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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 다 틀어쥔 미디어 ‘괴물’이 되다

 

 

등록 : 20110828 19:30 | 수정 : 20110828 22:47

 

머독의 불법도청파문 이후
영국·미국 ‘규제완화’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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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언론 상업화와 규제 완화를 주도해온 미국과 영국에서 규제를 재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소유 신문사의 불법도청 파문 이후 신문과 방송 겸업을 통해 성장한 거대 미디어기업의 부작용을 절감한 데 따른 반작용이다. 신문시장의 강자인 조선·중앙·동아일보에 종합편성(종편) 채널을 안겨주고, 각종 특혜까지 얹어주려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과는 다른 흐름이다.
 

머독이 소유한 영국 타블로이드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불법도청 사건은 자유방임에 놓인 ‘미디어 공룡’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 미디어기업이 신문과 방송을 문어발식으로 거느리면서 언론의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권력 및 자본과의 유착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언론의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규제에서 벗어난 거대 미디어기업이 시민의 삶에 끼친 폐해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영국에선 보수·자유·노동 3당이 거대 미디어기업의 전횡을 막기 위한 개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머독이 영국인들의 공공생활에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머독 미디어의 시장지배력을 해체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다시는 하나의 미디어기업이 너무 강해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소유 규제와 신문·방송 겸영 제한 등 언론정책 전반을 검토해줄 것을 의회에 요구했다.

 

영국 정부가 어떤 조처를 마련할지는 의회의 보고서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우선은 모호한 신문·방송 겸영 규제부터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2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전국지는 전국 단위의 채널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정도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대 폴 존스 교수(언론 및 문화사회학)는 “영국 총리나 야당 당수의 언론개혁 주장을 단지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이들의 초당적 결집은 머독이 영국에 진출하기 이전의 창의적인 미디어 규제로 되돌아가겠다는 합의”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신문·방송 겸영에 실제로 제동이 걸렸다. 미국 필라델피아 제3연방순회법원은 지난달 7일 20개 주요 도시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결정을 무효화했다. 위원회가 법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이 법안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국민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결정으로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한 회사가 한 지역에서 신문과 방송을 함께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 1975년 법안이 다시 효력을 갖게 됐다.

 

영국과 미국의 이런 반성과 되돌림은 거대 미디어기업의 출현이 미디어 생태계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개(매일경제 포함) 신문사에 종편을 허용한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에 경종을 울린다. 정용준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상업화, 산업화 논리가 미디어에 끼친 폐해를 바로잡으려는 영국과 미국의 노력은 별다른 보완장치 없이 규제를 풀고 있는 우리나라에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며 “이제라도 여론의 다양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최성진 기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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