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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이젠 지역뉴딜이다]
① 당진시 에너지 민관 거버넌스

‘기후 리스크’ 직면한 온실가스 1위 도시
탈탄소 경제로 ‘정의로운 전환’ 안간힘
발전 온실가스 2050년 100% 감축 등
시민이 토론 거쳐 그린뉴딜 정책 제안

전국 첫 에너지센터 설치 등 민관 협력
“지역균형발전·에너지전환 선순환 기대”

정부는 지난 10월 지역균형뉴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의 지역 확산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이 지역에 뿌리내리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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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에너지센터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선도마을 가운데 하나인 신평면 신송1리 주민들이 지난 7월 마을 교육 시간에 태양광 정원 등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당진시에너지센터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선도마을 가운데 하나인 신평면 신송1리 주민들이 지난 7월 마을 교육 시간에 태양광 정원 등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충남 당진은 화력발전의 도시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화력발전 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0여년간 수도권 전력 공급 기지 역할을 해왔다. 석탄을 연료로 쓰는 대규모 제철소도 가동 중이다. ‘온실가스 배출 1위 도시’의 오명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석탄화력발전에 따른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송전탑으로 인한 전자파 등으로 시민의 건강권과 재산권이 위협받아온 당진시는 지금 훨씬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 바로 기후위기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당진시와 같은 ‘탄소경제’ 위주의 도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석탄화력과 철강은 기후위기 대응에 수반되는 ‘좌초위기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이다. 당진시 처지에서 에너지전환은 곧 산업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지역균형뉴딜 충청포럼’에 기초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당진시가 사례 발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불가피한 탈석탄으로 인해 피해가 가장 큰 지방정부에 지역균형뉴딜이 집중돼야 한다”고 밝힌 것에서도 이런 절박함이 묻어난다.

지난달 26일 충남 당진시청 당진홀에서 당진시 그린뉴딜 시민기획단의 정책제안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시민기획단은 당진시가 수립 중인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꾸린 시민참여 기구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지난달 26일 충남 당진시청 당진홀에서 당진시 그린뉴딜 시민기획단의 정책제안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시민기획단은 당진시가 수립 중인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꾸린 시민참여 기구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실제 당진시는 탈탄소를 향한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도시로 꼽힌다. 관 주도가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는 민관 협력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달 26일 당진시 그린뉴딜 시민기획단의 정책제안 발표회도 값진 성과 가운데 하나다. 시민기획단은 당진시가 수립 중인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꾸린 시민참여 기구다. 환경운동단체부터 리통장협의회, 비정규직센터, 농업경영인회, 상공회의소, 에너지전환에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체까지 다양한 당사자들이 참여했다. 두달여에 걸친 활동을 통해 10대 대표 목표와 80여개의 정책제안을 담은 그린뉴딜 정책제안서를 마련해 발표회장에서 김홍장 당진시장에게 전달했다. 김 시장은 ‘기후위기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이기도 하다.


시민기획단이 제안한 10대 목표에는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2030년 50%, 2050년 150%) △그린일자리 창출(2025년 1만개, 2050년 2만개)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 및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2021년) 등이 포함돼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인 탈석탄 로드맵도 제시됐다. 10기의 화력발전소 중 6기를 2030년까지, 나머지는 2040년까지 폐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계획보다 퇴출 시점을 6~7년 앞당긴 것이다. 당진시는 시민 제안을 반영해 ‘당진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다. 이처럼 민·관·기업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활동을 통해 지자체의 뉴딜정책 수립에 시민들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당진시는 설명했다. 앞서 4월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제안 간담회, 6월에는 그린뉴딜 시민대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인수 당진시에너지센터 센터장(맨 왼쪽)이 지난 7월 에너지전환 선도마을 가운데 하나인 신평면 신송1리 주민들과 함께 태양광 정원등을 설치하고 있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이인수 당진시에너지센터 센터장(맨 왼쪽)이 지난 7월 에너지전환 선도마을 가운데 하나인 신평면 신송1리 주민들과 함께 태양광 정원등을 설치하고 있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이런 민관 거버넌스의 중심에 당진시에너지센터가 있다. 에너지센터는 ‘시민이 이끄는 에너지전환 특별시’라는 당진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문을 연 중간지원조직이다.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설립된 에너지센터는 △에너지교육 시민강사 양성 및 찾아가는 에너지전환 교육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마을별 기초 자원 조사와 마을 에너지 사업 컨설팅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미니태양광 보급, 집수리 등) △에너지전환에 따른 갈등 해소와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 사업 등을 담당한다. 이인수 센터장은 “에너지전환 과정에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계획 단계부터 그들의 의견을 들어야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세울 수 있고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선 민관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환경보다는 지역 발전을 위한 활동에 역점을 둬온 민간단체가 그린뉴딜 시민기획단 운영에 적극 참여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바로 당진시개발위원회다. 이 단체의 천기영 위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은 당진의 미래와 결부된 문제”라며 “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완순 연구위원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합의된 목표가 제시됐으니, 에너지전환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잘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20일 충남 당진의 한 전통시장 입구에서 당진시에너지센터가 온실가스 줄이기 시민서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지난달 20일 충남 당진의 한 전통시장 입구에서 당진시에너지센터가 온실가스 줄이기 시민서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당진시에너지센터 제공

당진시는 김 시장이 재임하던 2016~2018년 민관이 힘을 합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아내고, 해당 부지에 태양광발전단지를 유치한 경험도 있다. 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수용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꾼 첫 사례다. 이인수 센터장은 “석탄화력발전 철회 투쟁을 벌이면서 시민들이 에너지전환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진시는 시민들의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풍력·태양광 등),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병권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에너지전환이 지역 경제를 망가뜨리지 않고 정의롭게 이뤄져야 지역균형발전과 에너지전환이 선순환할 수 있다. 당진의 경우 민관 거버넌스가 잘 구축돼 있어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진/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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