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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자면의 고객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으로 설명 가능

이주의 용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
혼자 출근해 일하던 어느 토요일, 마음은 산란하고 일은 더뎠다. 때늦은 점심 시간에 허기라도 달래며 스스로를 위로해보려 했지만, 문을 연 식당을 찾기도 어려웠다. 회사 근처 식당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는지, 회사 쉬는 날에는 약속이나 한 듯 다들 문을 닫았다.

자장면 다음 짬뽕, 한계 효용 높아져


△ 자장면을 처음 먹을 때의 한계효용과 반 이상 먹었을 때의 한계효용은 다르다. 짬자면은 총효용을 최대한 높인다.(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그나마 나를 위로한 장소가 회사 바로 앞 중국 음식점이었다. 문을 밀치고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굶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도가 밀려들었다. 자리에 앉는 동시에 외쳤다. “볶음밥 하나요.”

볶음밥을 기다리는 동안 무료한 참에 메뉴판을 펼쳐봤다. 그런데 자장면, 짬뽕, 볶음밥 같은 전형적인 중국 음식점 메뉴에, 맨 아래쪽에 마련돼 있는 특이한 메뉴들이 보였다. 짬자면, 볶짬면, 탕볶밥까지…. 자장면만 먹는 손님이 짬뽕이 먹고 싶을 수도 있으니, 아예 자장면 반그릇, 짬뽕 반그릇으로 이뤄진 메뉴를 만들어둔 것이다. 볶짬면은 볶음밥과 짬뽕이 반반씩이고, 탕볶밥은 볶음밥 절반에 탕수육이 절반 나온다. 뭐 그리 새로운 메뉴는 아니지만, 이 음식점에서는 예전에 보이지 않던 메뉴들이다.

하기야 중국 음식점에서 자장면을 주문해 먹다 보면 짬뽕이 맛있어 보이고, 다음번에 짬뽕을 주문해 먹어보면 다시 자장면이 그리워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짬자면’이 등장한 배경은 사실 이런 고객의 욕구에 있다. 직감으로야 두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을 때 만족도가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논리적으로 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고, 같은 가격의 자장면과 짬뽕을 똑같은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에게 자장면 반그릇이 주는 만족은 짬뽕 반그릇이 주는 만족과 같다. 다시 말하면 자장면 반그릇을 먹고 난 뒤 그 다음 반그릇을 선택하라면 그게 자장면이든 짬뽕이든 상관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어떻게 자장면 한 그릇보다 ‘짬자면’이 더 만족이 높다는 점을 설명할까?
‘짬자면’의 위력은 경제학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오래전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를 위해 사회 교과서를 외우던 시절, 교과서는 이 법칙을 이렇게 설명했다. ‘배가 고플 때 빵을 한 개 먹으면 매우 높은 효용(만족)을 얻는다. 두 개째 빵을 먹으면 총효용(누적 만족도)은 증가하지만, 두 번째 빵이 주는 효용만 놓고 따지면 첫 번째 빵보다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첫 번째 빵을 먹으면서 배고픔이 어느 정도 가셨기 때문이다. 세 번째 빵이 두 번째 빵보다 낮은 효용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재화의 소비가 늘 때 마지막 한 단위가 주는 만족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바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비밀은 거기 있었다. 처음에 먹는 자장면 반그릇과, 자장면 반그릇을 먹고 난 뒤에 먹는 나머지 반그릇은 달랐다. 이미 자장면을 반그릇이나 먹고 난 뒤, 그 다음 자장면 반그릇이 주는 한계효용은 처음 자장면을 먹기 시작했을 때 반그릇의 한계효용보다 작다.

그 지점을 치고 들어오는 게 짬뽕 반그릇이다. 자장면은 반그릇을 이미 먹었기 때문에 한계효용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지만, 처음 먹기 시작한 짬뽕은 다르다. 짬뽕과 자장면을 같은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때 짬뽕 반그릇의 효용은 처음 자장면을 먹기 시작할 때 반그릇의 효용과 같다. 짬뽕은 처음 먹기 시작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 짬자면은 그 존재 기반을 얻었다. 자장면을 반그릇 먹고 나서 한계효용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쯤 영웅처럼 나타난 짬뽕이 다시 한계효용을 올려주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개념이다. 그렇다고 재료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 음식점 처지에서는 투입이 그대로인데 고객 처지에서는 만족이 커지는 윈윈 게임이 된다.

한계효용 체감 법칙의 한계, 중독
물론 이 법칙이 빵이나 중국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재화에 적용이 된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을 보자. 텔레비전 보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면 만족이 극대화될까? 그렇지 않다. 텔레비전 시청 1시간이 제공하는 한계효용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의 적용을 받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오래도록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보면 마지막 1시간 동안의 시청 경험이 주는 효용은 그 전 1시간의 효용보다 계속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텔레비전 시청보다 다른 체험이 더 높은 효용을 주게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종일 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학의 기본 법칙을 비웃듯이 말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도 ‘한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효용에 대한 합리적 판단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중독’의 마수에 걸려든 것일까? 하루 종일 무언가 한 가지에 몰두하고 난 뒤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한겨레21 2007/04/05 6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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