 W. 부시’ 본문엔 한때 남자 성기 사진이 뜨기도 했다. 기업•정부기관•종교단체들의 의도적 왜곡도 빈발한다. 최근 일본 궁내청 직원이 일왕에 비판적인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삭제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엔 미국 중앙정보국, 교황청 등이 일부 내용을 왜곡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뢰를 잃을 만도 하다. 그럼에도 사이트의 성장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2001년 문을 연 이 사이트는 253가지 언어로 모두 820만 건의 주제어가 올라 있는 거대 지식창고로 성장했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태니커의 정보량을 5년 만에 뛰어넘고, 다시 2년 만에 15배까지 차이를 벌렸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합쳐진 개인들의 힘이다. 수없이 토론하고 걸러낸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양쪽에 모두가 의견 게시를 용인한다. 정보 왜곡을 찾아내고 추적한다. 무수한 개인들의 자율적•집단적 절충이고, 자정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포털의 폐쇄적 구조와 장삿속을 극복하자며, 대안으로 한국어 위키피디아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위키피디아에 들어가 대선 주자들 이름부터 쳐 보자. 그리고 참여하자. 웹 생태계 ‘종의 다양성’과 진화는 그렇게 학보된다. 그 지적 풍요를 우리말로도 누리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2007.09.13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