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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때 빛난 신뢰·상부상조…‘그들만의 경영’ 도약대 삼아야
등록 : 20110817 20:59

 

금융위기 이후 ‘공생’ 화두
주주중심 미국·폐쇄적 일본
기업 경영제도 변화 필요해
한·중·일 서로가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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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 마사히코는?

아오키 마사히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980년대 일본 기업의 경영 특성과 성공 요인을 제시해 유명해진 제도경제학의 권위자다. 아시아 기업의 특징을 서구 대기업의 경영방식과 비교연구하는 데 평생을 몰두해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교토대, 하버드대 등에서 가르쳤다. 권위있는 학술단체인 국제경제협회(International Economic Association)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12월 <한겨레>가 주최한 아시아미래포럼에 기조연사로 참가하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판을 새롭게 짤 때다. 전후의 케인지언 합의를 밀어내고 지난 30여년간 정치·경제·사회의 조직원리로 위세를 떨친 신자유주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설득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새 얼굴은 이윤이 아니라 만족의 극대화를, 승자독식이 아니라 공동승리의 길을 찾는 ‘따뜻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던 이명박 대통령도 이제는 ‘공생발전’을 주창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기업경영 원리도 달라야 한다. 서구 금융자본의 이데올로기인 주주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좀더 넓은 사회적 책무에 경영자들이 눈을 돌려야 한다. 학문 연구의 대부분을 기업이라는 ‘경제 제도’ 연구에 몰두해온 아오키 마사히코(73·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해관계자 사이의 신뢰와 호혜에 바탕한 경영방식”으로 미국식 주주중심 경영의 폐해와 일본식 폐쇄적 경영의 우려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경제협회 16차 총회에 참석중인 그를 현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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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키 마사히코 미 스탠퍼드대 교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은 기업경영과 사회책임이란 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들은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사고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하지도 않았다.
 

“비피(BP)의 멕시코만 원유 누출 사고 때도 봤지만 거대 기업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원자로 냉각장치가 고장난 게 확인된 긴박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폭발을 막기 위해 (비싼 원자로를 폐쇄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총리실과 안전담당 부처, 도쿄전력의 수뇌부, 원전기술자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하고, 서로의 의중을 떠보고, 상대의 의도를 의심하고, 불리한 정보를 감추고, 망설이다 시기를 놓치고 대참사를 불렀다.”


-이런 대응 사례는 일본 사회에 내재한 어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인가?
 

“3·11 대지진은 일본 정치와 기업 시스템에 내재한 근본적인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같은 원전 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때(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현장에 갔지만, 최종결정권은 현장관리자의 손에 있었다. 그가 밸브를 열어 (방사능을 누출시킴으로써) 폭발을 막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각 부문이 미리 정해진 규정과 방식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Open-rule-based modular system)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각 부문이 서로의 영역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계속적인 거래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스템(negotiation-based modular system)이다. 이는 평소의 작은 변화와 개선에는 우수하지만 혁신이나 복잡한 양상의 대규모 충격에는 대응력이 떨어진다.”

 

-그런 시스템적 요소가 도쿄전력의 조직원리와 의사결정에 스며들어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발전-송배전-판매를 수직결합하고 지역독점을 누리던 도쿄전력은 강한 ‘협상 기반’의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다. 사실 이번과 같은 강도의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은 정부나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번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경고는 ‘원전족’이라 불리는 도쿄전력내 전문가들과 친원전 학자들에 의해 계속 무시되었다. 게다가 규제당국이나 도쿄전력의 최고경영자들은 그들만큼의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려 하지 않았다. 이들 ‘원전족’은 똘똘 뭉쳐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무엇을 바꾸어야 하나?

 

“자본주의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더라도 조직의 구성 원리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위기에서 일본 국민이 보여준 침착함과 질서, 동정심과 상부상조는 희망의 씨앗처럼 보인다. 이런 신뢰와 호혜의 정신이 종래의 ‘우리끼리’라는 범주를 넘어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런 것들이 제도의 원리로 수용될 때 일본 사회가 활기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초고령화되며 인적자본 중심 발전국면 이후의 사회로 진입하는 일본은 성과 세대, 인종, 국적 등으로 나뉜 기득권 그룹이 정치과정에서 통합되고 융합되어야 하지만 정치는 아직 그 방법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은 한국이나 중국에도 해당되는가?

 

“한·중·일 세 나라는 같은 것도 많지만 역사적 경험이 조금씩 다르고 발전의 시간차도 있어 서로 직면한 문제가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원전과 같이 복잡한 사안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모든 경제가 고민하는 어려움이다. 특히 세 나라는 빠르게 인구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한·중·일은 서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중국은 환경, 소득불균형, 도시문제, 보편적 사회보장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이전 단계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일본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은 중국 같은 신흥국으로부터 활력을 얻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관계를 원활히 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베이징/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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