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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매지네이션’을 경영 원칙으로 제시한 GE의 친환경적 상상력

“착한 일을 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옛날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이다. <흥부와 놀부>도 그랬고, <금도끼 은도끼>도 그랬고, <백설공주>도 <신데렐라>도 그랬다. 심지어 최근 나온 애니메이션 <슈렉>에서도 착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happily ever after) 산다는 결말은 같다.


△ GE의 회장 제프리 이멜트. GE는 2005년 5월 미래 전략 방향의 핵심 키워드가 에코매지네이션이라고 발표했다.(사진/ REUTERS/ FRED PROUSER)

그런데 그 수많은 착한 사람 성공론에도 사람들이 세뇌되지 않은 것 같다.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하자면, 우리 중 대부분은 오히려 “착한 일을 하면 손해 본다”고 믿는다. 당연히 기업으로 가면 더 심해진다. 아무리 그래도 개인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런 사람조차도 기업은 선행을 베풀기보다는 오히려 야비하고 매몰차게 경쟁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쪽에 손을 들기 마련이다.

요즘 그런 통념에 반기를 드는 기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돈도 잘 벌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기업이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Green is green!
GE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2006년 6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344조원으로, 전세계 모든 기업 가운데 2위 규모였다.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는 매년 1, 2위를 놓치지 않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 GE가 최근 사회적 책임(CSR) 분야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1년 잭 웰치 전임 회장이 물러나고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이 들어선 뒤, 3~4년의 안정기를 거치면서 나타나고 있는 행보다. 그 행보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환경경영을 앞세운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과 사회공헌활동의 새로운 원칙인 ‘대형 문제 해결’(Solving big needs)이다.
에코매지네이션은 생태주의(ecology)와 상상력(imagination)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친환경적 상상력’ 정도로 풀이된다.

GE는 2005년 5월 미래 전략 방향의 핵심 키워드가 에코매지네이션이라고 발표했다. 내용은 이후의 전체 경영 방향을 친환경적인 쪽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GE는 2008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비율을 30% 감축하는 등 야심적인 환경경영 청사진을 내놓았다. 당시 GE가 내놓은 목표는 대부분 국제기구 등에서 권고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아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GE는 사실 이전까지 환경경영에 그리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우선 엑손모빌같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업이 GE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 잭 웰치 전임 회장이 철저하게 주주를 위해 단기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고 있었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소비재를 별로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소비자들 사이에 기업 이미지를 높여야 할 동기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기업이기도 했다.
그러던 GE가 전략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무엇보다 ‘환경이 돈이 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Green is green’이라는 전략 구호에서 이런 점이 드러난다. 환경(green)은 돈(green•미국 달러화 지폐의 녹색을 뜻함)이라는 뜻을 가진 구호다.

녹색 전략 구호는 사업 계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GE는 담수화사업 등 17개 친환경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2004년 100억달러였던 이 부문 매출을 2010년에는 200억달러로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청정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을 2010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15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거대한 전환, 자선에서 전략으로

GE가 이렇게 친환경 드라이브에 나선 것은, 앞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될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에서 환경 문제가 큰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이 그랬듯이, 공업화 초기 단계가 지나면 저오염•친환경 기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때 필요한 기술을 GE가 먼저 갖춰놓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GE에 에코매지네이션은 CSR 전략일 뿐 아니라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 GE는 경영 전략 따로, CSR 활동 따로 가는 단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CSR와 기업 전체의 경영 전략을 일체화하는 ‘전략적 사회책임경영’의 단계로 올라선 것이다.

GE가 펼치고 있는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CSR가 자선 차원을 넘어 전략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은 이제 기업 전체의 경영 전략, 즉 이익 창출 행위와 긴밀하게 맞물려가고 있다. 착한 일을 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 오랜 꿈이 지금 현실화되려 하고 있다.

한겨레21 2007/08/23 6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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