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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이데올로기 ‘첨병’…열린사회의 ‘적’

등록 : 20110828 21:46 | 수정 : 20110828 21:47

 

미디어 공룡 종편의 습격 상
머독 언론제국의 폐해
“폭스가 우릴 돕는게 아니라
우리가 폭스 위해 일한 꼴”
미 공화당조차 거대언론 눈치
여론 다양성 실종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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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하면 확대)
조중동 종합편성(종편) 채널이 우리 미디어 생태계에 끼칠 악영향의 극단적인 모습은 루퍼트 머독 소유의 케이블 뉴스채널 <폭스뉴스>의 폐해에서 얼핏 엿볼 수 있다. <폭스뉴스>는 미국 정치를 사실상 쥐락펴락하며 여론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다. 우파 성향 유권자 모임인 ‘티파티’를 전국적인 압력단체로 키워 의회 중간선거와 예산한도 증액 협상에서 목청을 높이도록 한 게 <폭스뉴스>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티파티가 주장하는 ‘부자 증세 반대’나 ‘의료보험 개혁 저지’는 물론, 은연중 노출하는 무슬림과 유색인종에 대한 경멸은 <폭스뉴스>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폭스뉴스>의 전략은 우파 포퓰리즘과 상업주의를 적절히 배합해 경제적 이득과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나, 일본 대지진을 “신이 노한 결과”라고 말하는 글렌 벡 같은 극우적 인사를 진행자나 토론자로 앉혀 자극적인 얘기를 쏟아낸다. 객관성이나 공정성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도 멋대로 무시한다.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를 편파적으로 3 대 1로 구성하거나, 진행자가 진보적 출연자에게 “닥쳐” 따위의 막말을 하는 일도 흔하다.

 

미국인들은 이런 <폭스뉴스>를 욕하면서도 막장드라마를 보듯 빠져든다. 실제로 <폭스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미국인들이 많지만 <폭스뉴스>의 시청률은 기세등등하다. 저녁 황금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이미 <시엔엔>(CNN)이나 <엠에스엔비시>(MSNBC) 같은 거대 경쟁자를 앞섰다. 그 덕에 <폭스뉴스>는 지난해 8억1600만달러의 이윤을 남겨 머독의 호주머니를 두둑히 채워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건한 공화당 의원들도 티파티와 그 뒤에 있는 <폭스뉴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보수파는 <폭스뉴스>가 대변하고, <폭스뉴스>는 공화당이 대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설원고 작성 비서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처음엔 폭스가 우리 공화당을 위해 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폭스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의 폐해는 거대 미디어기업의 영향력이 웃자랐을 때 어떤 부작용을 끼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유주의 입김과 광고주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편집의 독립성과 여론의 다양성이 위축된다. 정치가들이 미디어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민의가 왜곡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인터넷이나 트위터 같은 뉴미디어가 대안언론의 가능성을 열지만, 일상의 권력은 거대 미디어기업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대가인 로버트 맥체스니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힘 중의 하나가 미디어의 소유집중”이라고 경고한다.

 

머독 소유 신문사의 불법도청 사건은 이런 부작용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너선 프리들런드는 지난달 15일치 <가디언> 1면에 실린 칼럼에서 머독에 가위눌려 있던 시민들이 마침내 미디어 개혁을 공개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며, 영국에서 동구권 몰락과 비견되는 ‘혁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전세계에서 신자유주의 흐름이 퇴조하는 것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치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압력이 필요하다. 영국에선 트위터를 통해 지역구 의원에게 머독의 위성방송 <비스카이비>(BSkyB) 완전인수에 반대하는 편지를 보내는 시민운동이 머독의 굴복을 이끌어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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