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사회적 경제 혁신 심포지엄’ 개최

복지정책 한계·자본주의 위기 보완할
시민사회 주도의 사회적 경제에 주목

“지역 복지체제, 풀뿌리 사회적 경제에 기반 두고
지자체별로 사회문제 다루는 플랫폼 구축 시급
영역별 지원정책·전달체계 등 촘촘한 설계도 필요”

8일 서울 구로구 두레생협연합회 사옥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에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
8일 서울 구로구 두레생협연합회 사옥에서 열린 ‘사회적 경제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에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회적 경제가 국내에 알려진 지 15년이 지났다. 사회적 경제는 주류 경제인 시장 자본주의에서 낙오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의 보완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번 코로나 위기 속에서는 해고 없는 고용을 외치며 직원과 조합원에게 안정적 일자리 보장에 앞장서며, 경영 안정을 위해 가장 먼저 고용 감축에 나선 민간 기업들에 본보기를 보였다.


코로나 위기와 더불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맞아 국내외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대전환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복지정책의 보완적 역할을 담당해 온 사회적 경제가 대전환의 시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두레생협연합회에서 사회적 경제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 전남대 지역개발연구소, 한신대 사회혁신경영연구소, 사회적경제연대포럼이 주최하고, 경기연구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회, 민형배(더불어민주당)·강은미(정의당) 국회의원이 공동주관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무권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장은 ‘복지국가의 미래와 사회적 연대경제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정 원장은 “시장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복지정책도 한계에 직면했다”며, “지역공동체 속에서 민주적 거버넌스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에 복지국가의 새로운 해결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공공이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대체하고 공공의 복지 역할을 확대하는 보완적인 역할이 강조돼왔다. 하지만 미래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복지체제에서는 시민사회 주도의 사회적 경제가 정치, 경제적 토대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칼 폴라니 교수의 다원적 경제 맥락에서 지역사회 경제를 담당하는 세 축은 공공경제와, 시장경제, 사회적 연대경제로 나뉜다. 공공경제는 국가의 복지정책으로 재화서비스를 재분배하고, 시장경제는 상품가치를 교환하며, 사회적 연대경제는 상호성에 기반을 둔 협동의 경제를 추구한다. 이 세 축의 조화로운 영향력 속에서 연대경제 기반이 만들어지고, 지역의 복지정책이 구성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정무권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장이 ‘복지국가의 미래와 사회적 연대경제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무권 연세대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장이 ‘복지국가의 미래와 사회적 연대경제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 원장은 “사회혁신과 사회적 경제가 합쳐지면, 풀뿌리 시민사회에서의 시민 조직들이 늘어나고, 사회적 자본이 두터워지면서 지역사회 복지체제 기반이 튼튼해진다”며 “이 체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자원들을 아우르고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경제의 역할과 구체적인 전략 방안도 제안됐다. 나주몽 전남대 교수는 ‘뉴노멀 시대의 지역발전과 사회연대경제의 역할’ 주제 발표를 통해, 사회적 경제의 지역밀착형 커뮤니티비즈니스 전략을 제안했다. 나 교수는 “지금까지 낙수효과를 기반으로 한 선성장-후분배가 지역발전을 이끌어왔다”면서, “저성장이 굳어지고 내수가 강화되는 최근에는 성장과 복지의 조화가 지역발전전략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포용성장이 대두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의 핵심 주체인 사회적 경제를 포함한 제3섹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과 공공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지역사회의 틈새시장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나 교수는 “지자체별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플랫폼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와 사회연대 경제가 잘 연계되어 있어야 지역밀착형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을 살펴보는 발제도 소개됐다. 장종익 한신대 교수는 사회적 경제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 외에 자영업 및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장 교수는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서 대기업과 소규모 영세기업 간의 일자리 격차 해소를 위한 해결책이 빠져있다”고 지적하며,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존 중소기업 일자리 전환에 대한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 규모별 평균 임금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프랑스의 경우,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임금이 500인 이상의 기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5~9인 영세사업장의 경우, 미국은 대기업 임금수준의 약 78%, 프랑스는 약 63%인데 반면, 우리나라는 48%에 불과하다. 일자리 양극화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소상공인·소기업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 간 네트워킹과 협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협업과 연대에는 오랜 노하우와 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정책이 설계·운용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소상공인 소기업 플랫폼 프리랜서 종사자 일자리 질 개선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전략으로 △체인형 협동조합 △소상공인들의 협업형 스마트 팩토리 확산 전략 △플랫폼 프리랜서 협동조합 설립 지원과 종업원 기업인수를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평가하고 혁신과제를 제안했다. 연대회의는 지난 3년간 사회적 경제 전문가 및 활동가들과 정부의 사회적 경제 정책을 평가 점검해왔다. 강 위원장은 일자리위원회 산하에 전문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비서실 직속 사회적경제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사회적 경제 정책의 통합적 거버넌스를 만들고 정책을 실시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사회적 경제 비서관을 중심으로 정책을 통합 시도하지만, 그 효과가 미비하고, 부처의 정책이 지방정부와 호응 되지 않아 시너지 창출이 어려운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또한 정책 계획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해 정책 실행 효과가 떨어지는 점도 과제로 지적됐다. 강 위원장은 “혁신과 실험이 의미 있어지려면 결과에 대한 성과평가가 필요한데, 정부의 평가는 주로 실행 과정에 집중된 경우가 많다”면서 “지역을 중심으로 협동의 문화를 만드는 데 사회적 경제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 지원정책의 객관적 성과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이어 전체토론에서 문석진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이 토론하고 있다.
발제에 이어 전체토론에서 문석진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이 토론하고 있다.

이어진 전체토론에서는 지역 현장에서 사회적 경제의 구체적인 적용에 대한 연구와 접근방법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문석진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은 “사회적 경제 정책의 설계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되는가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다르다”며, “특히 소규모, 자영업 중심으로 정책을 지원 실행해야 하는 지방정부들에게 개념적 접근 보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도 사회적 경제는 공공과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거나 기술적 지원에 그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주거 문제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는 사회적 경제가 두각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다”면서, “이런 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영역별 지원정책을 설계하고, 거버넌스를 꾸려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중심 성장 전략과 관련해서 사회적 경제의 주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센터장은 “중소기업의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성장 주체 다양화가 중요하다. 공공과 시장 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도 주체의 다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 사업 내용뿐 아니라, 전달체계에 대한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ekpar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033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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