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삶과 경제) 억울한 CEO를 위하여

HERI 2011. 06. 27
조회수 4212
2008-07-18 

작은 기업의 경영자를 만났다. 선한 동기로 기업을 시작해서, 일하는 사람이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도록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경영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과거 비영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그의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 유형 찾기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야 기업과 임직원이 모두 배우며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 요즘 ‘시이오형 리더십’에 대한 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는 매우 억울하게 느껴질 것이다. 최근 시이오형 리더십은 독단적이고 단기적인 시각에 매몰되어 있는 리더십이라고 일컬어진다. 특히 그가 늘 ‘동지’라고 여기던 진보적 지식인들이 자꾸만 ‘시이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니 더욱 당혹스러울 것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이오’는 세상을 구할 영웅을 일컫는 단어로 여겨졌는데, 상황이 180도 바뀐 것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시이오가 효율성과 목표달성만을 추구하며 직원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여기는 생각 뒤에는 기업 조직이 군대와 비슷하다는 가정이 있다. 실제로 근대 기업 조직의 기원은 1700년대 독일 군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리드리히 대제는 군대의 현장 전투조직에서 최초로 참모 조직을 분리한다. 1930년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앨프리드 슬론 사장은 현대 기업 조직을 처음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때 만든 조직이 프리드리히 대제의 군대 조직을 닮았다. 인사·재무·기획 등 공장으로부터 분리된 스태프 조직을 도입했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획득한 지엠은 업계 1위 포드를 따라잡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현대 기업은 앨프리드 슬론 시대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조직 형태나 지향하는 가치도 매우 달라졌다. 

우선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종업원 소유 기업 등이 그것이다.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성과도 높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속가능 경영을 도입하는 기업도 많다. 기업은 이제 주주 이익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의 특정한 미션에 종사하기도 한다. 

조직은 경직된 군대 조직에서 유연한 매트릭스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직장 내 위계를 상징하는 과장·차장·부장 같은 직함은 점점 힘을 잃거나 사라지고 있다. 사람과 시장 환경도 바뀌었다. 과거처럼 지시하고 감독하면 오히려 임직원의 반발을 사고 비효율을 부를 수 있다. 투자자나 소비자 역시 일사불란하지만 생동감 없는 조직보다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조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다양한 변화 속에, 효과적인 시이오의 리더십 유형도 바뀌고 있다. 세계적 리더십 전문가인 케네스 블랜처드는 네 가지 유형의 리더십을 제시하는데, 지시와 감독 중심의 ‘지시형 리더십’은 블랜처드가 제시하는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조직에 과업을 수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을 때만 필요한 것이다. 나머지 세 유형은 설득형, 참여형, 위임형인데 각각 시이오가 적절하게 권한을 위임하고 지원자 구실로 한발 물러서는 유형이다. 

시이오는 여전히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다. 단,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 그렇다. 새로운 유형의 시이오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는, 자비롭기 위해서가 아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다. 지금 억울한 경영자, 즉 공동체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효율성도 놓치지 않고 있는 시이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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