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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보던 ‘아시아 호랑이’들 스스로를 응시”
[한겨레] 박민희 기자 기자블로그 기자메일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저자 마틴 자크
`아세안+3', 중 외교적 개가 
역사적 앙금은 협력 걸림돌 
미국 위상 내리막길 걸을것
아시아 단일통화는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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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달러 패권이 흔들리면서 세계 경제가 다극화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이 포진한 동아시아는 북미,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경제권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및 동아시아 전문가인 마틴 자크(사진)는 중국·일본·한국 동북아 3국의 협력이 역사적 앙금 때문에 삐걱거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경제가 성장하고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공동체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중인 그를 이달 초 전자우편으로 만났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우애’에 기반한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아시아 공동체’가 부쩍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제적 변화와 긴밀해지는 교류가 아시아에 새로운 생각을 싹틔우고 있다. 지역 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지만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차이들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만을 바라보던 ‘아시아 호랑이’들이 갈수록 자기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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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및 동아시아 전문가인 마틴 자크


-유럽은 공동통화를 도입하는 등 경제통합까지 나아갔다. 유럽에 비해 역사, 문화, 경제적 차이가 큰 아시아의 통합은 어떤 방안이 유력한가?


“무엇이 최선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지역의 공조는 어떤 청사진 없이 상황에 맞춰 진행돼 왔다. 국가간 차이가 매우 크고, 긴장과 분쟁의 역사적 유산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이에 따라 공조가 상당히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진전돼 왔다. 이는 유럽과 상당히 다른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1990년대 말을 전후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대화에 나서 ‘아세안+1’의 틀을 만들어낸 것이다. 나중에 일본, 한국이 가세하면서 ‘아세안+3’으로 발전한 이 틀은 중국의 외교적 개가였다. 이런 대화가 중국, 일본, 한국 사이에서 먼저 시작됐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년부터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이 시작될 전망이다. 그간 동북아의 협력은 아세안에 비해 순조롭지 않았는데 전망은 어떠한가?


“한·중·일의 협력은 역사적인 앙금 때문에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이다. 이런 유산은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해소되기 어려운데,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아직 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한가운데에 물론 일본이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이 동북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 준비가 된 듯한 희망을 줬다. 하지만 기대는 벚꽃만큼이나 빨리 시들어버렸다. 누군가 주도권을 잡고 하지 않으면, 동북아의 협력은 매우 느리게 진척될 것이다. 협력을 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만 방해하는 힘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협력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일단 한·중·일이 합치점을 발견하면, 중국과 아세안이 자유무역지대를 연 것을 고려할 때, 더 넓은 범위의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합의도 가시화할 것이다.”


-일본은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중국이 압도적이 되는 것을 우려해 이를 견제하지 않겠는가?

“만일 하토야마 전 총리의 제안이 좀더 탄력을 받았더라면 아마 상당히 다른 상황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손잡고 동아시아 통합 과정을 주도했을 것이다. 이런 기대는 불발했고, 앞으로 그럴 만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미국 및 그 우방과의 관계를 강화하느라 바쁘다. 동아시아의 초기 통합은 아세안과 중국이 가까워지면서 시작했고, 일본은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일본이 계속 한발 물러서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미국의 위치는 무엇인가? 일본은 미국을 끌어들이려 하고 중국은 그게 싫은 내색인데?


“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적 위상은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가 홀대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미국은 군사적 동맹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 외에는 남은 카드가 없는 것 같다. 군사적 위상마저 예산의 압박을 받을 것이다. 엄연한 사실은 중국의 헤게모니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지역 국가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할 것이란 점이다.”


-일본과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아세안+3’보다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까지 참여하는 ‘아세안+6’을 선호하지 않나?


“비아시아 국가를 아시아 공동체로 끌어들이는 데 아세안 내부의 반대가 적지 않다. 이런 반대는 중국에서가 아니라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에게서 먼저 나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아시아 국가로 국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위안화 블록이 커지고 있는데, 아시아에 단일통화가 언제쯤 도입될 것으로 보나?


“나는 이 지역에서 (유로화 같은) 공동통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다. 경제적 격차가 너무 크고 정치적 의지가 너무 약하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아세안과 한·중·일이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체결한 통화교환협정)는 발전하겠지만 공동통화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중국과 아세안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뒤 아세안이 급속히 중국 경제의 영향력에 빨려드는 모습이다. 중국과 인도 때문에 아세안의 제조업 발전이 지체되고 자원수출 경제에 머물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대체로 중간기술 제품을 중국에 수출한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같은 나라가 원자재 공급 국가로 묶이는 위험이 있긴 하다. 중국 내륙을 잘 살펴보면 이를 극복하는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중국 해안지역의 생산비가 높아지면서 내륙지역이 가치사슬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 경제에 깊이 통합됨에 따라 이런 방식으로 가치사슬의 사다리를 올라가야 할 것이다.”


글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베이징/사진 박민희 기자 mi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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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자크는?

마틴 자크(66)는 영국 출신의 언론인이자 학자이다. 최근 저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한국어판 부키 펴냄)을 통해 국제 헤게모니가 영국에서 미국을 거쳐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세계는 서구의 시각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이런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7년부터 영국 좌파 이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의 편집장 및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부편집장을 역임했다. 런던정경대 부설 아시아연구센터 초빙연구원으로 중국 인민대와 일본 아이치대 및 리쓰메이칸대에 적을 두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정치개혁 필요하지만 중국 특색 살리겠다”

쉬창원 국제경제무역연구원 주임
낙후된 금융시장 개방 미흡
한·중·일 경제공동체 낙관

» 쉬창원(62) 중국 상무부 국제경제무역합작연구원 주임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에서 중국은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중국은 개방 이후 불과 30여년 만에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2위에 이를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농촌의 젊은 노동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도농 간, 계층 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쉬창원(62·사진) 중국 상무부 국제경제무역합작연구원 주임을 만나 중국의 고민과 전망을 들어봤다.

그는 중국의 낙후한 금융시스템을 정비하고, 경제발전에 걸맞은 유연한 정치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서구의 보편성에 수렴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중국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경제가 더 발전하려면 정치개혁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서구적인 정치체제로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무엇보다 사회 안정이 중요하므로 정치개혁도 중국 특색을 살려 점진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이 미흡하고 시스템도 낙후해 있다며 “금융시스템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점진적으로 높여갈 것이며, 지금은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가 정치·경제적으로 블록화하고 다극화하는 상황에서 한·중·일이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3국의 교역량 및 대외협력 증가에 따라 동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은 모든 나라가 공유하고 있다”며 “최근 한·중·일 3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공동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을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달러를 대신해 통화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에 대해선 “기축통화가 되려면 자본시장을 더 개방하고 유연한 환율정책을 도입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중·일이 특히 환경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뒤 “생존을 위해서라도 동북아 지역 관계를 더욱 유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인식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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