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5분경영학] 2등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HERI 2011. 06. 27
조회수 5312
2007-10-11
1등만이 기억되는 세상, 대항마 전략과 체계화 전략으로 성공한 2등 기업들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몇 가지 퀴즈. 가장 먼저 달에 도착한 사람은 누구일까? 닐 암스트롱이다. 그럼 두 번째로 달에 도착한 사람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은? 직지심경. 그럼 두 번째의 금속활자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히말라야산맥의 에베레스트. 그럼 두 번째로 높은 산은? 예상한 대로, 두 번째는 늘 어렵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경영자들의 말은 인정하기 싫지만 자꾸만 사실로 확인된다. 인간의 의식 속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최초의 무언가는 모두가 기억하지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어떤 영역에서든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사업을 벌이는 1등 기업이 소비자 의식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에이비스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한다”


△ 세븐업은 “콜라가 아닌 음료”라는 마케팅 슬로건으로 소비자의 마음 속에 “콜라 바로 다음에는 세븐업”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1등 효과’는 어쩌면 인간의 의식구조에서 비롯된 물리적 현상인지도 모른다. 자연현상에서도 이런 효과가 발견된다.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사회생물학의 대부로 꼽히는 에드워드 윌슨이 동물 세계에서 발견한 ‘각인학습’이 이와 비슷하다. 윌슨은 조류 군집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오리와 거위 새끼들이 부화한 직후 어떤 결정적인 시기에 처음 목격한 동물을 친부모인 양 따르고 배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생물에게 첫 번째 경험이란 이처럼 중요하다. 젊은이들의 술자리에서는 서로의 첫사랑 이야기만으로도 웃음꽃이 핀다. 그런데 두 번째 사랑은 거론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케팅의 대부 잭 트라우트는 저서 <포지셔닝>에서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결혼이란 가장 좋은 사람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맨 처음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봐야 옳다. …성공을 하려면 상대방의 마인드에 최초로 들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즈니스 거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좋은 첫 번째 대상과 거래를 트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목표 고객의 마음속에 누구보다 먼저 도달한 다음, 그 마음이 바뀌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드는 의문. 그럼 2등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대로 죽어가야 할까? 물론,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을 이미 보여준 기업들도 있다.

첫째는 대항마 전략이다.

미국 렌터카 시장에서 1위는 언제나 허츠였다. 에이비스를 비롯한 다른 많은 렌터카 회사들은 모두 비슷한 규모였는데, 허츠보다 훨씬 못한 실적으로 늘 적자에 허덕였다. 그런데 에이비스가 “우리는 더 열심히 일한다”(We try harder)라는, 매우 창의적인 마케팅 슬로건을 하나 생각해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구호의 내용은 이랬다.

“우리는 언제나 2등입니다. 그런데 소비자는 왜 우리를 이용할까요? 우리가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1등을 따라잡기는커녕 근처에조차 가지 못할 때, 에이비스는 과감하게 2등임을 인정하면서 1등과 자신들을 연결시켰다. 겉보기에는 2등을 인정한 겸손한 전략 같지만, 실은 야심찬 전략이었다. 아무도 범접할 수조차 없던 1등 기업과 자신을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에이비스는 이 캠페인 이후 흑자로 돌아섰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반면 허츠는 이런 마케팅 슬로건으로 맞서야만 했다. “허츠가 있고, 그리고는 없습니다.”

이런 ‘대항마 전략’은 2등 기업의 성장 전략으로 흔히 애용된다.

세븐업이 성장하게 된 배경도 이 전략에 있었다. 세븐업은 처음에 ‘비콜라’ 포지셔닝 전략으로 성공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음료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음료시장 전체에서 콜라의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콜라가 아닌 음료”라는 마케팅 슬로건으로 소비자의 마음속에 “콜라 바로 다음에는 세븐업”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버거킹이 맥도널드에 대해 벌이는 “맛있잖아!”(It just tastes better)도 비슷한 개념을 사용한 사례다. 맥도널드보다 값도 비싸고 점유율도 낮지만 ‘맛’은 더 좋다고 주장하면서 1등 기업과 자신을 연결시킨 것이다.

왜 IBM은 컴퓨터의 대명사가 되었나

2등이 사용할 수 있는 두 번째 전략은 체계화 전략이다.

북미 대륙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다. 우리 모두는 그를 기억한다. 그러나 그가 받은 보상은 보잘것없었다. 대륙 이름조차 5년이나 뒤늦게 신대륙에 도착한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라고 정해졌다.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어떻게 북미 대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까? 그는 콜럼버스와 달리 북미 대륙에 어설프게 ‘인도’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확실히 ‘신대륙’이라고 명명해 학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기가 발견한 것과 그 이론에 대해 열심히 글을 써서 널리 알렸다. 탐험 내용도 낱낱이 기록했다. 그 결과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고 베스푸치를 아메리카의 발견자로 믿게 되어 이름을 선사한 것이다.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전략은 IBM이 사용한 것이기도 하다. IBM은 컴퓨터를 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세계 대부분의 소비자가 ‘컴퓨터’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IBM을 떠올린다.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그 제품을 체계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덕이다.

마지막으로, 대항마든 체계화든 자신에게 꼭 맞는 전략을 채택해 성공한 2등 기업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자신이 성공한 원인을 끝까지 잊지 말라. 에이비스는 “1위가 되려고 합니다”라는 마케팅 슬로건을 내걸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업이 다시 정체됐다. 세븐업은 “미국은 세븐업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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