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5분경영학] 유명한 CEO가 돈도 잘 벌까

HERI 2011. 06. 27
조회수 7250
2007-01-03
실적이 좋으면 훨씬 높은 연봉 받지만 나쁘면 정상보다 더 많이 깎여…CEO가 유명해지면 단기적으로는 연봉이 오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하락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연말이 올 때마다,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뉘어진다. 연말 보너스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2006년 월스트리트에는 전자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22조원. 연말 미국 뉴욕의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에 뿌려진 연말 보너스의 총액이다. 뉴욕주와 뉴욕시는 연말 보너스에 대한 세금으로만 2조원이 넘는 돈을 거둬들이게 됐다. 올해 주식시장이 좋았던 덕이다. 1인당 보너스 액수를 계산해보니, 1억2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2005년 말 현재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17만4천 명인데, 총액 22조원을 사람 수로 나누면 이렇게 된다.

연말 보너스만 495억원!

물론 평균이 1억2천만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만한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수백억원을 받는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가 있는가 하면, 개인 성과가 좋지 않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직원도 있을 것이다. 여기도 여지없이 양극화는 일어난다.


△ 미국의 유명한 CEO인 칼리 피오리나, 도널드 트럼프, 스티브 잡스(왼쪽부터). 유명세로만 따지자면 세계 최고인 이들은 경영 현장에서 이름값을 하고 있을까?(사진/ AP연합)

우선 월스트리트 금융사 직원의 연봉은 같은 뉴욕시 비금융 업종 종사자에 견줘도 2.5배나 된다. 이건 말하자면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달리기 시합이다. 어떤 열차를 탔느냐에 따라서 승부의 절반은 갈린다. 물론 같은 열차 안에서도 차이는 크다. 가장 많은 보너스를 받은 사람은 골드만삭스의 CEO인 로이드 블랭크파인이다. 월가 사상 최대인 495억원이 지급됐다. 평균 금액의 400배쯤 된다. 이 가운데 현금이 250억원 남짓이고, 나머지가 주식과 스톡옵션이다. 블랭크파인의 2005년 연봉은 고작 5억원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연말 보너스가 연봉의 100배에 가까운 셈이다. 성과는 높게 올리고 볼 일이다.

블랭크파인이라니, 낯선 이름이다. 우리가 이름을 많이 들어본 CEO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이름조차 낯선 사람이 최고 액수의 보너스를 챙기다니 기분이 묘하다. 얼른 미국 기업인 연봉 랭킹을 찾아봤다. 유진 아이젠버그 나보스인더스트리 회장, 레이 이라니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회장, 루 프랭크포드 코치 회장…. 어쩐지 낯선 이름이 많다.

그 유명한 CEO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한때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사업 경쟁을 시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어프렌티스>(apprentice·도제)에 매주 고정출연해 “너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를 만들기도 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아이팟으로 너무나 유명해진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

대중 앞에서 직접 강연도 많이 하고 언론에도 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경영자들이다. 유명세로만 따지면 세계 최고 경영자일 이들은 실제 경영 현장에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유명한 경영자는 돈도 많이 벌까?

이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벌써 있었다. 미국 럿거스대학의 제임스 웨이드 교수 등 네 명의 경영학 교수들이다. 이들은 CEO의 유명세와 연봉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웨이드 교수팀은 미국 경영전문지 <파이낸셜 월드>가 매년 주는 ‘올해의 CEO’라는 상을 받은 CEO들과 그렇지 않은 CEO들의 연봉을 조사해 비교했다.

당연히 상을 탄 CEO가 매스컴을 타고 유명해지니, 그 뒤 연봉도 많이 받게 되리라는 것이 통념이다. 그러나 웨이드 교수팀에 따르면 이것은 절반만 사실이었다. 이듬해 회사 실적이 좋다면, 상 받은 CEO가 확실히 상 못 받은 CEO보다 연봉이 더 크게 높아졌다. 유명해진 경영자에 대해서는 시장이 실적보다 더 큰 가치를 인정해줬고, 이에 따라 연봉이 더 높아졌던 것이다. 이게 바로 ‘유명세 프리미엄’이다.

시장은 감정적이다

문제는 이듬해 회사 실적이 나빠졌을 때였다. 실적이 악화할 때는 상 받은 CEO의 연봉이 상 못 받은 CEO보다 더 크게 낮아졌다. 유명해졌는데 실적이 나빠지면 시장의 실망 때문에 연봉이 정상보다 더 많이 깎인다는 얘기다. 이건 ‘유명세 디스카운트’이다.

전체적으로 봐도 통념은 깨진다. 전체 평균을 보면 CEO가 상을 타고 유명해졌을 때, 단기적으로는 연봉이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깎인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CEO가 유명해지고 나서 실적이 나빠지는 회사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시장은 감정적이다. 열광도 하고 실망도 한다. CEO 연봉을 결정하는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명세에는 프리미엄도 있지만 디스카운트도 있다. “잘나갈 때 몸을 사려라”는 저잣거리의 말 속에는, 분명 뼈가 있었다.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2009-02-24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가운데)씨가 ‘빈곤의 덫의 복귀,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550

[삶과경제] 스타벅스 구조조정이 슬픈 이유

2009-03-04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008년 4분기에 1억2천만달러(약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17

잭 웰치 “주주가치 집착…어리석었다”

2009-03-13 자신이 창시한 주주가치 원칙 부정 비용 줄이려 구조조정에 치중 단기실적·시장만능주의 반성 류이근 기자 » 잭 웰치 GE회장. 이종근기자잭 웰치(74)는 1981년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가 된 직후 미국 뉴욕시 피에...

  • HERI
  • 2011.06.27
  • 조회수 6390

낯선 외국 조직과 10분만에 파트너십 이루기

2009-04-01 ‘파트너십’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영리와 비영리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비슷한 미션을 가진 사회적기업이나 NPO끼리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등 많은 이야기를 듣지요. 하지만 어떤 목적에서든, 처음 만난 사람...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09

“세계 경제권력 시민사회로 이동중”

2009-04-01 영국서 열린 ‘스콜세계포럼’을 가다 이원재 기자 <script></script> » 스콜세계포럼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인사들이 모여 경제위기 이후의 권력 이동 전망을 논의했다. 맨 왼쪽부터 레이 수아레즈 미국 기자, 캘라시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379

[삶과 경제] 새해 경제 열쇳말 '착한경제'

2008-12-31 이번 송년 모임의 화제는 모두 암울하기만 했다. 도대체 이 경제의 향방이 가늠되지 않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주류였다. 불황의 끝이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경제는 결국 다시 기지개를 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01

[삶과 경제]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융참사

2009-02-04 철거민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는 용산의 한 옥상에 진입작전을 지시한 지휘관은 그 순간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법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직업의식 이외에, 혹시라도 대형 참사가 날 위험이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

  • HERI
  • 2011.06.27
  • 조회수 5057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2009-02-24 “신자유주의 자식들”↔“보이지않는 저항” [한겨레 시민포럼] 청년실업과 88만원 세대 김경락 기자 <script></script> » ‘2009 희망 만들기 한겨레 시민 포럼’이 열린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88만원 세대>의 저...

  • HERI
  • 2011.06.27
  • 조회수 6870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2008-07-24 [한겨레21] ‘황제 경영’은 정말 바뀔 것인가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개별 기업 독자성 실현해야…이재용 전무 복귀에 관심 집중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회실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08

좋은 일 하고 돈도 버는 창업 없을까

2007-12-02 ‘노리단'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의 문화예술분야 창업팀 중 하나인 뮤직퍼포먼스그룹이다. 2004년 6월에 만들어진 이 팀은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업폐자재, 생활용품 등을 이용해 스스로 만든 악기를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174

사람냄새 나는 돈이 세상을 바꾼다

2007-05-14 요즘 대학가에 ‘착한 돈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 구호’가 사그라든 대학가에 경제 쪽 관심은 날로 새롭다.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들은 전사회적으로 몰아치는 신자유주의적...

  • HERI
  • 2011.06.27
  • 조회수 6053

[나라살림가족살림] 사회적 기업과 경영능력

2008-04-30 7년 전, 이철종 대표이사의 꿈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그저 취업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사람도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했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기로...

  • HERI
  • 2011.06.27
  • 조회수 5963

‘사회적 기업가’ 양성학교 문 두드리세요

2008-08-20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 아카데미가 전국에 문을 연다. 실업극복국민재단은 노동부가 주관하고 에스케이(SK)가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교육 운영기관으로 한겨레경제연구소 등 18곳을 최종 선정해 20일...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65

(나라살림가족살림) “착한 경제”의 코드

2008-01-30 부산의 엔지오 활동가들을 만났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좋은 일’을 하는 데 헌신적으로 보낸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이제 ‘돈벌이’였다. 자신이 이끄는 조직이 하고 있는 좋은 일을 지속시키려면 경제적 자립이 필요...

  • HERI
  • 2011.06.27
  • 조회수 5189

[5분경영학] 가게 땅값 올랐다고 웃지 마세요

2006-03-30 건물주가 가게 주인인 경우 자산은 늘어났지만 이익은 줄어든 셈… 늘어난 임대료를 챙긴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계산하라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회계적 ...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68

[5분경영학] 피터 드러커의 시간관리법

2007-07-12 지식노동자의 가장 중요한 자원,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고 통합하라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미국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시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경영...

  • HERI
  • 2011.06.27
  • 조회수 6371

[5분경영학] 프로구단은 왜 신인을 지명할까

2006-06-09 선수가 의무적으로 한 구단에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드래프트제의 경제학… 수요독점으로 가격 낮추는 전략, 공급업체를 독점한 월마트나 GM을 보라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

  • HERI
  • 2011.06.27
  • 조회수 6014

[5분경영학] 컴퓨터 가격은 왜 자꾸 떨어질까

2006-04-26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을수록 수요가 높아지는 네트워크 외부효과…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주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구매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주의 용어...

  • HERI
  • 2011.06.27
  • 조회수 7034

[5분경영학] 차별 있는 곳에 이익 있다

2007-07-12 최대 지불 의사’에 따라 각각 다른 값에 파는 가격 차별 전략 기업의 음모라 봐야 할까 모두의 ‘꿩먹고 알먹기’로 봐야 할까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영화값도 얼마 안 내...

  • HERI
  • 2011.06.27
  • 조회수 6176

[5분경영학] 주위를 둘러보고 “깎아주세요”

2006-02-15 물건값 흥정에 숨어 있는 경영학, 탐색비용을 둘러싼 게임 독과점이라면 정가 판매를, 경쟁이 치열하면 흥정을 권한다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선물을 사러 서울 인사동에 들렀다. 여...

  • HERI
  • 2011.06.27
  • 조회수 5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