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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국외사례 ➋ 핀란드

2017년부터 2년간 실업자 대상
기본소득-기초실업보장급여 비교
실험 도중 다른 정책 등 영향 받아
공동체·경제 효과 확인도 어려워
핀란드는 2017년 초부터 2년 동안 기초실업보장을 받는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했다. 사진은 이 실험을 주도한 핀란드 사회보험청 사무실.  EPA 연합뉴스
핀란드는 2017년 초부터 2년 동안 기초실업보장을 받는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정책실험을 했다. 사진은 이 실험을 주도한 핀란드 사회보험청 사무실. EPA 연합뉴스

2015년 선거를 통해 집권한 핀란드의 중도 우파 연립정부는 2017년 초부터 2년간 사회보험청(KELA)에서 기초실업보장을 받는 25~58살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실험집단은 기본소득을 받았고, 비교대상인 통제집단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초실업보장 급여를 받았다.



우선 실험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자. 핀란드 정부가 큰 관심을 보였던 고용효과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평균 고용일의 경우 실험집단은 49.64일, 통제집단은 49.25일로 두 집단 간 차이는 미미했다. 둘째 해에는 실험집단 77.96일, 통제집단 72.91일로 차이가 5일 정도로 벌어졌다. 기초실업보장급여 수급자보다 일을 할수록 소득이 더 많아지는 기본소득 수급자의 경우 고용일수가 6.0~57.5% 증가할 것이라고 이론적으로 예측됐고, 실제 고용일수 증가율은 8%였다. 예측 범위 안에 있긴 했으나, 기대만큼 고용효과가 크진 않았다.

기본소득 수급자 중에서도 고용효과에 차이가 있는 집단들이 있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기본소득 수급자는 두 해 연속으로 비교집단보다 고용률이 개선됐고, 모국어가 핀란드어와 스웨덴어가 아닌 사람들도 통제집단보다 평균 13일을 더 많이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최근 이민자들이다.

고용효과를 해석할 때 모집단이 기초실업보장을 받던 장기실업자라는 점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기본소득을 받기 전에 기초실업보장을 받던 실업자였고, 비교대상인 통제집단 역시 여전히 기초실업보장을 받는 실업자다. 따라서 이 실험의 결과를 기본소득의 일반적인 고용효과로 해석할 순 없다. 또한 기본소득으로 인해 노동 의욕이 증가하더라도 일자리가 없으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핀란드 실험에서 고용효과 이외에 주요하게 측정한 지표는 건강과 자신감, 삶의 만족도, 인지능력, 사회에 대한 신뢰 등이었다. 이 지표들에선 기본소득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기본소득 수급자의 경우 사회보장제도, 사법제도, 자국과 유럽의회, 정치인과 정당 등에 대한 신뢰 수준이 통제집단보다 높았다. 복지국가 형성에 있어 정부와 사회를 향한 신뢰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기본소득을 통한 복지국가의 지속과 발전 가능성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과학적인 방법론이란 모집단 내에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무작위로 선정한 ‘무작위 통제실험’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야 한쪽 집단에 실시한 정책의 효과가 정확하게 측정된다. 하지만 실제 실험을 진행하면서 엄밀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기대와는 점점 멀어졌다. 특히 실험 도중에 다른 정책이 고용효과에 영향을 미쳤다. 2018년 1월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가 구직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실업급여의 4.65%를 삭감하는 정책을 도입했고, 이로 인해 기본소득만의 독자적인 고용효과를 식별하기가 어려워졌다. 그 외에도 사전 설문조사가 수행되지 않았고, 응답률이 낮은 가운데 실험집단 내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이 답변에 더 많이 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역 내 모든 거주자가 실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공동체와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근본적으로 핀란드 실험은 기존의 기초실업보장 정책과의 비교를 목적으로 장기실업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일반적인 효과를 살펴보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실험이 등장한 배경은 핀란드의 상황과 관련이 깊다. 핀란드는 스웨덴 등 인접국에 비해 실업률이 높게 유지됐고, 2018년에도 실업률이 7.2%에 이르렀다. 2015년에 집권한 연립 우파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바꿔 실업률을 낮추려 했고, 실험 설계를 맡은 연구진은 2016년 발표한 사전보고서에서 “사회보장제도 내에서 노동 유인을 창출하고 관료주의의 단점을 줄이는 방법을 찾”기 위한 실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핀란드의 실험은 특정한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해석돼야 한다.
이건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위원

한겨레에서 보기:

건강·삶의 만족도는 향상됐지만, 기대했던 고용효과 제한적 : 경제일반 : 경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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