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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기후위기 시대 농촌’ 주제로 열려

“농민들은 기후변화 직접 피해자
소득 안정돼야 생태적 전환 가능”

가족 단위 소농·여성 농민 등
정부 농업 지원 정책에서 소외
지원 기준 ‘개인’으로 전환 필요
“직불금 일부 계층 편중도 문제”

“경관 관리 등 농촌 의미있는 ‘일거리’
일자리로 바꾸는 게 농촌재생에 중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한겨레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토론하고 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한겨레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토론하고 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그동안 국가 발전 전략에서 소외되고 농산물 개방의 여파로 도시와의 격차가 커지기만 했던 농촌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기후위기가 농촌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이고, 기본소득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난 3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은 경기도가 올해 하반기에 실시할 예정인 농촌기본소득이 기후위기 시대의 농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민간 정책연구소 랩2050,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지역재단,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경기도의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등이 함께 마련했다.

농촌이 구조적인 문제가 쌓여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공간이란 점은 이날 공동 주최를 한 정치인들의 인사말에서도 드러난다.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의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사는 땅과 하늘이 짓는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기후위기에 따른 영향이 다른 분야보다 크다. 농민 삶의 안정을 위한 농정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말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농촌기본소득이 생태적 농업으로 전환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관열 경기도의원은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떠나고 있다. 농촌기본소득이 농촌을 살리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겠지만, 선택 가능한 방법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며 새로운 대안의 모색을 촉구했다.

정책포럼의 기조발제를 맡은 최재관 농어업정책포럼 이사장은 ‘저탄소·지역뉴딜 정책과 농촌소득 및 일자리’라는 제목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의 전략을 제시했다. 최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2018년 6월부터 1년간 농어업비서관으로 재직하며 현실 농업 정책을 다룬 바 있다. 그는 “내가 사는 경기도 여주는 올해 쌀 생산량이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쌀 수매가가 8% 올라 소비자들은 비싸졌다고 아우성이지만, 수확량은 30%가 줄어 농민들의 소득은 더 줄어든 상황”이라며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바로 농민”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농민들이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신 농업 생산성도 세계 1위다. 제일 좁은 면적에서 제일 많이 생산하는 셈인데 대신 그 과정에서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소득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 이사장은 “소득이 안정되지 않은 농민에게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지으라고 할 수 없다.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 농민 대상의 기본소득, 탄소를 줄이는 농법에 대한 경제적 보상 등을 통해 생태적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발표를 맡은 김미경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은 자신이 22년 전 귀농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경남 함안에서 가장 젊은 농업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촌에서 젊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대부분의 지역이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정부가 농업 지원 정책으로 주로 넓은 농지를 경작하는 농업인이나, 규모 있는 농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어 가족 단위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수입 농산물과 규모가 큰 농업 기업 양쪽에 치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촌을 살리려면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원 춘천시 강원도농업기술원 인근 빈터에서 농민들이 들깨를 타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 시대의 농촌을 살리려면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원 춘천시 강원도농업기술원 인근 빈터에서 농민들이 들깨를 타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부회장은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는 여성 농민의 상황도 소개했다. 그는 “직불금 등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농민 등록을 해야 하지만, 농사만 짓고는 먹고살기 힘든 여성들이 급식실이나 식당에서 일을 해 4대 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상당수가 농민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다수의 정책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여러 지자체들이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기준 역시 ‘가구’다. 전국여성농민회는 지원 기준이 ‘가구’가 아닌 ‘개인’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급여 지급 대상이 개인인가 가구주인가의 차이는 기본소득과 기존 사회복지 급여를 분별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공익직불제와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의 비교 분석’을 주제로 발표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송원규 부소장은 “그동안의 정부 정책은 주로 농업 생산 주체를 규모화하고 전문화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의 농민은 퇴출되거나 빈곤과 생계 유지 사이의 줄타기를 반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농촌개발 사업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정책 방향이 농업생산의 주체인 농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민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 중에서도 토지 면적당 지원 금액이 결정되는 기존 직불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 부소장은 “2015년을 기준으로 직불금의 평균 수급액이 중위 수급액의 4.63배에 달한다. 이는 직불금이 일부 계층에 집중됐다는 의미”라며 “72%에 달하는 1헥타르 미만의 농지를 경작하는 농가가 직불금의 29%를 수령하고, 3헥타르 이상을 재배하는 7%의 농가가 수령액의 38%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2019년 통계로 농가의 평균소득은 4000만원이 조금 넘지만, 이 중 농사를 지어서 얻는 소득은 1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나머지는 부업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가족과 친지들에게 사적인 이전소득을 얻거나, 정부의 직불금 등 공적인 이전소득”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농촌에는 돌봄이나 경관 관리, 생태적 활동과 친환경 농사 등의 의미있는 일거리가 많다. 네덜란드에선 농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정부는 협동조합을 지원한다. 이렇게 의미있는 일거리를 일자리로 바꾸는 게 농촌재생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토론은 좌장을 맡은 정해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선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농촌기본소득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성별, 나이, 인종 등과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존재임을 경험하게 하고, 의미있는 수준의 금액이 지급된다면 사람들에게 시간 재량권과 실패를 두려워 않고 시도하는 용기를 줄 것”이라며 “소멸과 기후변화라는 농촌이 직면한 이중의 위협에 대응하려면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어도 괜찮다고 여길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재단의 허헌중 상임이사는 “현재 전체의 15% 정도인 농촌 인구의 비중이 유럽연합처럼 20% 정도가 될 수 있도록 농촌회생과 지역재생 전략이 국가적 대응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그 방안 중 하나가 농민 개개인을 대상으로 농민수당을 전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모아 청년농업인연합회 전라지부장은 “농업 정책을 설계할 때 농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농업 창업에 나서려는 청년의 처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호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부위원장은 “경기도는 지난 10년간 농업 인구가 40% 감소했고, 가평군은 지난 5년간 농가가 4100가구에서 3100가구로 줄었다. 지금까지 추진한 농업 정책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라며 “농촌이 고령화되고 소멸한다는 문제제기뿐만이 아니라, 소비자인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라도 농촌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philyoon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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