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매니페스토본부, 서울시장 후보자 답변 공개

오 후보, 전 시장 공약 중 171개(74.7%) 폐기·수정 밝혀
주민자치·시민참여·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 폐기 수순
시민사회 “‘정책의 연속성 중요’ 스스로의 말 지켜야” 비판

박영선 후보, 환경·사회변동·거버넌스 중심 지속성에 방점
총 59개 공약의 사업 종료까지 재정소요 4조483억원 추계
오 후보는 ‘최종 공약 미확정’ 이유로 소요재원 제시안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앞에서 선거 유세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 앞에서 선거 유세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공개 질의서 회신 내용을 공개한 이후, 시민참여·주민자치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경제·사회혁신 영역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 4월2일과 5일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이하 서사경넷)와 (사)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연이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의 폐기·수정 계획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매니페스토본부의 공개 질의서를 기반으로 서사경넷이 분석한 결과, 오 후보가 폐기하겠다고 밝힌 정책 22개 중 16개(73%), 수정하겠다고 밝힌 149개 중 40개(27%)가 사회적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이었다. 시민참여, 지역공동체, 주민자치, 사회적 경제, 사회혁신, 기후위기와 관련된 정책이 대부분이다.

서사경넷이 분석한 오세훈 후보 현 서울시 정책공약 보류폐기 목록의 정책 공약 성격. 자료: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사경넷이 분석한 오세훈 후보 현 서울시 정책공약 보류폐기 목록의 정책 공약 성격. 자료: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보류폐기하겠다고 밝힌 주요 정책들은 △서울 424개 동 주민자치제도 혁신 △‘협동조합형'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공공자산의 사회적경제 활용 활성화 △지역돌봄체계안에서 사회적 경제 촉진·활성화 △시민 정책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확대 및 활성화 △신뢰기반민간보조금제도 개선-공익활동을 통한 사회적 성과 창출 지원 및 보상 등이며,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힌 정책은 △‘서울형 자활제도' 내실화로 일을 통한 자립기반 형성 지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셜벤처 육성 △10분 동네 단위 주거지 재생사업 추진 △우리 마을 활력공간 조성 △권역별 NPO 활동거점공간 및 지원센터 확대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주택 공급 △자영업자 간 협업지원 확대 등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1년 3개월의 잔여임기를 수행하는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올해 하반기 인사 정도이고, 12월 국회 및 서울시의회의 예산심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임기 내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공약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오 후보는 지난 2018년 3월18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어떤 행정 단위든 정책의 연속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 시정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매니페스토본부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는 지난 정책의 75%를 폐기하거나 수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사경넷과 연대회의는 “‘무겁게 한 발씩 내딛는 것이 책임있는 자리’라고 밝혔던 스스로의 말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첫째, 시민사회 및 사회적경제 유관 정책의 폐기 및 수정 주장을 철회하라!

둘째, 사회적경제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라!

셋째, 서울시와 서울 시민이 함께 노력한 10년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계승하라!


연대회의는 오세훈 후보와 선거본부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한다. 만약 이러한 연대회의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사회적경제 정책의 활성화를 위해 서울의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함께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4.7 재보선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4.7 재보선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매니페스토본부의 이번 발표는 “서울시장 후보자로서 1년 3개월의 잔여임기를 위해 어떠한 정책공약을 준비하고 있는지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도우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도시구상 및 비전과 목표 △10대 핵심 공약과 우선순위, 사업 주체 및 재원 성격 △총공약 수와 공약 가계부 △정책의 지속성 등의 내용을 공개 질의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공개문건)

매니페스토본부가 밝힌 각 후보의 공약 가계부를 살펴보면, 박 후보는 총 59개 공약의 사업 종료까지 소요재정을 4조483억원으로 추계했으며, 국책사업 8개(2021년 재원 8190억원), 자체사업 51개(2021년 재원, 3조2293억원)로 구성했다. 반면, 오 후보는 최종 공약 미확정을 이유로 총 공약수와 그에 따른 전체 소요재원을 밝히지 못했으며, 밝힌 재정 중에선 ‘신속한 경전철 착공으로 교통편의 증대’에 가장 많은 재정(2021년 재원, 4383억원)을 추계했다.

‘정책의 지속성’ 측면에선 박 후보의 경우, 현 서울시정의 연장선상에서 수정보완하며 진행하는 계속사업의 성격이 강한 반면, 오 후보는 전 시장 공약 중 171개(74.67%)를 보류폐기 혹은 수정보완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오 후보는 △1순위: 재개발, 재건축 정상화로 18.5만호 추진 △2순위: 상생주택(7만호)+모아주택(3만호) 공급 △3순위: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를 10대 핵심공약의 우선순위로 꼽았다. 박 후보 쪽은 핵심공약 우선순위로 △1순위: 21분 컴팩트 도시 서울 △2순위: 글로벌 디지털 경제수도 서울 △3순위: 2045년 탄소 중립도시 서울을 제시했다.

10대 핵심공약과 우선순위 비교. 자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누리집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0대 핵심공약과 우선순위 비교. 자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누리집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오 후보의 핵심공약이 “기존 공공방식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회고적 투표를 유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으며, 박 후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과 경제활성화를 강조하여 전망적 투표를 유도”하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오 후보가 핵심 공약 중 상당수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공공 중심에서 민간시장을 활용하는 대규모 ‘개발’ 중심으로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대기업을 포함해 거의 모든 조직에서 핵심원리로 강조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반영한 공약의 비중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민간참여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시민참여의 통로로 작동했던 정책들을 보류폐기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을 위한 혜택이 과거 개발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사)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정리한 ‘사회적 경제 · 사회혁신 · 시민참여 · 주민자치’ 관련 정책 분류와 각 후보의 답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정리한 ‘사회적 경제 · 사회혁신 · 시민참여 · 주민자치’ 관련 정책 분류와 각 후보의 답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행복한 동네를 만들고자 하는 주민 자치 활동이기도 하고 △사회적·경제적 약자들 스스로 사업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되려는 노력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 △도시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일 △돌봄체계를 정비하는 과정 등 ‘사회’의 원리로 ‘경제’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거의 모든 공공의 정책에 중첩되는 영역이다. 국가와 시장, 지역과 시민사회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할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의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정책’의 내용과 가치, 실천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 신중한 선택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절박한 이유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gobogi@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96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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