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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설립한 미국 게이츠재단을 최근에 찾아갔다. 이 재단은 기금이 빌 게이츠 회장의 기부금과 또다른 억만장자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의 기부금을 합쳐 334억달러(약 30조원)나 되는 거대 자선 재단이다. 약속한 기부금이 모두 들어온다면 기금은 600억달러가 넘게 된다.

인상적인 것은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2000년 출범한 이 재단에서 일하는 인원은 2005년까지 150명으로 늘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360명을 넘어섰다. 몇 해 안에 600명까지 인력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일하는 사람들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면 의학 전문가가 즐비하다. 노동시장에 나가면 얼마든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다른 곳에 취업했을 때 벌 수 있는 돈에 맞먹는 보수를 지급하면서 모셔 왔다. 한국에서라면 금세 ‘지나친 몸집 불리기’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을 법도 한 이런 움직임에 대한 게이츠 재단 쪽의 설명은 간단하다. “게이츠 재단은 기금의 50%를 빈곤층 건강 문제 해결에 쓸 예정입니다. 그러니 건강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를 모셔와야지요.” 돈을 ‘잘’ 쓰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사회에 이바지하는 돈 지출을 늘리는 추세다. 전경련 조사 결과, 2005년 한국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 지출액은 1조4천여억원이었다. 2000년의 7천여억원보다 갑절 넘게 늘어났다.

그런데 이 돈이 얼마나 잘 쓰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처음에 기업들은 대부분 전문 인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회 공헌활동을 시작했다. 이때의 활동은 단순 기부 외주로 이루어졌고, 그 목적은 주로 위험 관리였다. 기업의 전략과는 관계 없이 사회의 압력에 대응하는 시늉을 내느라 계획 없이 기부하는 일이 많았다. 고위 임원과 잘 아는 자선 단체 대표가 찾아오면 마지 못해 하는 시늉을 하며 몇 억원씩 기부하는 식이었다. 최근에야 앞선 기업을 중심으로 외부에서 사회복지사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 전문 인력을 채용해 사회 공헌활동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돈을 제대로 쓰려는 노력이 전혀 없던 시기의 우발적 공헌활동은 여전히 기업마다 체증처럼 쌓여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이 백화점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발적 기부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발성이 강할수록 지속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업 사정이 좋을 때 흥청망청 나누어 주듯이 기획한 사회 이바지 지출은, 사정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감축 대상이 된다. 또 고위 임원의 교체에 따라 쉽게 기부 대상이 바뀐다. 그럴 때마다 그 수혜자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생존 기반을 잃어버린다.

가장 강력한 것은, 기업의 장기적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전략적 사회 공헌활동이다. 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기에 기업이 존재하는 한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자면 필수적인 것이 전문인력 확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채용이 실제로 부담스럽다면 외부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자문을 받아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전문가를 채용해 전략적으로 설계하되, 그동안 누적된 체증은 그것대로 털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확장해 온 사업 내용 가운데, 기업과 사회에 모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어떤 것인지 객관적 시각으로 진단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좋은 일에 쓰이는 돈일수록 더 잘 쓰여야 한다. 기업 사회 공헌활동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원재/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2007.08.1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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