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걱정, 2차전지에 맡겨라 | |
작고 가벼운데 용량 큰 ‘반영구적 전기창고’ 삼성SDI, 소형 2차전지서 일본 제치고 1위 중·대형 박차…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추진 지난 4일 찾은 울산 울주군 에스비(SB)리모티브 2차전지 생산공장. 전기자동차와대용량 전력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2차전지를 생산하는 곳이다. 축구장보다 약간 넓은 1만3000㎡ 규모의 공장에서 다달이 5만셀의 2차전지를 생산해낸다. 한때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만들던 곳은 이제 222명의 작업인력이 바쁜 손놀림으로 배터리를 만드는 곳으로 변신했다. 강수종 에스비리모티브 제조팀 수석은 “한달에 자동차 500대 분량의 2차전지를 생산중인데, 2013년이 되면 생산량을 1만3000대 분량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규모도 2015년까지 축구장 6개 크기인 6만3000㎡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 에스비리모티브는 2차전지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의 보슈와 ‘50 대 50’으로 합작해 2008년 태어났다. 삼성에스디아이의 기술력과 보슈의 판로·영업력이 손잡은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중대형 2차전지를 양산하기 시작해, 현재 독일 베엠베(BMW)와 미국 크라이슬러, 인도 마힌드라 등에 납품하고 있다. 아직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기자동차는 없지만, 2013년께 베엠베를 시작으로 에스비리모티브가 만든 2차전지를 실은 전기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기업인 삼성에스디아이 박상진 사장은 지난 6월 “소·중·대형 전지사업인 스마트 에너지 사업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그린 디바이스 사업을 결합해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새롭게 탄생한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피디피(PDP) 등 디스플레이를 주력으로 삼는 회사에서 2차전지 중심의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휴대전화·노트북 컴퓨터용 등 소형 2차전지 분야에서는 올해 1분기에 시장 점유율 21.8%를 차지해, 산요·소니 등 일본 업체들을 눌렀다. 2002년 209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도 지난해엔 2조282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경쟁업체에 비해 출발이 2~3년 늦은 자동차용 2차전지 분야에서도 선두 업체들을 상대로 맹렬한 추격전에 나섰다. 생산목표도 좀더 공격적으로 조정했다. 2015년까지 전기자동차를 기준으로 연간 18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애초 목표를 올 초엔 그 두배인 36만대로 올려 잡았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에도 진출한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2차전지를 통해 진출할 계획이다. ‘전력의 효율적 이용’에 발맞춰 남는 전력을 저장하기 위한 2차전지의 중요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용량 전력저장장치(ESS)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등 리튬이온 2차전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박상진 삼성에스디아이 사장은 “소형 2차전지 사업에서 이뤄낸 1위 신화를 전기자동차, 대용량 전력저장장치 등 중대형 2차전지 분야에서도 실현해 또 한번의 성공 역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울산/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