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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재테크의 전성시대, 오해부터 바로잡고 경제학을 논하자

한 기업교육 전문가를 만나서 직장인 경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업교육 과정 중 경제 교육 시간을 넣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던 중이었다. 그 기업교육 전문가는 반색을 하며 말했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요즘 직장인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요.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 인기가 좋을 것입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교육전문가마저도 경제 교육과 재테크 교육을 혼동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경제’라는 단어가 편협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에게 경제는 그저 돈일 뿐이었다.


△ 경제학은 돈을 다루는 학문이고, 경제는 곧 돈이라는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경제학은 인간의 행복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진/ 한겨레21)

미래를 지켜줄 새로운 신의 존재
사실 경제는 돈이고, 경제학이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경제학 원론 교과서만 펴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경제학 원론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개념은 ‘돈’이 아니다. 모든 경제학 원론 교과서의 첫 번째 장은 ‘효용’(utility)에 대해 설명한다. 효용이란 인간이 느끼는 만족, 또는 행복을 뜻한다. 즉, 경제는 원래 인간의 행복과 만족과 관련된 영역이고, 경제학은 인간의 행복과 만족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돈은 그 다음에 나온다. 인간의 행복에 대해 분석하려면 행복을 개념화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가장 쉽게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게 바로 돈이다. 그 자체가 숫자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돈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는 근사치로 자주 애용됐고, 그 역사가 오래 지나다 보니 돈과 경제학이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보이게 됐다.

요즘 한국인들은 경제와 경제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른살 경제학> <괴짜경제학> 등 예전 같으면 어렵다고 외면받았을 것 같은 ‘학’ 자 들어간 책들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섰다. <경제 비타민> 같은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세상은 경제학의 전성시대인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경제와 경제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이다. 경제학이 인간의 행복을 다루는 학문이니, 다들 자신의 행복에 그만큼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말 아닌가.

경제학에 대한 관심은 또 시대 상황에 맞는 일이기도 하다. 계획과 지시와 통제가 우리 모두를 자동적으로 행복하게 해줄 것이니, 그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믿던 경제개발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사람들이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자 자신의 행복을 독재자나 파워엘리트에게 위탁하지 않고, 경제학 같은 도구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성시대는 위험하다. 경제학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돈을 다루는 학문이고, 경제는 곧 돈이라는 오해 말이다.
요즘 한국인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한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54%가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성공조건은 ‘돈’(재력)”이라고 응답했다. 권위주의가 사라진 시대, 누구도 자신의 미래를 지켜줄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미래를 지켜줄 새로운 ‘신’의 존재를 찾아나섰고, 과거에는 독재자가 가졌던 그 ‘신’의 지위를 돈이 차지하고 들어선 결과다.

그런데, 돈이 많으면 반드시 행복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당연히 행복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고, 돈이 적어도 행복한 사람들도 많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는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으면 돈이 아니라 행복, 즉 돈이 아닌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심리적 만족이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국의 빈곤정책 설계에는 레이어드 교수의 이론이 영향을 끼쳤다.

돈이 아니라 행복을 경제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이론을 통틀어 ‘행복경제학’(Happiness Economics)이라고 부른다. 행복경제학에서는 국가의 경제정책 목표로 국내총생산(GDP)만 따질 게 아니라 행복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은 돈으로만 계산되는 것인데, 이래서는 그 나라가 얼마나 잘사는지 제대로 따져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까지 계산하라는 것이다.

후생을 측정하는 다른 모델을

최근에는 행복경제학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라도, 인간의 후생(행복)을 측정하는 데 좀더 정교한 모형이 개발돼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돈은 세기가 쉽기 때문에 쉽게 경제학의 분석 대상이 됐지만, 다른 행복의 요소들은 세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돼버렸다는 이야기다.
숫자라는 게 묘해서, 지표를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이 또 거기 맞춰서 변한다. 그런데 돈을 중심으로 경제지표를 만들어놓다 보니 다들 돈만 생각하는 쪽으로 변해간다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기억하자. 경제학은 원래 행복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보려 경제학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많은 경제 이론가들이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는 가장 편리한 도구로 ‘돈’을 사용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제학이 돈이라고 여기게 됐다. 이건 그저 잘못된 의사소통에서 비롯된 오해일 뿐이다. 오해부터 바로잡고 나서, 경제학을 논하자.

한겨레21 2007/09/20 6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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