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슬픔이나 아쉬움이 아니라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한국 사회적경제의 거듭남을 위하여>…도전
사회적경제의 진부화·동형화·도구화 경계
사상과 철학에 기반한 복합성·정체성 복원


“사회적경제는 국가 및 시장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자기의 길을 잃지 않고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관해 자신만의 목표와 전략을 가져야 한다.”

<한국 사회적경제의 거듭남을 위하여: 장원봉과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에서 발췌


시원한 4월의 바람이 마스크의 갑갑함을 모처럼 가볍게 해 주던 17일 오후 4시 서울 충무로의 ‘공간 채비’. 토요일임에도 1년 전 하늘로 떠난 장원봉 박사를 그리워하는 사회적경제인들과 그를 아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현장과 온라인을 연결해 열린 추모식에 모였다. 1부는 그와의 추억을 기리는 추모식이 진행됐고, 2부는 장 박사의 사상을 짚어보고, 그리운 마음을 담은 책 <한국 사회적경제의 거듭남을 위하여>를 이야기하는 북토크 자리로 꾸려졌다.

사회적 경제 전공으로는 국내 최초 박사인 그는 2008년부터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조사연구팀장, 지역자치센터소장, 상임이사를 맡아 사회적 경제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다 암이 발병해 1년여간의 투병도 헛되이 지난해 4월 17일 타계했다.

70~80여명의 사람들이 고 장원봉 박사의 1주기 온라인 추모식에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70~80여명의 사람들이 고 장원봉 박사의 1주기 온라인 추모식에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장 박사의 부인 이재원씨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그는 여러 회의에서 작성한 메모 곳곳에 ‘다짐’을 기록해놓았습니다. 저와 우리 아들 모두 그 사람이 남긴 메모처럼 매 순간 ‘다짐’하며 살려고 합니다…늘 자기 고백했던 그 사람의 삶을 태도를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고 전했다. 대신 글을 낭독하던 김유숙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는 “아직도 장 박사의 열정이 담긴 빼곡한 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을 읽다 잠시 울컥해 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추모식에 참여한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은 “오늘날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가 모범적 주체가 되기까지 장원봉 박사의 가치와 신념이 토대가 됐다”며 “2년 넘게 매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장 박사와 지역 활동가들을 만나 공부하며 만든 전략체계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그 때로 돌아간다면 천천히 하자고 말해주고 싶다”고 애석해 했다.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이 고 장원봉 박사의 1주기 추모식 무대에 올라 그를 기념하며 추도하고 있다.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이 고 장원봉 박사의 1주기 추모식 무대에 올라 그를 기념하며 추도하고 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했던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은 “추모영상에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마이 웨이>(My Way)에 장 박사의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며 그와의 특별한 인연을 회고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심 이사장이 원장으로 재직했던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회교육원’에선 단순한 구호활동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연대 속에서 실업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사업을 10개 지역에서 시작했다. 심 이사장은 “장원봉 박사가 우리 사업 이야기를 듣더니 본인이 바로 찾던 일이라며 자발적으로 보수 없는 간사 역할을 자청해왔다”며 “젊은 학생이 지역에서 실업자들과 일하며 봉사하겠다는 이야기에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론 천군만마의 일꾼을 얻은 셈”이라고 감회에 젖었다. 그는 “장 박사는 짧게 살았지만 30여년간 사회적 경제에 몰두한 사람으로서 그 내용과 의미에서는 깊고, 길다”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미선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그는 ‘고백’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살아가는 자세도 가르쳐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 무언가를 같이 하는 방식을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었다.”며 “장 박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려다 보니, 어느덧 그게 내 일이 되었고, 사회적경제 운동에도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미선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대표가 고 장원봉 박사의 1주기 추모식 무대에 올라 그를 기념하며 추도하고 있다.
백미선 노원사회적경제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대표가 고 장원봉 박사의 1주기 추모식 무대에 올라 그를 기념하며 추도하고 있다.

2부 북토크는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고,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장, 김정원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계약교수, 정수남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패널로 나서 장 박사의 연구와 글이 한국 사회적경제 운동에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를 짚었다. 아울러 추모집에 기고한 저자들이 어떻게 그를 기억하고 되새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채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추모집을 기획한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은 “1년 전 장례식장에서 장 박사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그의 연구와 실천, 그의 생각과 고민들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데 뜻이 모여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신 센터장은 “장 박사는 누구보다도 사회적 경제에 애정이 깊었다. 사회적경제가 번성하기를 바랬지만, 그 과정에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수단화되거나 도구화되는 것에 대해 걱정도 컸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그가 연구자이기도 했지만, 실천을 중시하는 실천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추모집에는 여러 필자들이 사회적경제의 전략과 목표를 견지하면서 본성을 잃지 않고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을 내놓았다.


하승우 소장과 김신양 회장은 “사회적경제가 제도의 진부화·도구화를 극복하고, 사상과 철학에 바탕을 둔 복합성을 인정하고 더욱 다원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원봉 박사가 벨기에 리에주대학교에서 박사후 과정을 이수하던 당시 지도교수였던 자크 드푸르니 명예교수 역시 추모집에 기고문을 실었다. 추모집에 기고문을 보낸 드푸르니 명예교수는 영상에서 “사회적기업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개하고 싶었다”며 “다양성·복합성은 사회적기업에 있어 자유의 뼈대가 되고 자유를 보장하는 보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원봉 박사는 1970년 인천시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 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학과에서 <사회적경제의 대안적 개념구성에 관한 연구 >로 사회적경제를 주제로한 연구로는 국내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 벨기에 리에주대학교 사회적경제센터 CES에서 박사후 과정 (2007년 ~2008년 )을 이수했다 .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 gobog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91432.html
onebyone.gif?action_id=1b232c74424d19b83c49fe7e26e69e1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인터넷 최고의 희소자원” ‘주의력 경제’에 정보생태계 황폐화

이용자 주의력 사로잡기 경쟁 인터넷엔 교묘한 ‘설득적 기술’ 자동재생·무한스크롤 ‘기본설정’ 사회적 감시 함께 개인노력 필요 초기설정 ‘비활성화’하고 바꿔야 무한정보 환경과 주의력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 HERI
  • 2021.06.28
  • 조회수 1000

공동자원 통한 수익배분…제주 마을어장 등을 눈여겨 보자

기본소득 ‘공유부’와 다른 ‘공통부’ 구성원이 마을자치 활동해 부 생산 공동체 재구성·삶의 질 향상 가능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영농조합법인이 만든 올바른농민상회에서 지역 주민이 친환경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

  • HERI
  • 2021.06.22
  • 조회수 742

기본소득이 ‘생태적이며 인간다운 삶의 공간’ 농촌 만들까

1980년대말 시작 신자유주의 농정 농가들에 규모화·전문화 강요 소수 빼면 소득 불안정 시달려 농업 위기와 함께 양극화 불러 농촌기본소득 땐 생태적 농업 가능 도시민의 농촌 이주 계기도 제공 협업·협력 방식 농업 조직화 ...

  • HERI
  • 2021.06.22
  • 조회수 764

“탄소세 거둬 전국민에 배당” vs “상품값 올라 저소득층 피해”

스웨덴 등 유럽서만 16개국 시행중 생산자에 석유 등 사용량 따라 거둬 재생산업 등 새 일자리 창출에 써 기후위기 앞에서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려는 노력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1990년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된 탄소세...

  • HERI
  • 2021.06.22
  • 조회수 742

“부동산 불로소득 2019년 353조”…‘기본소득 토지세’로 돌려받을까

2007~2019년 평균 부동산 불로소득 GDP 대비 16.2%, 2019년엔 18.4% “임금소득보다 불평등에 더 큰 영향” 법인 아닌 개인 소유 민간 토지 상위 1%가 53.3%나 차지해 일부 의원 “고가주택 종부세 폐지 모든 땅 토지세 거둬...

  • HERI
  • 2021.06.22
  • 조회수 565

지역화폐로 농촌기본소득 지급 ‘복지적 경제 모내기’ 한다

경기도, 하반기부터 현금 대신 지급 경기연구원 “지역화폐 결제액 늘면 소상공인 매출액 45%↑” 통계 제시 스티글리츠 “한국 소멸성화폐 효과 커 경기 시흥시 삼미시장에서 상인과 주민이 지역화폐 ‘시루’로 옷값을 거래하고...

  • HERI
  • 2021.06.22
  • 조회수 542

기본소득이 농촌에 미친 경제 효과, 지역승수로 측정 가능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승수효과 측정과 쟁점 지역화폐의 고용효과 등 확인 필요 역내 임직원·업체 지출도 분석하는 실증 도구로 영국 ‘LM3’ 참고할 만 지난 5월7일 전북 군산시 서수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 HERI
  • 2021.06.22
  • 조회수 573

“농촌기본소득, 농촌 되살릴 지역순환경제 밑돌 될 것”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농촌 대안모델 구축 어떻게 소멸위기 앞 농촌 출구찾기 시급 지역화폐 활용한 변화 추동력 주목 기본소득 돌며 농촌 경기에 활기 주민자치·생태농업 등 전방위 효과 양준호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

  • HERI
  • 2021.06.22
  • 조회수 573

농촌기본소득, 경제 효과뿐 아니라 삶의 변화 측정해야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 목표와 설계 지역경제 활성화·고용효과 넘어 ‘완전 기본소득’ 향한 걸음 기대 인도 마을·체로키인디언 사례 주목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이 아닌 제한된 농촌 지역에서 시행된다...

  • HERI
  • 2021.06.22
  • 조회수 640

주민 개개인 ‘삶의 질’과 ‘공동체 활성화’ 함께 살펴볼 필요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기대효과와 측정지표 소비·여가는 물론 행복에도 영향 지역사회 참여·포용성 변화 예상 4000~5000명 대면 조사 쉽잖아 정책 부작용도 들여다봐야 의미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지난 4월...

  • HERI
  • 2021.06.22
  • 조회수 689

“농촌기본소득, 기후위기 시대 농촌 가치 지키는 게 목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인터뷰 “하반기 1개 면 선정, 농업 종사 않더라도 거주 주민이면 월15만원 지역화폐 인구소멸 완화 살만한 곳 만들려” “농촌은 점점 더 중요 먹거리 생산 넘어 재해 막아주는 역할” “정책 성공 위해 ...

  • HERI
  • 2021.06.22
  • 조회수 1393

농촌기본소득, 균형발전과 순환경제의 마중물 될 수 있을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경기도 하반기 시범사업 실시 도내 면 단위 농촌지역 선정 1인당 15만원, 5년 동안 지급 지역단위 정책 효과 우선 검증 국토균형발전 마중물 될지 확인 경기도가 올해...

  • HERI
  • 2021.06.22
  • 조회수 577

이낙연 전 총리 “탈탄소·불평등 대안, 사회적 경제 주목해야”

18일 사회적경제 단체들과 간담회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 위해 힘쓸 것”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자연드림 대치점에서 사회적 경제 단체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탈탄소 시대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 HERI
  • 2021.06.21
  • 조회수 487

“장애학생에게 좋은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도 좋다”

인터뷰 | 이숙향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통합교육 양적으로 크게 성장 질적 성장 노력 이어지고 있지만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걸림돌 정부·교육청·학교 등 모두가 노력해야” 대구불로초 병설유치원 푸른하늘반(만 5살)에선 장...

  • HERI
  • 2021.06.21
  • 조회수 569

그림자 노동 굴레 벗고, 당당한 ‘노동자’로 첫발 딛는 가사노동자

[제10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토론회] 국내 약14만명 추정되는 가사노동자 지난 68년간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돼 복지 사각지대, 여성 노인빈곤 방치 내년 5월부터 산재 · 4대보험 등 적용해 소비자·노동자 추가비용 부담줘...

  • HERI
  • 2021.06.21
  • 조회수 516

복지국가실천연대, 대통령선거 특별위 발족

10일 오후 1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 전국 20개 사회복지단체가 모인 복지국가실천연대가 10일 대통령선거특별위원회(이하 대선특별위) 발족식을 연다. 대선특별위는 공동위원장으로 남국희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과 ...

  • HERI
  • 2021.06.10
  • 조회수 540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 사회적 약자 보호하는 복지국가 되려면…

사회적 약자 위한 사회 안전망과 생태전환 복지정책 필요 불안정·이주노동자 품으려면 사회복지 개념도 바뀌어야 분절화된 노동, 기업별 교섭체계 등 구조적 노동시장 과제 해결부터 정부·시장·노동 주체별 혁신 노력까지 사회 ...

  • HERI
  • 2021.06.04
  • 조회수 842

탄소중립 이행에 앞장서는 100만 시민의 선언

‘사회적 경제로 실현하는 지역 탄소중립 이행 정책토론회’서 ‘탄소중립 이행 위한 100만 시민 참여 선언식’ 열려 지난 27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시민대표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

  • HERI
  • 2021.05.31
  • 조회수 761

알고리즘에 ‘코로나 백신 접종 순서’ 맡기면 효율적일까

공공정책과 자동의사결정 시스템 이탈리아 주정부들, 개인별 의료정보 활용 “알고리즘의 접종대상 선별 정확도 95%” 공공정책에 알고리즘 활용 증가 ‘알고리즘 영향 평가’ 지침 등장 “인권 안전 민주주의 고려한 AI정책을” ...

  • HERI
  • 2021.05.31
  • 조회수 719

‘풀빵 정신’ 잇는 노동자 연대 생활안전망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노동공제조합 사단법인 풀빵’ 창립보고대회 열어 특고·프리랜서·플랫폼 종사자 등을 위한 연대 공동 적립형 공제 등 금융·복지 사업 추진 예정 27일 오전 서울 중구 ...

  • admin
  • 2021.05.27
  • 조회수 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