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8-01-31
장기적 수익모델 설계와 현물 기부… 착한 일을 돈벌이와 연결시키는 방법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기업에게 이익 창출과 사회공헌 활동은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과제일까?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책임은 상반되는 가치라고 여긴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무언가 나쁜 짓을 해서 벌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나 사람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는 태도가 그런 선입견의 결과다.


△ 다국적 제약기업 화이자는 현금 기부 대신 현물 기부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2005년 9월 몸이 아픈 어린이들을 위해 화이자가 마련한 그림 그리기 행사.

화이자의 트라코마 예방 프로그램

이런 통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사람은 다름 아닌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다. 그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 각종 저서에서 기업의 이윤창출 행위와 사회책임 경영은 함께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사업 기회라는 새로운 발상으로 전환해 생각하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경영전략의 대가 C. K. 프라할라드 미시간대 교수 역시 <피라미드 맨 아랫단의 부>(Fortune from the Bottom of the Pyramid) 라는 책에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국가와 기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사람들이 고초를 겪고 있는 제3세계 국가에서 다국적 기업이 사회공헌에 나서면, 사회적 성과뿐 아니라 경제적 성과도 거둘 수 있다고 논증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피라미드 맨 아랫단’이라고 부르며, 세계 경제가 성장하고 제3세계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이루면 이들이 거대한 시장으로 변신하리라는 전망을 프라할라드는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그 시장에서 신뢰를 쌓은 기업, 즉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기업만이 그 과실을 따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 나라 소비자들이 자신을 도운 브랜드를 기억하고 구매에 나서기 때문이다.

기업이 착한 일과 이익을 연결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익모델, 즉 경영전략과 연계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물 기부를 늘려 자원 및 역량과 연계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다.

첫째 전략과의 조화 측면에서,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트라코마 예방 및 진료 프로그램은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화이자는 1998년부터 에드나 매코넬 클라크 재단(Edna McConnel Clark Foundation)과 함께 시력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인 트라코마(과립성 결막염) 예방 및 진료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화이자는 자기 회사의 약을 기부하고, 클라크 재단과 공동으로 약품이 유통되기 힘든 저개발국가에 의약유통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사회공헌 활동은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수많은 저개발 국가의 트라코마 환자를 치료하는 사회적 성과를 올리는 한편, 장기적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브랜드 지위를 선점하는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휼렛패커드(HP)의 태양열 디지털 카메라와 프린터도 비슷한 맥락이다. HP는 인도의 극빈 지역을 지원하다 아이디어를 얻어, 전기 충전이 어려운 곳에서도 사용 가능한 태양열로 작동되는 디지털 카메라와 프린터를 개발해 인기를 얻었다. 전기 공급 소외 지역에서도 값싸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니, 소외계층의 디지털 제품 접근권을 높이면서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전략이다.

두 번째 역량과 자원 활용의 측면에서, 화이자는 현금 기부 대신 제품 기부를 점점 강화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이자는 2006년 현금 기부액이 5300만달러로 2년 전에 견줘 25%가 줄었으나, 16억달러어치의 약품을 기부해 현물 기부를 크게 늘렸다. 이 액수는 미국 기업 중 두 번째로 큰 현물 기부 액수다.

현물 기부는 기업이 원래 갖고 있는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 또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지원을 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효율성이 높아진다.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 자원을 투입하고 일을 하겠다고 나서면, 개별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를 놓고도 인력과 자원의 낭비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약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들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약을 기부하니, 가장 효율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본업과 연계된 사회공헌 활동을

사실 현물 기부는 다국적 기업들의 기부 추세이기도 하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오라클은 2006년 현물 기부 액수가 19억50만달러로 미국 기업 중 가장 많은 액수의 현물 기부를 했다. 2년 전의 1억5천만달러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저개발국가에 현금을 보내는 대신, 자사 제품을 교육용으로 기부한 것이다. 미국의 기부 톱10 기업의 2006년 현물 기부 규모는 평균 이익의 10% 안팎이었다.

전략과의 연계 및 자원·역량의 활용은 두 가지 모두 사회공헌 활동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지속성도 높인다. 본업과 연계된 사회공헌 활동이야말로, 기업에 어려운 시기가 오더라도 투자라고 생각하며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이다. 남은 이익 중 일부를 선심 쓰듯 나누어주는 활동은, 영업에 어려움이 오면 금세 줄어들기 마련이다. 거꾸로 이런 새로운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업은 사업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세상은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시대에서, 정승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는 ‘착한 비즈니스’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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