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성찰없는 질주…아시아 공동체, 원형 철학 눈뜰때”

라리타 람다스 전 그린피스 의장 인터뷰
서구식 ‘단선’ 발전방식 원자력 고민없이 수용
‘핵비극’ 일본 변화 움직임 “소셜미디어 통해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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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타 람다스는?

라리타 람다스는 인도 출신의 저명한 환경운동가이다. 2007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아시아인으로선 처음으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의장을 지냈다. 북미와 유럽 중심의 환경운동 조직에 아시아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연대와 소통의 문화를 확립하는 데 힘썼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해군 제독에서 퇴역한 뒤 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 라무 람다스와 함께 고향인알리바그의 바이말라 지역에서 여성과 소수민족을 위한 교육운동과 환경운동, 평화운동에 힘쓰고 있다. 2005년 ’평화를 위해 일하는 1000명의 여성’에 뽑혔고,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 지역 또는 한 나라의 문제가 거기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일깨워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의장을 맡았던 인도의 여성운동가 라리타 람다스(72)는 이런 깨달음이 아시아의 대안적 가치를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를 인도 알리바그의 집에서 만났다. 뭄바이에서 비를 뚫고 차로 세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외진 곳이었다. 백발이 인상적인 그는 인도의 전통옷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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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리타 람다스 전 그린피스 의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한국은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들 나라에 선진국의 잣대로 에너지 소비를 조정하도록 요구하는 게 공평하거나 정의롭다고 할 수 있나? 


“공평하다. 우리는 그런 요구를 모든 국가에 해야 한다고 본다. 이건 재고의 여지도, 협상의 여지도 없다. 효율성이 좋아서, 또는 수요를 따라가려면 원자력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런 면에선 과학도 자본의 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문제는 더 큰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 더 많은 공장은 곧 더 많은 폐기물을 의미한다. 토양과 식수, 환경 오염은 인류에게 크나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원자력은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에너지이기에 가장 비싼 에너지다. 세계를 설득해 신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동아시아의 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린피스 의장으로서 유럽연합과 함께, 혹은 맞섰던 경험에 비춰 아시아 공동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유럽연합은 초기에 경제적인 목적으로 태동했다. 아시아 공동체는 경제적인 목적만으로는 안 된다. 긴 호흡으로 구상해야 한다. 아시아는 서구보다 오랜 역사와 정신적 유산을 갖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는 사실 서구식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세계를 지속가능한 리듬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 아시아 공동체는 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공동체 안에 인도도 포함해주었으면 좋겠다. 과거에 불교가 전파된 과정을 살펴보면 인도 역시 한·중·일과 일찍부터 교류해왔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가 새로운 철학과 대안적 생활양식을 세계에 제시해야 한다면 어떤 이유에서인가? 


“유럽은 발전을 직선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다. 과거를 뒤로하고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사고방식은 원형이다. 원을 따라가면 어디가 먼저이고 뒤인지 알 수 없다. 행동의 결과가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온다. 따라서 발전의 단계나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자연스레 나의 행동이 끼칠 영향을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연과 이웃,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아시아의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이런 철학으로 사고할 때, 발전은 미국처럼 소비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당면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는 과정이라 보지 않는가? 
“서구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사가 불완전한 것에서 완전한 것으로 진행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를 진보라고 규정하기 전에 이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했던 대가가 무엇이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인류의 본성, 인간관계, 대자연을 중심에 두고 본다면 우리가 진보했다고 할 수 있는가? 기술의 진보는 편리함과 파괴의 두 얼굴을 가졌다. 원자폭탄과 같은 대량살상 무기도 기술 진보의 산물이다. 이 모든 것을 총체적인 관점으로 보고 평가해야 한다.”


-왜 지금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가? 
“두 번의 세계대전, 체르노빌과 히로시마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았다. 우리는 잠시 멈춰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 성장인가?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확실성과 성공주의, 과학만능주의에 기대기보다 우리의 의심을 나눠야 한다. 현재에 대한 성찰없이 성장만을 위해 달려가기엔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와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좀더 시간을 두고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독일과 스위스, 네덜란드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물어 발빠르게 대응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에 매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덮으려들었다. 정보를 감추고 국민을 속였다. 결국은 더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이고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알다시피 일본인들은 웬만해서는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매우 긍정적인 징후로 본다.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신념을 알리고 소통하는 것,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이웃과 생각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알리바그/ 하수정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soodal@hani.co.kr

인터뷰 전문보기 http://blog.hani.co.kr/hasoojeong/35175



후쿠시마 원전사고…서구 사회엔 후폭풍
독일 “보수-부유층 지역서 녹색당 수상 선출”

우파정부 ‘모든 원전폐쇄’ 결정

세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고 핵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또 한번 절감했다. 당사자인 일본은 2050년까지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탈원전’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극적인 변화는 지구 반대편 독일에서 먼저 나왔다. 사고 직후인 3월26일 베를린 등지에 25만명이 모여 원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다음날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에선 녹색당 총리가 선출되는 등 탈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게 분출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는 결국 5월30일 독일내 모든 원전을 2022년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주요 싱크탱크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이런 탈원전 결정이 내려지게 된 배경을 들어봤다. 마티아스 트레넬 지브라로그 대표는 “대표적인 보수-부유층 지역인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 결과는 후쿠시마 사태가 독일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나를 잘 보여준다”고 했다. 홀거 하이데 사회경제행동연구소장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동안 부차적 이슈로 취급받던 원자력 정책이,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사회운동 연구로 유명한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는 “독일의 탈원전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다른 선진 산업국가들도 그 길을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독일에선 1970년대 이후 원전 반대 시위가 계속돼 왔다. 녹색당 창립과 성장의 역사는 그것의 정치적 성과였다. 특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독일 국민들의 공포를 극도로 높였다. 독일 기민당 정치재단인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의 미하엘 보르하르트 박사는 “원전 폐쇄는 이제 시기만 남았을 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라며 후쿠시마 사태가 독일 원전 정책의 ‘방향’과 ‘속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원전에 대한 독일 내부의 저항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독일 68혁명의 이론적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클라우스 메슈카트 교수는 “이것이 과연 최종적인 결정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보수세력의 반발로 결정이 다시 번복될 수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베를린/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iphong17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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