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8-01-17
소득공제 시스템 때문에 세율 낮아지면 기부금도 줄어… 정부의 책임 회피로 민간이 나선다는 의견도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어떤 기업은 이익의 5% 가까이를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한다고 한다. 김밥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아낌없이 대학에 기부한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는 세금을 낮춘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계속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며, 이런저런 세율을 낮춰서 민간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정부가 돈을 쓸 곳은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다. 소득 양극화, 신용불량 같은 금융 소외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여기다 최근 경기도 이천의 화재 참사에서 드러났듯, 이주노동자 문제와 같은 새로운 문제들까지 불거져나오고 있다.



△ 이명박 정부가 감세정책을 펼치고 국가의 역할을 줄인다면 한국 사회는 늘어나는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까. 연말 거리에 놓인 구세군 자선냄비. (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기업 기부는 세율 변화에 더 민감

과거 같으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했을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부가 신경쓸 여력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산출은 투입의 함수다. 투입에 해당하는 세금이 줄어드는데, 산출에 해당하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 자원 동원 방법으로 거론되는 게 민간 기부다. 일부에서는 ‘민간 연계 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우기도 한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나 개인의 기부가 사회문제 해결에 투입된다면, 전통적으로 정부가 해결하던 문제를 민간이 해결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정부가 제공하던 보육이나 간병 같은 사회 서비스에 기업 기부금이 들어오고 있고, 김밥 할머니가 기부한 돈도 대학 운영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경제학적으로 세금과 기부금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세율이 내려가면 사회 전체적으로 기부금은 늘어나게 될까, 아니면 줄어들게 될까? 세율이 내려가면 기부금도 줄게 된다는 게 정설이라면, 세금이 적어져도 기부를 많이 하면 된다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걱정스럽게도 세율이 낮아지면 대체로 기부도 준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논의가 있다. 정부가 기부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소득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기부비용’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기부자가 기부 때 부담하는 비용은 기부금액 전체가 아니다. 늘 기부금액 자체보다는 적다. 소득공제 시스템 때문이다.

세율이 20%인 나라에서 소득이 100원보다 많은 어떤 사람이 100원을 기부한다면, 실제 발생하는 기부비용은 80원에 해당한다. 20%는 세금감면 제도로 되돌려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율이 10%인 나라에서라면, 같은 금액을 기부하면서 지불하는 기부비용은 90원이 된다. 따라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세율이 낮아지면 기부금액도 줄이게 된다. 똑같은 액수를 기부하면 기부를 통해 얻는 만족감은 같은데, 거기 들어가는 비용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인보다 더 합리성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기업의 경우 워낙 거액을 기부하기 때문에, 세율 변화로 생겨나는 기부비용 변화가 매우 크다. 게다가 개인과 달리 재무정보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상장기업의 경우 외부에 공개까지 하기 때문에, 비용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문제 해결 책임을 회피하면 민간이 그 책임을 떠안으면서 더욱 적극적인 기부 행위가 일어난다는 논의도 있다. 유럽과 미국의 기부문화를 비교해보면 이런 논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율이 대체로 높은 유럽 국가보다 미국의 기부문화가 더 많이 발달해 있다. 세율이 유럽 복지국가들에 견주면 대체로 낮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김밥 할머니의 기부 뉴스를 유럽에서는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대부호의 거액 기부도 유럽 뉴스에서는 찾기 어렵다. 이미 세금으로 많이 지출하고 있으므로, 민간기업이나 개인은 사회문제 해결에 자신의 자원을 투입해야 할 동기를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간이 개입할 만한 사회문제도 많지 않다고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기부문화의 중요한 발전 동기 자체가 중앙정부 사회복지 기능의 취약성 때문이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 출범 뒤 감세와 작은 정부 레이스가 펼쳐졌고, 비영리기관과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기업 연계 비영리사업이 확산됐다는 이야기다.

사회문제의 책임은 누가 질까

오늘의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계산은 명확하다. 세율이 낮아지면 기부금액을 줄이는 게 오늘의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내일의 계산기는 좀 다른 것 같다. 정부가 사회문제 해결에 소극적이 됐을 때 민간 기부마저 줄어들면, 그 사회문제가 더욱 커지면서 모든 경제주체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민간이라도 나서서 해야 한다는 계산이 등장하는 것이다.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가 정말로 감세정책을 펼치고 국가의 역할을 줄인다면, 이제 막 움을 틔우려고 하는 한국 기부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선택지는 어디일지. 한국 사회는 늘어나는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 책임을, 결국 누구에게 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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